▲강마루 시공 전 자재를 직접 옮긴 후 촬영한 사진
김동의
사소하고 쩨쩨해 보일까 봐 쓰지 않으려 했지만 한 가지 사례만 언급해 본다. 건식 난방 공사가 완료된 시점이었다. 원래 강마루 시공은 주방가구와 함께 A사에서 맡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강마루 시공 당일 A사에서는 현장이 건식 난방일 줄 몰랐다며 시공 하자에 대한 애프터서비스 포기 각서 없이는 공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며 차를 돌려 가버렸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시공 업체를 찾아 며칠 뒤 강마루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 사이 A사에서 전날 현장에 미리 들여놓았던 강마루 자재는 회수해 갔지만, 걸레받이 몰딩 자재는 그대로 두고 갔다. 우연히 시공사 사장과 A사 측 통화로 추정되는 대화를 듣게 되었는데 A사에서 한 번 출고한 걸레받이 자재는 회수가 어려우니 현장에 두고 간다는 것으로 짐작되었다.
이후 새로 계약한 업체가 강마루 시공을 완료했다는 소식에 현장을 방문했다. 걸레받이 색감이 살짝 어색했는데 배우자가 A사 제품 같다고 귀띔해서 다시 보니 시공사 사장과 A사 간 통화 내용이 떠올랐다.
시간을 되돌려 생각해 보면 A사 자재 입고 당시 모든 재료는 현관 팬트리 공간에 있었다. 마침 나는 그곳에서 팬트리 선반을 직접 시공해야 했기에 작업에 방해되는 마루 자재들을 거실로 옮기느라 꽤 오랜 시간 땀을 흘렸다. 그래서 그 자재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A사에서 강마루 자재를 회수하러 왔던 날에도 내가 현장에서 걸레받이 몰딩을 제외한 모든 자재 반출 장면을 직접 목격했기에 확신했다.
이때라도 시공사 사장이 공사 진행 중 이윤이 줄어 몰딩 비용이라도 아껴보고 싶은데 가능한지 물었다면 괜찮았을 것 같다. 그러나 "원래 마루 색깔하고 걸레받이 색깔 맞추기 힘들어요"하고 말았다. 불쾌했지만 그냥 속아줬다. 시공사 사장이 공사를 마치고 돌아갈 채비를 하면서 남은 자재들도 정리했는데, 이때 A사 로고 포장지에 담아 테이프로 봉한 잔여 강마루 자재를 잘 보관하라며 내밀었다.
회수 가능했던 걸레받이 자재 비용이 얼마나 되겠나? 금액을 떠나 이런 기망행위는 어떤 건축주도 고객으로서 존중받는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건축주의 행복만을 생각하고 정석 시공을 한다는 시공사의 말에 쓴웃음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 금전적 이익을 늘리는 것이 사업자의 능력이며 정당한 대가일까?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방식이었다.
공사 시작 후 여러모로 긴가민가했던 마음이 이때부터 한쪽으로 정리되었고 신뢰가 붕괴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는 주택 관련 일로 연락할 일이 생겨도 매우 불편했고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토지 구입 비용

▲토지 구입 비용
김동의
이제 본격적으로 전체 건축 비용을 공개하겠다. 예비 건축주들이 예산 규모 추정과 배분을 효율적으로 하여 부디 자금 융통에 어려움 없이 집을 지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건축주가 혹시 심심해할까 봐 토지 구입비 외에도 간과하기 쉬운 비용들이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잔금을 치르는 당일 '짠'하고 나타난다. 크게는 수수료와 세금이 있는데 토지 매매를 처음 해본 입장에서는 취득세부터 예상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해 자금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있었다.
대지 조성 비용

▲대지 조성 비용
김동의
우리 토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조성하고 분양한 제1종 전용주거지역이었다. 덕분에 다른 대지, 임야 등에서 요구되는 항목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택지지구 아파트 중간이나 한편에 있는 이런 부지들은 대체로 땅값이 비쌌다.
경계복원측량 후 경계 말뚝은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많이 찍어두는 것이 좋다. 내 경우 시공사에서 공사 중 말뚝을 뽑아버려 경계석과 펜스 시공을 하면서도 계속 불안했다. 시공사에서 필요에 의해 말뚝을 뽑게 되더라도 꼭 사전에 협의하고 촬영해 둘 것을 권한다. 말뚝이 뽑히고 나서 다시 경계 확인을 할 일이 생기면 재측정 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므로 경계 말뚝은 곧 사유재산임을 명심하고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건축 설계 비용

▲건축 설계 비용
김동의
건축사마다 비용이 다르겠지만 나는 주변 시세 대비 최저 비용으로 계약했다. 성향이 잘 맞는 건축사와 계약하는 것이 첫 단추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 경우처럼 금전적으로 너무 쪼들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감리 계약도 꼭 하는 것이 좋다.
건축 비용

▲건축 시공 비용
김동의
시공사마다 건축비에 포함시키는 항목이 다를 수 있다. 어떤 시공사는 조경까지 포함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리 집은 평당 자재비와 인건비로 계산된 건축비(건축면적 35평 기준)와 시공사 부대비용을 지불했다.
시공사 부대비용에는 주방가구 등 붙박이 가구 비용이 포함되었고 건축 진행 중 건축주 요구로 사양이 고급화되거나 시공사에서 증액 요구한 금액은 별도로 지급했다. 마음 같아서는 견적서를 공개하고 싶지만 시공사의 영업 비밀이 있을 수 있어 개략적인 비용만 공개한다.
직영 공사 형태로 주택 건축을 진행한다면 건축 관련 자격증은 물론 도배산업기사나 목공예산업기사 등의 자격증을 직접 취득해 '현장관리인 선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건축외 비용
▲기타 부대 비용
김동의
앞서 소개한 비용 외에는 모두 건축외 비용 항목에 넣었다. 생각도 못 했던 도시가스, 전기, 수도 인입 비용이 꽤 묵직하고 예측을 못 한 만큼 아프게 느껴진다. 집의 테두리를 완성하는 데 1000만 원, 공조 장치에 1000만 원, 못해도 2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걸핏하면 수십만 원은 우습게 증액되고 빠져나가는 항목이었다.
여기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셀프 시공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 비용도 가랑비에 옷 젖듯 들어갔다. 문구용 가위부터 목공용 대형 클램프, 망치, 드릴, 이중기리, 드라이버류까지. 꼭 셀프 시공 때문이 아니더라도 단독주택 생활 시 필요한 도구가 많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줄지 않고 공사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늘어났다. 세부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상당 부분이 최저 사양으로 구성되었다.
'수도권 6억 원대 아파트' 제목이 기사나 쇼츠로 어렵지 않게 보이는 것을 보면 그 금액대가 '비교적 저렴하거나 가성비 있는' 정도의 내용을 내포하는 듯하다. 그러나 나에게 이번 집 짓기는 모든 자원을 투입한 인생 최대의 프로젝트라고 정의할 수 있다.
최근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듯 높은 금융 이자를 부담하며 아파트를 매매한 영끌족이 된 격이지만 이 보릿고개를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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