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17 06:53최종 업데이트 25.07.1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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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편집자말]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에 에어컨 없는 독방에 가두는 것은 인권 탄압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지지자들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윤석열의 구치소 생활 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위와 같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 구치소에는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는 지지자들의 항의성 전화와 팩스가 빗발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15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역시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이 더위에 에어컨 없는 곳에서 지금도 구치소에 갇혀 계십니다"라며 열변을 토했습니다.

에어컨 설치된다고 해도, 윤석열이 우선순위 아냐

오로지 윤석열의 쾌적한 감옥 생활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주장은 황당무계하지만, 교정시설에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주장에 일리가 없진 않습니다.

'교정 시설'이 집처럼 편할 리가 없고, 어느 정도의 더위에 시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이 더위가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국의 여름 기온은 해마다 상승하는 추세이며, 기후위기에 따라 폭염일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9년 8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폭염수용'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하는 '폭염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라는 헌법의 명령을 어기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요.

2016년 12월 헌법재판소는 구치소 내 과밀수용이 위헌임을 확인하며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이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이는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즉 수용자들의 기본 생활이 불가능할 환경을 조성한다면, 이는 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우리 헌법은 형벌권 행사 시에도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폭염이 왔음에도 '여긴 감옥이니까' 하면서 방치할 경우, 그것 자체가 수용자에겐 너무나 고통스러운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형벌'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수용자들은 이동의 자유가 현저히 제한되어 있어서 더위를 피할 방법이 전무하니까 말입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6조 2항에도 "(교정시설의) 거실은 수용자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의 공간과 채광·통풍·난방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산교도소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수용동 거실. 2013.8.9
부산교도소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수용동 거실. 2013.8.9연합뉴스

2016년 8월, 1인당 1.74㎡ 면적의 부산교도소 조사수용실에 갇힌 수용자 2명이 하루 간격으로 잇달아 열사병으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나아가 폭염으로 인해 교정시설의 환경이 열악해질 경우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교정역량을 저하시켜, 결국 교정의 최종 목적인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저해하게 하는"(과밀수용 위헌심판 결정문에서 인용)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번 편지를 쓰기 전에 정훈님에게 제가 물어봤었죠?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군대 대신 감옥에 갔을 때 어떻게 여름을 났는지요. 역시나 "여름엔 무척 더웠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하지만 윤석열처럼 독방에 있을 때는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고 했습니다. 찬물 샤워를 계속하면서 말이죠.

정훈님은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혼거방"이라며 과밀인 데다 덥기까지 하면 버티기가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에어컨은 독방이 아니라 혼거방부터 먼저 설치되어야 한다고요. 실제로 윤석열은 독방을 쓰는 데다 냉방이 되는 곳에서 변호인 접견도 할 수 있고, (그는 거부 중이지만) 에어컨 바람 밑에서 특검의 소환 조사를 받을 수도 있으니 사정이 낫습니다.

'폭염에 에어컨 없는 감옥, 이대로 괜찮은가'는 얼떨결에 윤석열 지지자들이 던진 꽤 중요한 화두입니다. 하지만 당장 윤석열에게만 '예외'를 둘 순 없습니다. 만약 에어컨이 설치되더라도 가장 취약하고 위험한 혼거방에 먼저 설치해야 할 것이니, 차례를 기다려야 할 겁니다.

사형 집행도, 사면도 없어야

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pxhere

윤석열에게 또 다른 '예외'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바로 윤석열에 대한 '사형 집행 찬성론'입니다. <노컷뉴스>의 9일 자 칼럼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사형이라면'이 발단이 됐습니다.

이 칼럼에서 기자는 여러 '국가 폭력' 사례를 들며 자신이 '사형 폐지론자'가 된 계기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신념을 흔든 것이 내란 사태였다고 말합니다. 그는 "전두환이 만약 사형을 당했다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은 존재할 수 있을까"라면서, "철저한 응징을 외면한 어설픈 관용의 미래의 내란범을 키운 셈"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사형이라면' 찬성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정훈님은 기자의 주장에 대해 공감하시나요? 이 글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상에 퍼지면서 갑론을박이 오갔습니다. 심정적으로 공감한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윤석열이 한 일이 '국가 그 자체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전시'와 같은 일종의 특수 상황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1997년 12월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으므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됩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흐름과 더불어 한국 사회에서도 사형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오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흉악 범죄 근절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 국가가 법을 통해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국가인권위원회)한다는 점에서 사형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저는 윤석열에게만 '특별한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내란죄와 외환죄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면, 다른 사형수들과 동등하게 대우하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전시가 아니고 우리의 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모든 이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 그에게만 유독 가혹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사면'입니다. 네 명의 감옥 간 대통령들은 모두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사면받았습니다. 앞서 칼럼에선 "전두환이 만약 사형을 당했다면"이라는 가정을 했지만, "전두환이 만약 사면을 받지 않고 여생을 마쳤다면"이라는 가정도 할 수 있습니다. 사형 집행 이전에 지은 죄만큼 벌을 받지 않는 게 문제인 거죠.

윤석열은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예외'를 만들고자 했고, 그 끝은 내란 행위를 통한 민주주의 파괴 시도였습니다. 본인 홀로 '헌법 위의 존재'가 되려고 했던 그에게, 한국의 법체계가 얼마나 '예외 없이' 작동하는지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의 법과 제도가 '전직 대통령' 윤석열 앞에서도 공정하게 적용되는 것이야말로, 우리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참고로 2023년 '윤석열 법무부'는 사형의 집행시효 30년을 없애는 형법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사형수가 되면 풀려나지 않고 감옥에서 평생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앞으로 윤석열에겐 어떤 예외도 없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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