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SSG랜더스 경기를 찾은 관중들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장은미
"우리 오늘 라팍에서 파랗게 물들었다."
23일 수요일, 평일 저녁 경기였지만 대구 수성구 연호동 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는 주말과 다름없는 활기찬 분위기가 가득했다. KBO에 따르면 이날 대구에서 치러진 SSG랜더스와의 경기 관중 수는 2만 3304명. 라팍 야구장 좌석 수가 2만 4000석임을 감안하면, 거의 매진에 준하는 인파가 몰린 셈이다. 이날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올 시즌 누적 관중 수는 111만 6294명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다. 올 시즌 홈(포항 3경기 포함)에서 치러진 49경기 중 37차례(포항 2차례) 매진을 기록했다. 라이온즈파크의 평균 관중 수는 2만 3506명이다.
프로야구 원년 팀으로 모기업과 구단명이 바뀌지 않은 삼성 라이온즈의 팬덤은 오랜 역사와 함께 놀라운 규모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삼성 팬들은 야구장을 찾아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때론 원정 경기에서도 홈 못지않은 응원 저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삼성 라이온즈로 의기투합한 가족팬
물론 높은 인기에 티켓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특히 홈팬 응원석인 3루 블루존은 '선선예매'에 해당하는 시즌권자나 선예매권이 없으면 티케팅조차 어려울 정도다.
이날 가족들과 함께 첫 '라팍 나들이'에 나선 노현석(47)씨도 어렵사리 티케팅에 성공했다. 1루 입구 쪽에 마련된 포토존에 선 아내 이영숙(47)씨와 두 딸의 사진을 찍어주던 노씨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노씨 가족들은 삼성 라이온즈로 의기투합했다. 노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면서 충남 천안으로 오래 전 거주지가 바뀌었지만, 뿌리를 잊지 않고 삼성 라이온즈 팬을 자처했다. 천안에서 만나 결혼하게 된 아내도 남편의 야구 연고지에 함께 했다. 노씨 가족이 사는 충청도 지역은 한화 이글스가 연고지다.
사회인 야구를 하는 노씨는 자신의 유니폼을, 아내는 줄무늬 있는 올드홈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14살 큰 딸은 주전 유격수 이재현 선수 이름이 새겨진 7번 유니폼, 9살 둘째는 '프랜차이즈 스타' 외야수 구자욱 선수 5번 유니폼을 입은 채였다. 지난 4월 삼성라이온즈가 공개한 유니폼 판매 순위는 구자욱, 이재현, 원태인 선수 순이다. 야구 성적이 좋은 프랜차이즈 선수들이 팀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큰 딸은 "이재현 선수는 일단 잘생겼고, 수비·공격 모두 잘 한다"라고 자랑했고, 작은 딸은 구자욱 선수가 좋은 이유를 미처 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가족들은 "잘 생겨서"라며, 까르르 함께 웃었다.

▲삼성라이온즈파크 전경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SSG랜더스 경기에서 이재현, 구자욱 선수의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성 관중들. 유니폼 판매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재현, 구자욱 선수들은 팀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장은미
큰 딸은 흔히 또래들이 겪는 '중2병' 대신 야구로 더 아버지와 돈독한 관계를 자랑한다. 모르는 야구 규칙을 아버지에게 묻기도 하고, 함께 중계를 보면서 가족애를 쌓고 있다. 이영숙씨는 "원체 부녀끼리도 사이가 좋기도 했는데, 같은 스포츠와 팀을 좋아하니까 더 끈끈해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특히 스포츠니까 더 건전한 것 같고, 이렇게 여가 시간을 가족끼리 함께 보낼 수 있는 게 좋다"고 거들었다.
노씨 가족들은 TV 중계로 보던 야구를 삼성라이온즈 홈구장인 '라팍'에서 직접 보게 돼 감격스럽다고 설렌 마음도 전했다. 노씨는 "오늘 1박 2일로 가족여행 겸 오게 됐다"라면서 "배구, 축구 등 스포츠를 다 좋아하는데 올해 본격적으로 가족들과 야구를 보러 다니게 됐다. 얼마 전에는 인천에서 하는 원정경기도 다녀왔다"라고 설명했다.
이날을 위해 틈틈이 삼성 라이온즈 응원가를 열심히 연습했다는 노씨 가족들은 "온라인 티케팅 하는 시간에 딱 들어가니까 대기 1000번대였다. 비록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가족들과 현장의 분위기를 꼭 느껴보고 싶었다"라면서 "그동안 연습했던 선수들의 응원가들을 현장에서 열심히 불러보려고 한다. 오늘 꼭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삼성 파이팅'을 외쳤다.

▲삼성라이온즈파크 전경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SSG랜더스 경기에서 구자욱 선수가 타석에 서 있다. 그 뒤로 가득찬 홈팀 응원관중 모습이 보인다.
장은미
어디나 시야 좋은 '라팍', 여름에 더 예쁘다
2층 매표소 인근에서 동행인을 기다리던 강진희(28)씨는 친구를 따라 야구장을 찾았다가 때때로 '혼야'도 즐길 정도로 본격 야구팬이 됐다. 혼자 야구장을 찾은 강씨는 응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과 스몰토크를 하게 됐고, '야구장 메이트'까지 생겼다고. 강씨는 "작년부터 야구장을 오기 시작했는데, 삼성이 준우승을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아서 더 빠져들었다"라면서 "대구에 사니까 야구장에 오기도 좋고, 특히 역전할 때 너무 짜릿하다"라고 야구, 특히 삼성 라이온즈 경기의 매력을 전했다. 강씨 말처럼 삼성 라이온즈는 '약속의 8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종종 역전의 묘미를 팬들에게 선사한다.
강씨는 국내 최초로 그라운드를 원형이 아닌 팔각형으로 설계해 넓은 관람 공간과 개방된 시야를 자랑하는 '라팍' 매력 어필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라팍이 여름에 특히 너무 예쁘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도 하고, 상쾌하고 탁 트인 느낌도 너무 좋다"라고 덧붙였다.

▲삼성라이온즈파크 전경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SSG랜더스 경기가 열렸다. 평일 저녁이지만, 삼성팬들은 야구장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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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씨의 '야구메이트' 중 한 명인 민동욱(24)씨는 삼성 야구팬이 된 이유를 연고지와 응원 문화로 꼽았다. 민씨는 "대구에서 태어났으니까 자연스럽게 삼성 팬이 되는 것이 아닌가요"라고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틀어둔 TV 중계 속 삼성라이온즈가 자신의 응원팀이 되는 것은 예정된 운명이었다. 민씨는 "아버지와 야구장을 찾았던 어린 시절 기억도 있다. 지금은 친구들, 야구장에서 만난 야구메이트들과 야구장을 주로 찾는다"라면서 "삼성 라이온즈 응원도 정말 재밌다. 직접 응원가를 많이 만드는 김상헌 응원단장의 지분이 크다. 존경스럽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삼성팬 응원 이끄는 김상헌 응원단장에 엄지척
민씨는 삼성라이온즈 선수 가운데 외야수 박승규 선수가 '최애'다. 그 이유로 "박승규 응원가가 사실 박자가 어려워서 팬들이 다들 막 헤매고 어려워한다"라면서 "응원가를 자꾸 부르다 보니까, 더 잘 부르려고 신경 쓰고 하다 보니까, 그 선수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삼성라이온즈 팀스토어 매장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온 오수미(41) 씨는 유니폼과 모자, 액세서리 등 각종 굿즈를 착용한 채였다. 남편 김규표(46)씨와 포항에서 대구 야구장을 찾았다. 왕조시절로 불리는 2010년 무렵부터 야구팬이 됐다는 오씨에게 삼성은 '잘하는 팀'이다. 물론 성적이 좋지 않던 '암흑기'로 불리는 시기에도 한결같은 믿음으로 삼성을 응원해왔다. 오씨는 "한번 야구장을 찾으면 삼성라이온즈 굿즈를 사느라 10만 원 정도는 쓰는 것 같다. 예쁜 굿즈가 많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삼성라이온즈파크 전경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SSG랜더스 경기를 보기위해 관중들이 모여들고 있다. 평일 저녁이지만 거의 매진에 가까운 관중들이 야구장을 가득 채웠다.
장은미
오씨는 남편 김씨를 삼성 팬으로 전도했다. 김씨는 "삼성이 프로야구 원년 팀이라 전국적인 팬이 많은 것 같다. 응원도 물론 열성적이고, 지금 경기장에 나오는 이 '엘도라도'도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라면서 "티케팅 하기가 너무 힘든데, 그러니까 더 야구장에 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오늘도 어제처럼 잘해줬으면 좋겠다"라면서, 전날 경기 결과를 복기하고 이날 경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특히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경기를 치르면 좋겠다. 그리고 팬들에게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오씨와 김씨를 비롯해 이날 라팍을 찾은 삼성팬들은 열대야로 무더운 날씨였지만, 열띤 응원과 함께 신나는 시간을 보냈을 듯하다. 삼성 라이온즈는 투타의 조화로운 모습으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가라비토 선수는 7이닝 동안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타격에선 구자욱·이재현·강민호의 2루타 등 13개 팀 안타를 기록했다. 삼성라이온즈는 2회부터 6회까지 매 이닝 점수를 내면서 라팍을 가득 찬 팬들을 열광케 했다. 9대 0으로 상대 팀 SSG랜더스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었다. 이날 야구장을 찾아 '승리요정'이 된 팬들은 또 하나의 좋은 기억을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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