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가 7월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필자는 2021년 당시 9.2 노정합의 관련 교섭담당자였다. 지금은 한 대학 연구소에서 초기업교섭과 사회적대화 발전 방안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보건의료노조 7월 총파업 관련해 새 정부에 세 가지 해법을 제안한다.
첫째, 새 정부는 윤 정부에서 중단된 2021년 노정합의를 다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정기획위원회에서 9.2노정합의 주요 내용을 국정과제에 구체적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보건복지부는 물론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산별총파업이 예고된 7월 24일 전에 노조 7대 요구가 원만히 타결되도록 성의를 보여야 한다.
다만 노조의 요구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했던 것처럼 별도의 9.2 노정합의이행협의체를 만들어 1:1 노정대화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9.2 노정합의 이후 간호법 제정과 의대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상황이 복잡해진 만큼, 오히려 신속한 처리가 중요하다. 이른 시일 안에 이행협의체를 열어 새 정부의 의지를 뚜렷이 밝히되, 주요 의제인 공공의료와 인력문제 해결은 인력수급추계위원회, 공공의료정책위원회, 보건의료정책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에 노조 참여 및 관련 분과 구성 등을 통해 이행 방안을 구체화하고, 필요할 때 노정이 만나면 될 것이다.
둘째, 이번 기회를 9.2 노정합의 이행협의체제 복원을 넘어 보건의료분야에서'이재명표 새로운 사회적대화체제'를 모색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필자는 사회적대화의 성공 여부는 산업정책과 노동정책이 함께 만나는 사회적대화 구축이라고 확신하기에 각 산업별 의제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초고령사회 준비와 일자리 창출의 핵심인 보건의료산업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초기, 일자리위원회 구성과정에서 보건의료분야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이해한 이용섭 부위원장이 일반 의제위원회가 아닌 '보건의료특위'를 만들어 일자리위원회 활동을 선도했고 상당한 성과를 낸 바 있다. 새 정부에서도 그런 발상과 시도가 필요하다.
최근 의정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총리가 의사 대표를 만났다고 한다. 이는 시의적절한 소통 행보이다. 다만 국민적 요구인 의료개혁과제를 뒤로하고 특정 단체와 만나 무원칙하게 합의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노조, 의사, 그리고 시민사회, 환자단체, 광장의 요구를 한꺼번에 묶어 공약에서 제시된 '의료개혁을 위한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를 조속히 구성, 사회적대화를 해야 한다. 국회에서 진행된 국민연금 공론화위원회 과정을 참고하여, 모든 이해당사자와 국민이 참여하는 숙의민주주의, 국민 공론화 방식의 이재명표 사회적대화를 바로 여기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셋째, 보건의료노조 파업사태 해결을 넘어 보다 근본적으로 '이재명표 새로운 사회적대화 체제' 추진 전략을 제안한다. 필자는 대선 전에 '새 정부에 바란다 : '노동연대 대통령'이 100일 안에 해야 할 3가지 과제'라는 글을 쓴 바 있다. 이제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한 걸음 더 나아간 제안을 하고자 한다.
새 정부 들어 성장과 통합 두 개의 키워드가 부각되고 있다. 성장 관련해 많은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통합 관련해서도 실용주의적 인사와 함께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 등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노동부 장관 후보 등이 두루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대화 체제 구축'의 큰 그림은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사회적대화가 사회통합의 핵심축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행정'은 정해져 있는 것을 하는 것이고 '정치'는 없는 걸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이재명표 사회적대화'는 기존의 익숙한, 정해진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사실 그동안 많은 대통령과 총리들이 정권 출범과 함께 사회적대화를 강조했지만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사회적대화가 가장 쉬운 듯하지만 가장 어려운 정치 공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대화의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

▲2013년 11월 14일 기공식을 한 성남시의료원은 전국 최초의 주민발의에 의한 공공의료원이다.
성남시
많은 이들이 유럽의 역사적인 대타협 모델을 이야기하지만, 한국의 노사관계 토양은 전혀 다르다. 외형적으로는 노사정 대표가 만나는 간단한 그림이지만 그 이면에는 초기업 노사관계 미성숙으로 인한 초기업 타협문화와 노사자율교섭문화의 미비, 노사 중앙조직의 대표성 문제와 내부정치의 과잉, 정파갈등, 그리고 무엇보다 중장기적 전략과 투자 없이 현안 중심으로 눈앞의 성과만 바라는 정부의 무철학, 미숙한 업무 처리 등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어 대통령과 노사정이 악수하는 상징적 장면 이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근본문제에 대한 성찰과 정교한 대책 없이 사회적대화에 성공하겠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새 정부가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딛고 성공하는 사회적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와 구체적 일정이 중요하다. 대통령 또는 총리가 스웨덴식 목요클럽 같은 정례적인 사회적대화를 진행하면서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고, 노동부 장관이 실제 총괄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대화의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 경직된 틀에 갇힌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문턱을 과감히 없애고, 국회 등과 연계해서 개방형 실용적 대화 플랫폼을 만들어 진정성 있고 실효성 있는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에 사회적대화 추진 전담인력을 두고,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노조와 노동부 간 노동의제만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대화는 늘 합의사항 이행과정에서의 한계는 물론 여러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교섭대상이 될 수 없는 노동기본권 보장 의제를 다루면 노조 내부에서는 자본에 들러리 선다는 비판과 함께 무원칙한 양보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따라서 노사정이 제로섬이 아닌 윈윈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책임지기 어려운 전국 단위 쟁점을 최소화하고, 중범위 수준에서의 산업정책과 노동정책, 그리고 노동과 지역이 만나는 지점에서 의제를 선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재정 확보, 업무분장 등 성공을 위한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 장관 임명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9.2 노정합의 이행 관련 김민석 국무총리의 정치적 역할이 중요하다. 2021 합의서에는 '합의사항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점검하고, 국무총리실은 부처 간 역할조정 등을 지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당시 합의 과정에서 김부겸 총리가 직접 방문하고 대통령까지도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보건의료분야에서의 합의 내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만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노동부 등 관련 부처의 협력이 절실하며, 이를 총괄하는 부서가 국무총리실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03년부터 주민조례에 의한 성남시립병원 건립운동을 보건의료노동자들과 함께 해왔다. 이들이 어느 때보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유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2023년 12월 국회 앞 단식농성장을 직접 방문해 가장 좋아하는 구호라면서 방명록에 서명했던 그 문구를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는 기억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노동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이재명 정부가 가야 할 길이 이 문구에 담겨있다.
"'돈보다 생명을' 코로나 영웅들을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오 -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이주호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본인 제공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이주호는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민주노총 정책실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노동계와 보건의료계 현장에서 오랜기간 활동하면서 주로 정책과 전략기획, 교섭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노동과 시민사회의 역량강화와 정책참여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 노사관계발전' '산별교섭과 사회적 대화 등 다양한 교섭구조 제도화' 그리고 '의료 공공성 강화 및 보건의료인력 정책'을 연구하면서 이를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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