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세라믹사이딩 최하단. 스타터 후레싱(비 막음 구조)은 보이지 않는다.
김동의
이어서 시공사 사장은 벽체 모서리에 세라믹사이딩의 '코너재' 시공이 아닌 졸리컷 마감을 제안했다. 졸리컷은 종단면으로 봤을 때 코너에서 만나는 두 부재의 면을 45도로 잘라내고 그 경계는 실리콘 등의 마감재로 시공하는 방식이다. 외장 코너재가 없으면 모를까 그냥 원안대로 진행하겠다고 하니 꽤 아쉬워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코너재가 상당히 고가라고 한다.
외장재 최하단부와 맞닿아있는 기초면은 현무암 판석으로 마감했는데 이 경계 부위에도 일반적으로 설치된다고 들었던 비 막음 구조물(스타터 후레싱)이 장착되어 있지 않았다. 시공사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했는데 그런 과정을 건너뛰고 있어야 할 뭔가가 생략되어 있다면 건축주가 안심할 수 있을까. 사전에 협의된 바 없는 '유별나고 불필요한 공정으로 치부해 추가금을 요구했으려나' 하지만 오늘도 버스는 이미 떠났다. 또 품고 삭힐 수밖에 없다.
이처럼 나약했던 기억들이 불현듯 떠올라 홀로 소리를 질러대도, 배우자는 더 이상 놀라지 않고 '또 시작이군' 하듯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건축 세계에 타인이 알아서 잘 해주는 부분은 거의 없다. 나만 내 집이지 타인에게는 그저 일거리에 불과하다. 불행히도 건축주가 공부하고 챙겼어야 하는 영역이다. 모두 내 불찰이고 부족함이로다.
시공사 뜻대로만 시공하게 두면 이처럼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아니 어쩌면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요소가 삭제될 수 있다. 그 결과 생각지도 못하게 '집'의 기능과 수명을 하향 조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건축주라면 단순히 외장재를 찾아보고 고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선택한 외장재의 시공 과정을 대략적으로라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시공 시 스타터 후레싱 사용 여부, 정품 못 사용 여부, 코너재 시공 여부, 정품 실리콘 사용 여부 등 세부 사항을 계약서에 명기하고 제대로 지켜지는지 꼼꼼히 확인해야만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계약서에 '추후 협의'나 '관행에 따름'이라는 애매한 문구가 있다면 피하자. 또한, 공사 진행 중에는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여 사진을 찍고 일지를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하자 대응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공사 기간 중 건축주의 급격한 노화는 이처럼 사소한 듯 사소하지 않은 예상 밖의 일에서 비롯된다. 시공사와 구체적으로 협의할수록 행복한 집 짓기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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