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예방 수칙 카드뉴스’항생제는 감기약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으로 내성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수칙을 홍보하는 카드뉴스 중 일부. 의사의 처방을 따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항생제내성관리과
감기뿐 아니라 '집중력 저하'나 '긴장' 같은 '증상'에 신속하고 확실하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도구로 의약품이 홍보되고, 의료제공자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고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전략을 우선했다.
물론 진료 현장에서는 의학적 판단이나 의사의 재량에 따라 약물을 처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제약사가 승인받은 판매 목적과는 다르더라도 안전성과 효과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면, 의사는 환자에게 '적절한 처방'을 내릴 책임과 권한이 있다. 예로부터 이를 '허가범위 초과사용(Off-label use)'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초과사용과 오남용의 선은 점점 더 흐려지고 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둘러싼 정상의 기준은 나날이 엄격해지면서, 질병으로 분류되는 증상과 치료를 요구받는 영역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면접장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치료하고, 잠을 쪼개 얻은 공부 시간에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처방약을 필요로 하는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대로 좋을까.
K-감기약 레시피가 나날이 화려함을 더해가는 지금, 의료쇼핑과 의약품 오남용을 규제하자는 안, 의사와 환자를 처벌하자는 주장이 사회적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에게 최선의 처방을 내려줄 것이라는 믿음, 환자가 자신을 믿고 성실하게 약을 복용할 것이라는 신뢰는 끝없이 무너지는 중이다.
그 사이 정부는 감시망을 구축하고 보상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발표를 반복한다. 시장은 민첩하게 비대면진료를 위한 앱, 의료상담AI, 창고형 약국을 선보인다. 의료인들을 감시하고 처벌하겠다는 접근을 넘어, 의료인 없는 의료를 실현하는 듯 과감한 행보다. 이에 부응해 '환자가 요구하면 어쩔 수 없다'던 의료인도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를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어떤 책임인가? 의료인과 사회가 말하는 '책임'은, 적어도 인간의 존엄이나 건강한 삶을 책임지는 방향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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