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청사 통일부 간판 아래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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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짚어보고 토론해야 할 사안이겠지만, 나는 명칭 변경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실상 기능 부전 상태에 빠진 통일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사즉생'의 각오로 명칭부터 바꾸는 게 실용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통일부의 핵심적인 역할은 국내외에서 통일 기반을 조성하고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촉진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국내·남북관계·국제 차원에서 볼 때, 통일할 수 있는 여건은 가장 나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2018년 12월 체육회담을 끝으로 남북대화는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고, 교류협력도 '제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라는 명칭을 유지하는 게 어떤 실익이 있을까?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통일부라는 명칭이 품고 있는 '경직성'이다. 저쪽은 통일하기 싫다는데 우리가 이 명칭을 계속 고수하면 남북관계의 경직성을 풀기가 어려워진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남북관계의 미래는 다양한 경로로 설계할 수 있는데, 통일이라는 명칭 자체가 상상력과 유연성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24년 2월 한국이 쿠바와 수교하면서 대다수 언론은 "유엔 회원국 가운데 남은 나라(미수교국)는 시리아밖에 없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올해 4월 한국이 시리아와 수교하자 "모든 유엔 회원국가 수교를 맺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건 팩트 자체부터 맞지 않는다. 엄연한 유엔 회원국인 조선과는 미수교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보도가 줄을 잇는 이유는 '북한'은 우리 사회에서 과잉 소비되는 반면에, '조선'은 없는 존재처럼 취급하기 때문이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이자 통합을 지향하는 특수관계'
▲정부가 민간단체의 북한 주민 접촉을 허용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6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 경의선 도로에서 차량이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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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이러한 진단과 맞닿아 있다. 그건 바로 한국과 조선이 서로의 국가성을 인정하면서 '우호적이고 평화적인 남북관계'를 설계하는 데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명칭을 '남북관계부' 등으로 바꾼다고 해서 남북대화나 교류협력이 재개된다는 보장은 없다. 조선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조선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 상당수도 통일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명칭 변경이 조선에는 '서로가 국가성을 존중하면서 남북관계를 재설계하자'는 메시지를, 우리 국민에겐 '남북관계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상상력을 펼쳐보자'는 취지를 전하는 데 적격이라는 뜻이다.
나는 남북관계의 가장 바람직한 재설정은 '나라와 나라의 관계이자 통합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만들어가는 데에 있다고 본다. 통합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이 단어가 통일보다 더 크고 유연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이라는 그릇에는 통일도 담을 수 있기에 헌법과도 충돌하지 않는다. 그 출발점은 통일부를 남북관계부로 개칭하는 데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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