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17 12:10최종 업데이트 25.07.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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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치를 때마다 세대 간의 정치 성향 차이는 큰 화두가 됐습니다. 이번 21대 대선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왜 그 사람을 찍을까' 자식은 부모를, 부모는 자식을 이해하지 못했고, 갈등의 골은 깊어졌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른 세대를 말하다' 기획을 통해 다양한 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세대 간의 화합과 연대를 도모하고자 합니다.[편집자말]
세상이 망했다고 말하기는 쉽다. "요즘 사람들 이상하다"고 말하기는 간편하다. 문제는 그 말이 결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좀 넘게 지났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고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나의 검색 기록에 늘 떠다니는 키워드가 있다. '20대 남성'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대남(20대남성의 줄임말)'이라고 검색을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가장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은 현상으로써의 20대 남성이고, 이름 붙여지기로는 '이대남의 극우화'이기 때문이다.

광장에서의 추위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한 것

지난 5월 28일 전날 대선후보 TV 토론 중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적 표현을 언급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남소연

매섭게 춥던 지난겨울 내내 광장에서 보낸 시간보다 대통령 선거 개표 이후로부터의 일주일이 나를 더 무겁게 짓눌렀다. 개표가 한창이던 저녁, 20대 이하 남성 투표자의 37.2%가 이준석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는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이준석 후보는 '젠더갈라치기 전략'을 사용하며 2030남성 유권자를 자극하는 방식의 '혐오정치'로 세를 얻어왔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매끄러운 차별의 언어를 받아들이며 이준석 후보에게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투표는 다를 줄 알았다. 혐오만으로 쌓아올려진 정치에 나랏일을 맡기자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순진했나 보다. 20대 남성의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이준석에게 투표를 했다.

가슴이 갑갑해 정신의학과를 찾았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물음에 "대선 결과 때문에 밤에 잠도 안 온다"라고 하니 의사 선생님이 "하하, 보수이신가봐요?"라고 물은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나는 대답했다. "아뇨, 이준석... 이준석 때문에요."

20대 남성은 내 말을 들을까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은 소통할 수 있을까pixabay

왜 이렇게 힘들까. 다른 게 아니라 나는 37.2%의 20대 남성에게 마음이 쓰이고 있었다. 웃어넘길 숫자가 아닌 것도 한몫했다. 세 명 중 한 명. 내 또래의 남성 세 명 중 한 명은 혐오 정치에 표를 던졌다. 나에게는 이 상황이 적어도 이렇게 들린다. "소신투표? 사표심리? 모르겠고, 난 페미니즘이 싫어."

내가 임의로 읽어낸 이 목소리는 스스로를 슬프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페미니즘은 정말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든 위계의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늘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며 상대를 존중하자는 다짐이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은 남성을 혐오하는 여성우월주의 사상이 아니다. 구조적인 성차별을 드러내고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각자의 개성을 펼치며 저마다 반짝이자는 것이 페미니즘이다. 우리는 그것을 해방이라고 부른다.

페미니즘의 오해와 진실을 하나씩 정성스레 열거해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20대 남성이 이 말을 들을까?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대화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30남성은 정치적으로 우경화 되었다고 납작하게 분석하고 2030여성은 광장에서 응원봉을 들고 민주주의를 쟁취했다고 칭송할 동안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채워보려는 정치는 등장하지 못했다. 갈등을 강조하고 부추길 뿐, 화해와 회복을 도모하려는 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적 소수자를 지키는 민생 정치를 원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차별금지법을 추진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언론의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가 더 시급하다"며, "이런 갈등 요소가 많은 의제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월 동안 윤석열 퇴진 집회 무지개존에서 '정권교체'를 외치던 성소수자들은, 그렇게 당선된 대통령으로부터 또다시 '차별금지법 나중에'를 들어야 했다. 취임연설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에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에서는 성명을 통해 경제와 민생이 시급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소수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역시 시급한 민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민생정치, 국민의 생활에 가까이 닿는 정치의 대상에 '나'는 없다고 느낀다. 여성인 나는 김밥집 옆 테이블에서 라면을 먹는 어떤 사람이 혐오정치에 투표한 악인으로 보일 때가 있다. 김밥에 집중할 수 없고 오늘도 체한다. 사회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산산조각 났다. 이건 민생이 아닌가? 지난겨울 돌아가면서 독감에 걸려가며 광장을 지킨 우리 성소수자들의 시간은 공중으로 흩어진 것만 같다. '나중에'라는 말에 도무지 무뎌지지 않고 매번 상처를 받는다. 차별금지법이 십수 년 보류되는 동안 스스로 세상을 떠나기를 택한 친구들과 동료들을 떠올린다. 이건 민생이 아닌가?

손절하지 않고, 기대하며 살아가겠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2024년 12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이정민

상처를 받았다는 건, 기대를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기대를 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를 긴장하고 경계하게 만드는 이들에 관해 적극적으로 궁금해 보려 한다. 페미니즘 정치가, 차별금지법이 사회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분들께서는 부디 우리가 건강하게 다투고 악수를 나눌 수 있도록 움직여주셨으면 한다.

나와 다르다고 손절하지 않겠다. 우리 MZ들, 그 정도 교양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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