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말을 건다>
알마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가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 고유의 취향이 드러나는 이야기라면, 전작 <당신에게 말을 건다>는 서점 재건을 위해 밤낮을 새운 사람들의 땀내 나는 이야기다. 온 가족이 "책을 진열하고, 진열했던 책을 교체하고, 교체한 책을 반품하고, 흐트러진 책을 다시 정비"하는 노동이 여름날 모래알처럼 반짝여 독자의 눈을 밝힌다.
서점이 밴딩기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 신간을 일정량 제공 받는 배본(配本)을 택하는 대신, 각종 일간지에 추천된 신간과 출판사 SNS 계정을 탐색하며 신간을 자체 주문하는 일, 판매율이 저조한 독립 출판물을 매장 한가운데 진열하는 파격적인 행보, 절해의 고도에 떨어진 듯한 어두운 밤 한가운데 아버지와 수만 권 책을 반품하고 꽂으며 어느새 울창해진 서가를 덤덤하게 바라본 일.
그의 노동 일지를 따라가다 보면 고요했다고 여긴 서점이 동적인 삶의 현장임을 발견하게 된다.
세간이 주목하지 않은 책들을 발굴하고자 애쓴 흔적이 스민 두 책을 읽으며 진하게 느낀 것이 있다. 저자 김영건이, 동아서점을 이루는 가족이, 인터넷 서점에 밀려 매출난에 허덕이던 시절 이전부터 서점 문을 열어왔다는 것. 하릴 없는 반복적인 노동이 한 독자에게 그만 신성하게 다가와 버렸다는 것. 그리하여 책을 대하는 독자의 마음을 다시 고쳐 매줬다는 것.
저자의 문장에서 서점을 부흥하겠다는 열정이나 욕망은 뚜렷이 보이진 않는다. "고작 책 한 권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면 세상의 그 무엇도 아무것도 아닐 거"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그의 일에는 대대손손 가업을 일으키고자 하는 마음 또한 투철해 보이진 않는다. 다만, 끝없이 펼쳐지는 책의 파도를 넘나들며 읽고, 옮기고, 꽂고, 건네며 독자를 환대해 온 하루가 보인다.
매일 서점을 쓸고 닦고 정비했던 어머니와 아버지 노동의 자리 곁에서. 그는 또 다른 자기만의 노동을 오늘 일궈 나갈 것이다. 그 꾸준한 성실 앞에서 독자의 태도가 어떠해야 할지 배운다.
"동아서점은 동아서점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만들어졌다. 먹고 살기 위해서. 서점이라는 가게를 운영하며 문화 사업을 하고 있다든가, 예술적인 영감을 전달하고 있다는 식의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동아서점은 맞은편의 떡볶이 가게나 옆 블록의 세탁소와 조금도 다를 게 없다. 우리가 당당하게 내걸 수 있는 기치가 있다면, 그것은 언제나 우리 가족의 일용할 양식을 구하고, 하루 일을 마친 뒤에 지친 몸을 누일 안식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 <오래된 서점 오래가는 디자인> (동아서점과 달실 지음)
조약돌 위에 조약돌 하나를 포개듯이. 저자가 걸어온 발자취가 이곳에 쌓이고 있다. 동아서점의 슬로건은 지역을 대표하는 서점, 가업을 잇는 기업의 정신을 표방하지 않는다. 다만, 서점에 오면 조금 더 힘내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라보기. 그러기 위해 서점의 불을 밝혀두기.
당신 마음의 서가가 불안을 걷어낼 때까지 담담히 이야기를 꽂고 채우는 서점인들의 노동 위에서, 나는 서점이 예전만큼 밉지 않게 되었다. 속초에는 내가 살면서 본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 있다.
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알마(2017)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 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에세이
김영건 (지은이), 어크로스(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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