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종합병원의 로비에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민영화 이론가인 에마뉴엘 사바스(Emanuel S.Savas)는 민영화를 위임, 처분, 대체로 구분했다. 이 중 '대체(Displacement)'는 직접적으로 민간에 사업을 위탁하거나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공급 활동이 점차 줄어들면서 그 자리를 민간이 자연스럽게 차지하게 되는 간접적 방식을 의미한다. 은밀히 진행되기 때문에 탈국유화 같은 직접적인 방식에 견줘 저항이 크지 않다.
사바스의 이러한 구분에 따르면 정부가 의도적으로 서비스를 철수하거나 불이행하는 것 역시 민영화에 해당한다. 정부가 더는 특정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거나, 철수하게 되면 서비스 공급에 공백이 생기고, 그 틈을 '미충족 수요'로 인식한 민간 부문이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2023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및 평가 연구'를 보면, 기초생활 수급자 중에도 민간보험 가입자는 30%에 이른다. 적은 생계비에도 불구하고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비급여 항목 등 의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정률제가 도입된다면 이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정부가 의료급여 보장성을 낮추면,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민간보험이 확산해, 결국 건강보험과 복지재정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예산 감소를 목표로 한 의료급여 정률제 도입이 되려 사회의 총비용을 높이고 시민들의 건강권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큰 셈이다.
제도를 훼손하고 얻어지는 '지속가능성'은 없다
정률제 도입의 가장 명시적 효과는 아픈 사람들이 더 자주 의료 이용을 포기하는 것이다. 얼마의 비용이 청구될지 몰라 병원 이용을 막연히 미루는 사이 더 큰 병을 얻게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비용 절감 효과에만 급급해, 막상 치료받기를 포기한 이들의 질병, 심지어 죽음으로 인한 손실·비용은 외면할 위험성이 크다. 구멍 난 의료급여가 초래하는 불신과 두려움도 우리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다.
보건복지부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급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늘려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제도가 지향하는 목적과 역할, 신뢰가 부서질 때 '제도'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빈곤층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목표가 견고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도 실현될 수 있다. 의료급여 정률제 도입이 완전히 철회되어야 하는 이유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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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김윤영은 빈곤사회연대 활동가입니다. 노점상, 철거민, 장애인과 홈리스 등 도시에서 쫓겨나는 이들과 함께 빈곤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저서로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산책>이 있습니다. <소셜 코리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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