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 서울 시내 주요 은행 ATM 창구 모습. 202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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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걱정할 부작용은 없을까? 우선 세간에 잘못 알려진 통념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되면 통화량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대개 증권가에서 주장하고, 이를 근거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통화량은 은행예금을 의미한다. 은행예금은 민간은행이 창조하여 제공한다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즉, 민간은행은 통화를 무에서 창조하고 대출을 통해 시중에 공급한다 (참고자료: 자본시장연구원의 신보성 연구위원 저 <부채로 만든 세상> 제1부, 졸저 <나라가 빚을 져야 국민이 산다: 포스트-코로나 사회를 위한 경제학> 제2장). 따라서 민간은행의 대출이 증가하지 않으면 은행예금, 즉 통화량은 증가하지 않는다. 또한 정부가 적자재정을 운영하고, 이를 위해 국채를 발행할 때도 통화량(은행예금)은 증가한다. 국채 발행은 민간은행이 정부에 대출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은행예금으로 구매해야만 시중에 나와 유통된다. 이 코인을 판 돈, 즉 코인 발행사가 받은 돈(은행예금)은 국채 등 이자를 지급하는 자산을 구매하는 데 사용된다. 이때 통화량(은행예금의 총량)이 변화했나? 경제 전체에 존재하는 은행예금의 양은 변화하지 않았다. 코인 구매자의 은행예금이 코인 발행사를 거쳐 국채 매도자에게 흘러갔을 뿐, 경제 전체에 은행예금은 추가되지 않았다.
국채 발행량은 변했나? 그렇지 않다. 기존 국채의 소유권만 코인 발행사로 이전되었을 뿐, 경제 전체적으로 코인 때문에 국채 발행량이 변화하진 않는다. 대신 코인 발행량은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채를 담보로 코인을 발행하는 구조이다.
스테이블 코인도 통화량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통화량이 증가한 것은 맞다. 그러나 코인을 은행예금과 같이 통화량 지표에 포함할 수 있을까? 다른 말로, 코인이 은행예금처럼 임금이나 비즈니스 거래 대금으로 사용되고, 아파트를 사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병원비도 내고 등록금도 내는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될 때, 그리고 저축하고 주식을 사고 채권을 사는 등 금융투자에 사용될 때, 코인 발행량 증가를 통화량 증가로 간주해야 한다. 아직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니 속단하긴 어렵지만,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사람들이 굳이 은행예금을 코인으로 바꾸어 사용하리라 믿을 이유를 나는 찾지 못하겠다. 따라서 이미 존재하는 국채를 담보로 발행된 코인을 통화량 증가로 이해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요약하면, 은행예금 대신 코인을 사용할 유인이 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은행예금을 코인과 바꿀 것이다. 코인 발행사는 그 돈을 국채 등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산으로 구매하여 보관하고, 이익을 얻는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현금(은행예금) 대신 코인을 사용하려 하려는지를 예측해야 한다.
코인 발행사가 코인 발행을 늘리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코인 발행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증자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고, 그 돈으로 국채를 사고, 그만큼 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 그것이다(코인 발행사가 대출을 받아 국채를 매입하고, 이를 담보로 코인을 발행하는 행위는 '아마도' 규제당국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통화량이 증가하나? 그렇지 않다. 코인 발행사의 주식을 산 돈도 은행예금으로부터 왔다. 기존 통화(은행예금)가 '은행예금 → 코인회사 주식 → 국채 → 코인'의 순서로 형태와 소유권만 변했을 뿐이다. 통화량이 증가하는 유일한 경우는 정부 또는 민간부문(가계와 기업)이 빚(대출)을 내는 경우 뿐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비용
사실, 현재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지지하는 대부분의 목소리는 코인 발행사의 주가 급등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코인이 아니라 코인 발행사의 주식을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일부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통화량을 증가시켜 주가와 자산 가격 일반을 상승시킬 것이란 희망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들의 주장이 옳다는 보장도 없고, 이들이 경제 전체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의 진짜 비용은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코인의 가치가 법정 통화(한국의 원화, 미국의 달러 등)로 보장되는 통화를 의미한다. 가령, '1코인=1천 원'으로 발행했으면, 1코인당 1천 원에 매입하고, 매도해도 1코인당 1천 원을 돌려받는다는 의미이다. 코인 발행회사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일반원리는 매우 단순하다. 코인을 발행하여 판매한 돈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코인 발행사가 코인을 발행할 이유가 없어진다. 코인 발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코인 발행사가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절충하여 고안한 방법이, 코인 판 돈을 유동성이 '제법' 큰 자산(은행예금, 국채 등)으로 보관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유동성이 클수록 코인 발행사의 (이자) 수익은 작아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코인 발행회사가 코인으로 판매한 돈을 모두 은행에 요구불예금으로 예금하는 방법이지만, 이자 수입은 거의 없다. 이와 반대되는 극단적 예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법이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코인을 판매한 돈으로 최대한 많은 수익을 올리는 자산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돈으로 부동산 등 변동성이 큰 자산을 매수하면, 코인을 현금으로 바꿔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코인 보유자가 현금으로 변환하고 싶어 하는데, 코인 회사가 부동산만 보유하고 있다면, 그 부동산을 손실 없이 '즉시' 매도하여 고객의 환금 요청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어떤 자산을 손실 없이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를 '유동성'이라 부른다.)
그래서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가져오고 그에 맞는 규정을 만들 때, '코인 발행사가 어떤 자산을 보유하도록 할 것인가'가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된다. 현재까지 '국채'만 인정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국채 가치는 안정적이고, 유동성이 높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과연 이 전제가 타당한가? 결론부 말하면, 국채의 가격은 일정하지 않다(물론 만기에 일시불로 받을 돈은 일정). 국채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금리와 반비례한다. 또한, 만기가 많이 남았을수록 국채의 가격은 금리 변화에 더 크게 움직인다. 예를 들어, 금리가 1% 상승할 때, 2년 만기 국채의 가격은 약 1.9% 하락하는 반면, 10년 만기 국채는 약 8.5%, 30년 만기 국채는 약 19% 하락한다.
코인 발행사가 코인을 팔고 받은 돈으로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즉 국채 보유만 허용한다고 하면) 최대한 이자 수익이 높은 국채, 즉 만기가 최대한 긴 국채를 매입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인 발행사가 보유하는 자산의 가격은 일정하지 않고, 크게 오르락내리락할 수밖에 없다.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그 가격이 변하는 자산을 안정적이고 유동적이라 부를 수 없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코인 발행사는 10년 만기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금리가 올랐고, 그래서 보유 자산의 가치(가격)가 하락했다고 하자. 당신이 그 회사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면, 어떤 마음이 들겠는가? 그 회사의 코인을 당장 쓸 일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현금으로 돌려받는 편이 현명하다. 해당 코인 회사가 보유한 자산이 부족하면, 당신이 보유한 코인을 현금으로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생각하고 '한꺼번에' 모두 몰려가 현금 인출을 요구할 수도 있으니, 코인 회사의 현금이 바닥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현금으로 인출해야 한다.
그 코인 회사의 파산 위험이 실제로 있는지, 즉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위의 경우 외에도, 어떤 이유로라도 사람들이 동시에 현금 환급을 요구하면, 그 코인 회사는 실제로 망할 것이다. 소위 '코인런'(coin run)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의 여파는 해당 코인 회사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시에 많은 사람이 코인을 들고 와서 현금을 요구하면, 코인 회사는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즉시'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이는 국채 가격의 급락(금리의 급등)을 유발한다.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 멀쩡했던 다른 코인 회사에 대한 불신을 유발하여, 똑같은 코인런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나아가, 국채는 코인 회사만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 증권사, 은행, 보험사, 연금 등 수많이 금융기관도 국채를 보유한다. 때로는 그들이 보유한 국채를 담보로 돈을 빌리기도 한다. 그런데 국채 가격의 이러한 급락은 그러한 거래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유동성 위기(심하면 금융위기)를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의 이익, 금융 불안정 위험 가져올 것

▲지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화를 들어 보이는 모습. 202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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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국제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어느 나라를 가정해보자.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가 하락하여, 같은 돈의 양으로 더 적은 물건만을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자기 나라의 돈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안정적인 다른 나라 돈(대개 달러)을 갖고자 할 것이다.
만약, 이 나라 사람들에게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마음대로 구매할 수 있게 허용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우선, 이 나라 국민 거의 모두가 자국 통화가 아니라 달러로 교환 가능한 스테이블 코인을 원할 것이다. 심지어 월급조차 달러 기반 코인으로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외국인 노동자 일부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이다). 둘째, 물건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달러 기반 코인을 선호할 것이다. 자국 통화를 받아봤자 그 가치가 곧 하락할 것이 뻔한데, 대안이 있다면 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자국 통화가 불안정한 나라에서 달러 기반 코인을 허용하면, 자국 통화는 더 이상 유통되기 어렵다. 이를 '달러화'(dollarization)라 부른다. 이것이 왜 문제인가? 자국 통화를 잃는다는 것은 통화 주권을 잃는다는 말과 같다. 즉, 자국 경제를 통제할 중요한 수단을 잃는다는 말과 같다. 달러 발행 국가 혹은 회사에 종속되는 경제가 된다.
이쯤에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으로 가져와서(혹은 권장해서) 얻을 이익은 무엇인가? 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지만, 이를 실익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이익의 규모는 현금을 국채 등 이자 수익을 내는 자산에 투자했을 때 얻는 이익보다 작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왜 코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려 할 것이라 믿어야 할까?
비용은 이익보다 더 분명해 보인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의 이익을 보장하는 한, 그래서 코인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융 불안정'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의 금융체제 또한 내재적으로 불안정하지만, 굳이 위험 요소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이유를 나는 찾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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