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당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서울역 광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이희훈
이준석 의원은 한때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내기도 했으나 윤석열이 당선되었던 20대 대선과 지난 22대 총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과 갈라져 거리를 두며 개혁신당을 주도하고 있다. 이준석 자신은 비록 극우 집회와 서부지법 폭동사태를 비판하며 스스로 극우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혐오의 논리에 기반한 정치를 한다는 점에서 결국 극우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미디어사회학자 박권일은 <한겨레> "박권일의 우리 안의 극우" 연재를 통해 '이준석의 혐오정치' 방식들을 분석하고 있는데, 그는 소수자·약자의 권리 요구를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부정하고 차이와 위계를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는 점, 그리고 소수 엘리트가 혁신을 이루고 사회를 주도한다고 여기는 엘리트주의를 자처하는 점 등을 들어 이준석을 '엘리트주의 극우'라고 분류한다. 국민의힘이나 극우 유튜버, 극우 기독교 세력이 보이는 노골적인 공격성과는 달리 '차별의식 불러일으키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정치 논리는 이런 식이다. 출근 시간에 이루어지는 장애인들의 대중교통 접근권 운동이 비장애인 시민들에게 다소간 불편을 끼친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의 사회운동 방식을 '비문명'적이라고 갈라친다. 그는 비장애, 비교통약자 시민들에게 아무런 불편을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이동권에 대한 권리를 얻어야만 한다는 식의, '정상성'을 중심으로 한 위계를 정당화한다. 그것만이 '문명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자신들의 대중교통 접근권을 해결해 줄 때까지 그저 기다리라는 이야기다. 이런 위계로 작동하고 있는 대중교통 시설에서 장애인들은 결국 보이지 않는 존재 일 수 밖에 없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서도 이 의원은 동일하게 비문명적이라며 점거 농성과 수업 거부를 하는 동덕여대 학생들을 비난했다. 남녀공학 전환 논의 과정에서 학교 측은 학생들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와 협의는커녕 의견 청취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공학 전환을 결정해 버린 상태였다. 그는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개입 수단이 아무것도 남지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자신은 그런 위치에 가 본 경험도, 앞으로 그럴 일도 없거니와 그 처지를 이해할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여성혐오의 방식들도 비슷하다. 이를테면 그는 강간 피해 통계에 대해서 언급하면 "그건 당연히 성폭행이라는 특성상 남녀차이가 나올 수 있다(100분 토론)"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태도가 전제된 주장은 강간범죄에서 여성이 대상이 되는 것을 생물학적으로 또는 사회문화적으로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상정하고 성폭력의 심각성과 여성이 겪는 피해를 축소시킨다.
또 이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탄핵' 집회에 젊은 여성들의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을 두고 "
"우선 20대 남성은 20%가 지금 군대에 가 있다"라며 "국외에 있을 때 시위를 경험해 보니, 치안 상황에 대한 불안 때문에 여성분들이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집회 참여에서 민주주의와 사회 변화에 대한 의지, 연대의식 같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그저 '안전함'에서만 행동의 동기부여를 받는 존재들로 비하하는 것이다.
스스로 정치생명에 위기를 불러온 지난 대선 TV 토론회의 '젓가락 발언'도 여성에 대한 인식을 잘 드러낸다. 당시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이 후보 아들이 온라인에서 작성했다는 의혹이 있던 발언을 꺼내 들었다. 해당 발언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성폭력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는데, 그에겐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그것이 얼마나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인지, 여성들이 자신의 발언을 듣고 얼마나 충격과 고통을 받는지는 아무런 고려 요소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기존 극우 세력들과 거리를 두고 5.18 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사건에 대한 왜곡에도 선을 긋는 등 뚜렷한 차별성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의 엘리트주의와 비뚤어진 공정담론, 반페미니즘에 기반하는 혐오정치는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언론 매체들 또한 그간 이런 문제적인 혐오정치의 논리와 메시지들을 무비판적으로 확산해 왔다. 그 결과 국민의힘과 극우세력에 동의하기 어려운 2030 남성들에게 자신들의 세대를 대변하는 정치로, 그리고 정치적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수용되고 있다.
팬덤 정치의 부정적 영향과 진보 정치의 상황

▲2023년 9월 21일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여의도 국회앞에 모여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 중 일부가 인근 민주당사앞으로 이동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국민의힘과 이준석 의원뿐 아니라 다른 정치 세력들의 어떤 행태들이 그간 2030의 보수화·극우화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전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정치인들은 강한 정치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정치 팬덤은 정치인의 견고한 지지기반이 되는 집단이지만 이들의 행태가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에는 팬덤이 지지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나 다른 견해들의 수용을 완전히 거부한다. 지지 정치인들에 대해 팬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배제하고 경쟁 정치인들을 폭력적으로 정적화한다. 이런 팬덤 정치는 지난 몇 해 동안 논란의 중심이 되는 사회현상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팬덤은 당내 경쟁자나 소위 비명계 정치인들과 심각한 내분을 만들었다. 친문 정치인들이나 비명계 정치인들에게 직접적인 문자 테러를 가하거나 모욕적인 광고물을 제작해 유포했다. 특히 2023년 검찰이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치러진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재명 팬덤'의 공격성은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체포동의안 가결에 투표했을 것 같은 의원들을 정해서 투표 내용을 밝히라며 직접 협박하거나 문자 테러를 보냈다. 이런 식으로 팬덤은 당내에서 소위 '수박'들을 색출해 응징한다며 심각한 내분과 갈등을 만들었다.
문 전 대통령, 이 대통령의 팬덤이 보였던 행태는 민주주의적 다양성과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극우 정치와 닮았다. 실제로 지난 대선 직후 <경향신문>이 이준석 의원을 뽑은 2030 남성들과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이들은 "이 후보가 좋다기보다 나머지 후보가 별로라서 뽑았다"거나 "이준석을 크게 지지하기보다 거대 양당의 행보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런 부동층의 실망감 안에는 민주당에서 경험한 팬덤 정치의 부정적 영향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진보 정치 세력 또한 현재 2030 남성들의 보수화· 극우화에 대한 책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거대 양당 주도의 정치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대중들에게 제안하고 서민과 약자를 위한 정치의 저변을 넓혀갔어야 하는 시대적 요구를 수행하지 못했고 되레 몰락했다.
민주노동당은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두 석과 비례득표 13%를 얻어 단일 진보 정당으로 국회 10석을 확보하는 저력을 보였고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완전한 주5일 근무제 전면시행 등 당시 진보적 정책들을 내놓으며 대중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사회 전체에 충격을 준 일심회 사건으로 분당을 겪고, 다시 통합된 진보 정당을 목표로 창당한 통합진보당은 스스로 민주주의적 가치와 절차들을 훼손해 버린 사건들을 일으켰고 끝내 위헌정당으로 해산되었다. 진보 정치가 통합과 분열을 반복하는 사이에, 대중들은 진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다.
통합진보당 탈당 세력이 창당한 정의당은 2018년 노회찬 전 의원 사망의 충격 속에서도 21대 총선에서 장혜영 등 젊은 여성 정치인들을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며 다시 한번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21년 김종철 당대표의 성추행 사건까지 발생하며 최악의 위기를 겪었고 그 이후로 점점 견고해지는 거대 양당 정치 구도 속에서 진보 정당으로서 민주당과 뚜렷한 차별성을 내세울 수 있는 입장이나 정책, 새로운 정치 담론 생산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22대 총선에서 녹색당과 함께 녹색정의당으로 선거연합을 꾸리기는 했으나 참담한 성적으로 원외 정당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같은 선거에서 이 의원이 이끈 개혁신당이 자력으로 3석을 확보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2025년의 '20대 개새끼론'을 넘어서

▲2030 남성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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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정치 세력들의 행태들은 현재의 2030 남성들의 보수화·극우화 현상과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뿌리 깊은 보수 정치세력의 극우화가 진행되는 한편 민주당에서는 극단적인 팬덤 정치가 자행되었다. 이 두 정치적 극단주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 성장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보수는 진보 정치가 차지했던 정치적 공백의 공간을 손쉽게 차지하며 2030 남성들의 급격한 보수화·극우화 경향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기성세대들은 2030 남성들 관점에서도 이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30 남성의 입장에서 이준석 의원 외에 기성정치 세력에서 직접적으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정치인이 부재한 상황도 그들이 급격하게 보수화·극우화 되거나 그것에 투표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030 남성들은 기성정치 세력들의 모순들을 목도하고 실망하는 동시에, 기성세대가 조성한 능력주의에 함몰된 존재이자 페미니즘의 확장을 타자로서 체감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런 2030 남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마도 온라인 커뮤니티, 자극적인 유튜브 채널들, 그리고 기표 용지 위의 '이준석'이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도 기성세대와 기존 정치 세력들이 스스로에 대한 아무 반성 없이, 2030 남성들의 보수화·극우화를 쉽게 비난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십수 년 전에 소위 '20대 개새끼론'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당시 김용민 목사의 글이 도화선이 된 이 논란은 이명박 정부시기 정치나 사회에 관심이 없고 투표율도 낮았던 당시 20대들을 향한 기성세대들의 낙담과 비관이었다. 결과적으로 당시 20대 개새끼론은 사실상 사회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도 주지 못했다. 그저 세대 간 갈등만 부추겼을 뿐이다. 무엇보다 20대 개새끼론의 가장 큰 문제는 20대들이 기성세대가 한심하게 생각하는 세대가 되기까지, 기성세대 스스로는 무엇을 했는지 한 치의 반성도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20대 개새끼론과는 달리 현재의 2030 남성 극우화 담론은 실증적이다. 무엇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투표통계와 여론조사가 그것을 입증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2030 남성들의 보수화·극우화 경향을 막고자 한다면 그들을 괴리시키는 데 멈춰 서서는 안 된다.
기성정치 세력들의 그간 행태들이 젊은 세대의 보수화·극우화 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반성하고 스스로 절실한 변화가 필요하다. 그들이 반성과 책임을 회피한다면 2030 남성의 보수화·극우화 담론은 세대 갈등과 성별 갈등만 부추기는 20대 개새끼론의 2025년 버전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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