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영주 집회에서 발언하는 하승수 변호사
안미선
영주시는 2022년 11월 행정 절차상 문제 때문에 공장 신설을 불허하고 행정소송에 들어갔다. 1심에서 영주시는 법원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1심에서는 납의 유해성을 많이 강조했고 그게 받아들여졌는데 2심에서는 업체 쪽에서 건축허가를 이미 받았다는 걸 계속 강조했어요. 그리고 보조 참가를 한 주민들은 (공장 측이 제시한) 대기오염 물질 발생량이 (실제보다) 200분의 1로 축소됐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를 영주시는 주장하지 않았거든요. (공장 측은 연간 16.07t짜리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설치했지만, 대책위 측은 실제 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35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련 기사: 반경 1~2km에 초등학교 있는데... "납공장 허가 하려고?" https://omn.kr/2ebdr)
주민들이 이런 엄청난 문제를 찾아냈는데 영주시가 소송 과정에서 그걸 주장하지 않았어요. 업체 쪽에서 영주시 공무원들의 지시나 협력에 따라 공장 설립을 추진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영주시가 반박을 제대로 안 해서 2심 소송에서 이기기가 힘들었지요."
영주시가 오는 9일까지 공장 설립 승인 신청에 대해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공장 승인 결정 여부 시한이 다가오고 문제가 영주 시민들에게 공론화되었다. 영주역 광장에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여 납폐기물제련공장 허가 반대를 외치기 시작했다. "영주 시민들이 이걸 잊어버릴까 봐, 모를까 봐, 혹시나 우리가 소송에 졌을 때 그냥 허가가 날까 봐 그게 가장 불안하고 힘들었다"라고 말한 하승수 변호사는 "사는 지역, 우리의 목숨, 안전, 생명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인 모습을 보고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최소한의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
몇 년 동안 침묵에 맞서 싸워온 영주 납폐기물제련공장 반대대책위 간사 황선종씨 또한 다시 목소리를 높일 힘을 되찾았다. 그는 환경 플랜트 일을 한 전문가로, 고향에 돌아와 납폐기물제련공장의 문제점을 마주쳤다. 그가 한 말이다.
"대기 오염 물질 발생량이 얼마인가에 따라서 그것을 방지하는 설비의 용량이 달라지거든요. 근데 이걸 200배 축소를 해서 허가를 받아서 실제로는 오염 방지가 안 되는 겁니다.
만약 이 상태로 운영이 된다면 영주 시민들의 건강권은 심각하게 침해를 받게 됩니다. 저희가 확인을 해 보니까 다른 정상적인 공장들은 미국환경보호청(EPA) AP-42 배출계수로 적용을 했는데 영주 납폐기물제련공장은 그걸 안 한 거예요. 원래 연료와 원료를 같이 계산을 해야 되거든요. 이 바이원이라는 공장은 연료에서 나오는 발생량만 계산을 했다고 (저희는) 봅니다."
1심 재판 판결에서는 "원고((주)바이원)가 산출한 대기오염물질배출량은 근거가 없다"고 했다. 미국환경청(EPA) AP-42 계수는 대기오염 물질 발생량을 원료와 연료에 대해 각 계수를 적용한다. 환경부 또한 이 문제에 관련한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실의 질의에, 납2차제련 공정에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배출계수'를 적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황선종씨는 폐기물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제 폐기물 산업이거든요. 지금 봉화도 거대한 규모의 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서는 문제가 있는데 이런 것들이 전부 시골로 몰려들어요. 막으면 들어오고 계속 문제가 되는데 그 원인을 보면 폐기물 사업이 굉장히 수익이 많아요. 국가 보조금 때문에 그런 것인데, 폐기물을 발생한 곳에서 처리하는 원칙도 무너졌어요. 제도적으로 개선이 되어야 합니다.
또 영주는 낙동강 최상류 지역입니다. 여기서 흘러 들어가는 물은 무조건 하류 쪽 주민들한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되어 있거든요. 낙동강 수질 문제가 있는데 영주 납폐기물제련공장의 경우 어마어마한 납의 배출이 생긴다면 다 하류의 강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낙동강네트워크'도 참여해 영주납폐기물 제련공장 전면 철회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다 밝혀야 되고 저희는 앞으로 전국적으로 폐기물 문제, 제련공장에 의해 발생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철저히 파헤쳐 시민들과 국민들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애를 써볼 생각입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폐납산배터리를 수입한다. 이를 각지에 있는 납2차제련 공장에서 제련하는데, 그동안 여러 지역 주민들이 자신도 모르게 피해를 입어 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유해폐기물의 수입과 처리 실태에 대한 전면적 조사도 필요하다고 하승수 변호사는 주장했다.
"동일 업종의 업체인데 어떤 업체는 대기오염 물질 발생량이 1만 톤이 훨씬 넘어 환경부에서 통합 허가를 받고 있는데, 어떤 업체는 연 1년에 20톤도 안 되는 걸로 지자체 허가를 받아, 허술하게 시설 갖추고 운영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근본적으로 폐기물 문제에 대해 국가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납2차 제련시설은 오염 물질 발생률이 많고 나오는 물질도 납같이 진짜 유해한 물질이 나오니까."
그는 폐기물 공장이나 폐기물 소각시설, 매립장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비수도권과 농촌 지역 사람들의 삶이 존중받고 행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정의롭고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영주시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시선이 쏠린다.
영주 시민들, 광장에 모이다

▲지난 3일 영주 납폐기물제련공장반대집회 사진
안미선
변화의 가능성의 자리를 만든 건 영주 시민들의 힘이었다. 시민들은 3차에 걸친 대규모 집회를 영주역 광장에서 이어갔고 적극적으로 납폐기물제련공장 설립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패소해도 새로운 사유를 들어 재거부처분을 할 수 있다. 또한 대기배출시설 허가 직권취소와 건축허가 직권 취소를 할 수 있다. 영주시와 시민들의 뜻만 있다면 앞으로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하면서, 하승수 변호사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계속 싸워갈 것을 다짐했다.
"최소한의 공공성이 필요합니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나 불평등이 너무 피부로 와닿습니다. 요즘 많이 생각하는 건 왜 우리 농촌 주민들이나 비수도권 주민들에게 의사결정권이 없을까 하는 문제예요. 우리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장이나 시의회는 왜 진작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까요?"
"자기가 서 있는 자리가 중요합니다. 앞으로 농촌이나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가 서 있는 자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면 좋겠습니다. 이 문제가 이권이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긴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상식적인 거예요. 돈은 업체들이 벌고 피해는 지역 주민들이 보고, 나중에 문제 생기면 주민들이 건강 피해를 입는 거잖아요. 세상이 합리적이고 상식이 통해야 하는데, 이익은 사유화하고 부담은 다 사회화시키고 농촌이나 비수도권의 주민들만 피해를 보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죠. 산업 폐기물을 처리할 때 최소한의 상식이나 합리가 통하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영주 납폐기물공장 반대 시민들의 모임' 단체카톡방에는 2600명이 넘는 이들이 가입해 무엇을 할지 자발적으로 논의했다. 유정근 영주 부시장의 부임날 피켓을 들고 서서 납 공장을 불허하라고 외쳤고, 시청 안에서 침묵시위를 통해 반대의 뜻을 알렸다. 시청과 도시 곳곳에서 땡볕 아래 1인 시위를 이어 나갔으며, 집회 참석을 촉구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주택과 상가, 거리 곳곳에 현수막을 걸었으며 전단지를 배포했다. 아파트에서 집회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고, 식당 안에서, 횡단보도 앞에서 납 공장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볼 수 있는 건 그 노력 때문이었다.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받으면 곧바로 항의했으며, 방송사와 신문사에 적극적인 취재요청을 했다. SNS에 게시물 게재와 댓글 달기를 통해 의사를 알렸고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국민신문고에도 글을 올렸다. 아동친화도시라는 영주에 납폐기물제련공장이 들어오면 미래는 없다는 생각으로 싸웠다.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교육 기관에 관심을 촉구했다. 어린이들이 손 편지를 썼고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집회에서 낭독했다.
모두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열렬했다. 영주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평생 살아온 곳이었고 앞으로 살아보려고 애써 자리 잡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보낸 삶을 존중받고 싶었다. 앞으로도 이어질 삶을 믿고 싶었다.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 권리를 스스로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난 3일 영주 납폐기물제련공장반대집회 사진
안미선
이날 저녁 집회에는 상복을 입은 어른과 늘어선 조의 화환들도 나와 있었다. 앞줄에 앉은 아이들은 생수병을 던지며 장난치다가 문득 그 뒤에 앉은 부모의 굳은 얼굴을 보았다. "아빠, 왜 울어?" 연설을 들으며 아버지가 울고 있었다. 납으로 오염된 공기가 이 도시를, 이곳에 사는 아이들을 덮칠까 봐 두려웠다.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막고 싶어서 팔을 번쩍 들어 '납 공장 반대한다! 납 공장 불허하라!' 구호를 외쳤다.
아이들은 광장이 마냥 즐겁고 안전하게 느껴져 곁에서 웃었고, 어른들은 지금 마음 놓는 아이들을, 눈앞에 보이는 이 건강한 몸을 그대로 지켜주고 싶어서 납 공장을 반대한다고 외치고 또 외치고 있었다. 최소한의 공공성은 이 광장에서 시작된다. 오랫동안 침묵하고 참아왔지만, 이것까지 참을 수는 없었다.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끝까지 외칠 것이다.
[필자 소개] 안미선: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 <다정한 연결> 작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