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느 슈엔케, 43세의 약사다. 5명의 직원을 가진 약국의 주인이기도 한 그녀는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주 35시간을 일한다.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수요일엔 자신도 근무하지 않는다. 아이의 방학에 맞춰 함께 생활하기 위해 연 7주의 휴가를 쓴다.
목수정
안느 슈엔케(43)는 2006년부터 약사로 일했고 10년 전 자신의 약국을 개업해 5명의 직원을 둔 약사이자 자영업자다. 자신의 약국이니만큼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노동 시간에 준해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35시간 근무한다. 국가가 정한 노동시간이 사실상 자영업자들에게도 노동 시간의 기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일과가 어떻게 되나?
"오전 9시 약국에 출근해 낮 12시 30분까지 일하고 1시간 30분 동안 점심을 먹은 후 오후 2시에 다시 문을 열어 오후 7시 30분에 퇴근한다. 수요일엔 쉬고 토요일엔 오전만 일하고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다른 직원들도 모두 나처럼 4.5일 근무한다. 약사협회 규율위원으로도 활동하는데 그쪽 일을 볼 때면 그 시간 동안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약사를 채용할 수 있을 만큼의 수당이 지급된다."
- 일하지 않는 수요일엔 어떻게 보내나?
"그날은 아이가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다. 오전엔 아이와 함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아이가 스포츠를 하러 가면 나도 요가를 한다. 가족과 일로부터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이 그때다. 토요일에 요가를 할 수도 있지만, 그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애쓴다."
- 업무상 받는 스트레스는 없나?
"어렸을 때부터 약상자를 가지고 놀았으니 꿈을 실현한 셈이다. 그런 면에서 행운이고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젊었을 땐 간혹 손님 중에 억지 부리는 사람을 만나면 화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들이 왜 저러는지 알고 어찌 대해야 하는지도 잘 알기 때문에 거의 화나는 일이 없다. 종종 정부가 약사들에게 과도한 요구를 할 때나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을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정해서 내려보낼 때 화나기도 하고 그 때문에 약사들이 집회나 파업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역부족이다. 하지만 직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적은 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만족감이 많은 것을 상쇄해준다. 직업적 스트레스보다 학부모로서 아이 엄마로서 고민이 더 많은 편이다."
- 예를 들면?
"부모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약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올해는 학교 교사와 갈등도 있었고. 아이가 안정적 환경에서 자라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가급적 학교에서 단체로 소풍이나 견학을 갈 때 따라나서기도 하고 아이 옆에 있어 줄 시간 확보를 위해 애쓴다."
- 출산 휴가는 얼마나 썼나?
"직원들은 16주지만 나는 고용주이니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출산 전 1주, 출산 후 10주, 총 11주를 썼다. 보통은 출산 전 6주, 출산 후 10주로 나뉘는데 나는 임신 기간이 매우 순조로웠기에 출산 전 휴가는 짧게 쓸 수 있었다. 반면 아이가 태어나고 나선 잠을 재우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두 달 반이 지난 후 아이는 탁아소에 갔고 나는 약국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 자영업자의 경우 이렇게 출산 휴가를 쓰면 그 기간 월급은 누가 주나?
"공제조합에서 나온다. 그 금액은 내 빈자리를 채울 직원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이다."
- 집안일에 있어 남편과의 분담은 어떻게 하나?
"식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집안일은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는다. 남편이 나보다 일찍 오기 때문에 저녁 식사는 남편이 맡는다. 대신 나는 주말이면 정원을 가꾸고, 집안의 행정 서류, 세금, 각종 신고 등을 담당한다."
- 연중 휴가는 얼마나 쓰나?
"월급 받는 약사였을 땐 5주였고, 지금 우리 약국 직원들도 5주의 휴가를 쓴다. 약국 주인인 지금은 아이 방학에 맞춰서 휴가를 좀 더 늘려 7주를 쓰고 있다."
- 당신에게 휴가는 어떤 의미인가? 그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나?
"자유, 휴식, 환경의 변화, 기분 전환... 몇 년 전부터 생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어 가급적 비행기를 안 타고 가까운 유럽 안에서 휴가를 보내려고 한다. 아이가 자연을 만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겨울엔 스키도 타러 가고 로렌 지방에 있는 외가, 남부의 친가에도 간다."
- 생태주의 약사는 어떤 점에서 다를까?
"가급적 자연 훼손이 덜한 약을 선택하게 되고 환경 호르몬의 영향이 적은 제품을 고르게 된다. 그게 자연에도 좋고 환자들에게도 당연히 좋은 영향을 주니까. 최대한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고 그 이유를 환자들에게 설명해 협조를 구한다. 예를 들어 특정 기저귀에 환경호르몬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 제품을 취급하지 않고 그 이유를 고객에게 설명해 그들도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한다. 우리가 지구를 계속 아프게 하면 결국 인간에게 그 피해가 돌아오니까."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스테판 바랑스와 안느 슈엔케는 직장인과 자영업자라는 다른 지위를 가지고 있으나 일관되게 가족, 휴식, 자기 계발을 향해 좀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는 쪽으로 자신들의 삶을 진화시키고 있었다. 물질적 풍요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시간을 확보하고, 가족과의 친밀한 시간에 투자해 온 사회적 선택이 그들의 인생에 길잡이가 되어주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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