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6.3 대선을 앞두고 서울 성북구 한 도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건 우리가 정치 문제로 가장 매섭게 부딪힌 순간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게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엄마로선 반박의 여지가 없는 말이었으니까. 엄마라고 그런 결과를 예상하고 대통령을 뽑았던 건 아니었다. 적어도 '새마을 운동의 영광'이 다시 나라를 잘 살게 할 거라던, 18대 대선 당시 어른들이 한 이야기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 선거는 진영 대결이기도 했고 투표 동기에는 분명 상대편을 향한 미움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아래에는 '좋은 나라를 만들 사람을 뽑겠다'는 마음과 믿음이 있었다. 심지어 후보가 그걸 약속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사실 엄마도, 부산의 다른 어른들도 모두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속은 셈이다. 지키지 않거나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 셈이니까. 그런데 가장 나쁜 사람, 모두를 속인 사람은 어디에 가고 왜 우리끼리 상처를 주고 있어야 할까. 그 순간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는 엄마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나 사이에는 30년이 넘는 시간이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성장했다. 정치관도 극명히 다르고 지지하는 정당도 그렇다. 심지어 붙으면 싸우기 딱 좋은 지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내 또래에는 정치관이 안 맞아서 부모님과 싸운 친구들이 많다. 때로는 험한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어떤 정치관이나 역사관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보편적 인권과 평등의 가치에 심각하게 반하는 언행도 용인될 수 없다. 그런 수준의 간극이 아니더라도, 때로는 듣기 좋은 거짓말을 할 바에는 험하게 바른말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드시 모 아니면 도일까. 우리가 수긍할 수 없는 관점의 차이를 공유하면서도 이걸 차분히 서로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대화를 해볼 수는 없을까. 혹은 지금부터라도 그게 가능한 대화의 방식을 함께 고민해 보면 어떨까. 굳이 가족 간이 아니라 세대 간의 더 나은 정치적 소통을 위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붙이는 사족. 사실 지난 대선 때도 엄마는 나에게 정치 이야기를 했다. 함께 산책을 하다 횡단보도 앞에서 선거 현수막을 마주했을 때, 엄마는 내게 "젊은 사람들은 김문수를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선 할 말이 많았다. 하지만 문득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내 또래의 생각이 궁금한 건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답을 했다.
"솔직히 난 저 사람에 대한 확신이 도무지 없어,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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