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0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북 네 모녀'의 장례식에서 고인들의 관이 운구차에 옮겨지고 있다. 숨진 이들의 장례를 맡을 유가족이 없어, 장례식은 서울시 공영장례조례에 따라 무연고자에 대한 공영 장례로 구청이 치렀고 상주 역할은 구청 직원과 성북동 주민이 맡았다.
연합뉴스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연고자의 범위와 장례를 치를 수 있는 혈연의 연고자의 범위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가령 미혼에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부모님과 형제 모두 세상을 떠난 경우를 상상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사망한 형제에게 자녀가 있다면 상속 권한은 그 자녀, 즉 조카에게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카에게는 장사법상 연고자의 권리와 의무가 없습니다.
만약 장례를 치를 권리와 의무가 없는 조카가 상속을 받았을 때도 지자체는 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만약 청구할 수 있다면 조카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 같습니다. 시신 인수 여부를 묻는 공문을 받은 것도 아니고, 자신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선 서류를 구비해 지자체에 제출하고 공문을 받는 등 시간이 소요되니까요. 여기에 수반되는 안치료는 조카가 부담해야 하고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장종태 의원은 보도 자료에서 "시신의 연고자를 찾았다면 그 시신은 더 이상 무연고 시신이 아님에도, 연고자가 상속재산만 취득하고 망자의 존엄한 마지막은 외면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이 시민들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말의 함의를 부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연고자가 책임은 회피하면서 재산만 챙기는 몰염치한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무연고 사망자'인 고인은 말이 없고, 시신을 위임한 연고자는 죄책감에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빈소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대신 입장을 전해봅니다.
공영장례 빈소에서 만난 '무연고 사망자'의 연고자들 대부분은 상속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고, 상속재산이 얼마나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사망과 동시에 상속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고인의 상속재산을 장례비용으로 쓸 수도 없고요. 연고자의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당장 장례를 치를 돈이 없어서 시신을 위임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은 고인의 마지막을 외면한 것이 아닙니다.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무연고 사망자'를 둘러싼 제도에 사각지대가 많았던 만큼 다양한 개정안이 나오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이 제 우려를 기우로 만들 만큼 촘촘히 다듬어져서 완성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비용의 청구뿐 아니라 애도할 권리와 애도 받을 권리의 측면에서도 다양한 개정안이 나오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연고자가 어째서 외면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살펴보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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