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9일 오전, 유권자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사전투표소(옛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줄을 선 채 기다리고 있다.
정초하
나는 서른 살이던 1995년 결혼해 1997년생 딸과 1999년생 아들을 둔 아버지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사회정치적 격변과 더불어 새삼 이 세대를 주목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이 세대의 부모이기도 하지만, 자녀 세대를 잘 모른다. 자식들을 잘 모르면서도 잘 아는 척하는 게 우리가 이들과 더 멀어지는 진짜 이유 같다. 우리와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한다는 사실에 놀라기보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부모였어도 모르는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우리가 자녀 세대를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건 우선 그들이 살아온 20~30년이 밖으로는 화려하고, 편리해 보였기 때문이다. 세계 냉전체제가 끝난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은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까지 진입한 대한민국의 화려한 성공에 선 첫 세대다. 휴대전화와 초고속 인터넷이 일반적이고, 다양한 첨단 가전제품들이 일반화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관공서, 대중교통, 생활 소비와 물류의 편의에 치안까지 서구 선진국 여행자들도 놀랄 만큼 모든 공공서비스가 빠르고 편리하다. 한류열풍·방탄소년단·한강 노벨상 등 세계적 문화강국이 되었고, 해외여행과 다문화가 일상이 되어 국제화 시대다. 모든 객관적 지표는 단군 이래 최고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 비참하고 막막하다. 이미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한국경제는 오랫동안 활력을 잃고, 젊은이들이 들어갈 변변한 일자리는 바늘 끝에 가깝다. 집값과 생활물가는 나날이 오르고, 소득과 재산 격차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사회적 박탈감은 심해진다. 더군다나 경제력도 외모도 자신 없는 '나 같은 루저'는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모두 화려하고, 건강하고, 매력적인데, 자기만 그렇지 못하다고 느낄 때 그 우울함과 절망감은 더 크다. 청년 사망원인 단연 1위는 자살이다.
'진보 아재 목사(나)'는 "그럴수록 꿈을 품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여 꿈을 이루라"라고 설교하지만, 많은 젊은이에게 나눔과 연대는 사치나 망상으로 느껴질 것이다. 심지어 공격적 분위기의 소셜 미디어는 특히 젊은 남성들에게 가뜩이나 작은 네 몫을 장애인·여성·소수자·농민·외국인 노동자(중국인)가 빼앗아 간다고 선동한다.
기성세대는 이를 '이기적'이라 꾸짖지만, 어려서부터 친구도 사귀지 말고 그럴 시간에 공부해서 성공하라고 가르친 건 바로 그 어른들이다. '당신들이 그렇게 키워 놓고, 이제와서 뭘 어쩌라고?' 그래서 그들은 '공정 경쟁'과 '능력주의'를 내세우지만, 그럴수록 출신·배경이 좋고 '아빠 찬스'까지 동원할 수 있는 금수저들 좋은 일만 시킬 가능성이 높다.
'자기 서사'에 갇히지 않는 태도가 중요해
내가 속한 세대, 또 부모·자식 세대에 대해 펼쳐놨지만 수습할 능력이 내겐 없다. 한 사람의 서사가 길고 복잡한 만큼 세대 사이의 깊은 갈등도 한순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시대, 세대) 경험이 가장 강렬하고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다시 붙잡을 수 없기에 더 아쉽고, 그래서 무조건 '옛날이 좋았다'고 기억하는 왜곡도 발생한다.
또 우리가 어려서 어른들에게 늘 들었던 "너희가 전쟁을 알아?"라는 말처럼, 자기 시대(세대)의 경험이 모든 세대, 모든 이를 평가할 수 있는 표준이라는 착각에도 빠진다. 그로부터 30~4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세대도 오직 80년대 독재와 민주화 투쟁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려는 습관이 생긴 건 아닐까? 반면, 지나온 세월의 경험을 내세워 말하기에는 2030은 너무 젊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흘러온 시간보다 지금과 미래가 더 중요하다. 이렇듯 우리는 각자의 서사에만 갇혀 다른 시대, 다른 세대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정치는 참으로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 모든 모순과 소중한 내 인생 과제를 정치가 다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 건 위험하다. 지금 우리에게는 세대 간의 대화가 절실하다.
나이 60이 가까운 지금에야 무식하고 천박하게만 여겼던 부모 세대의 서사를 조금 이해하게 된 것처럼, 자기 서사에만 갇혀 살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 넓고 깊다. 특히 우리 자녀 세대의 삶은 정말 중요하다.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어'라고 한숨짓게 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다른 세대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에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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