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동경 시내에서 열린 과로사 반대 시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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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노동 환경 전체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일본이지만 한계도 있다. 워라밸의 커다란 축이라 할 수 있는 '휴가' 또는 '휴식'에 관해서만큼은 아직도 소극적인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에서는 휴가를 쓰기 전 동료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폐를 끼쳐 죄송하다"라고 사과하는 것이 상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단주의가 강하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국민성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 근로자들은 자신의 사정에 맞춰서가 아닌 남들도 쉴 때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대형 연휴인 골든위크(4월 말~5월 초 일주일 정도의 연휴), 오봉 야스미(8월 13일~16일 전후의 여름휴가), 연말연시 등에는 일본 전체가 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기 일본 전역의 숙소, 항공, 교통 등의 가격은 폭등하고 관광지에는 사람들로 넘친다. 때문에 오히려 대형 연휴가 되어도 집에서 보내거나 근처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휴가와 관련해 근래 일본 미디어들이 자주 소개하는 단어 중 하나가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라는 말이다. '머무르다(Stay)'와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이 용어는 '멀리 떠나지 않고 자신의 집이나 근처 호텔 등에서 휴가를 즐기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의 호캉스와 유사한 개념이라 하겠다.
'글램핑(glamping)'을 즐긴다는 사람들도 많다. 글램핑은 세련된 것을 뜻하는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로 '텐트나 샤워 시설 등이 잘 갖춰진 시설에서 편하게 즐기는 캠핑'을 말한다. 특히 젊은 층과 가족 단위에게 환영받는 휴가 형태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일본인들도 있다. 이들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는 단연 한국이다. 2024년 한 해 만해도 약 320만 명의 일본인이 한국을 찾았다. 특히 20대 30대 젊은이들 중심으로 한국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고 한국 음식과 문화를 즐긴다.
한국의 인기가 높아지며 일본 국내에서 이색적인 이벤트가 생겨나기도 했다. 한국식 놀이나 한류 체험을 제공하는 호텔이나 리조트 등이 생겨난 것이다. 해당 숙박 시설들은 객실을 한국식 인테리어로 꾸미고 김밥이나 잡채 등의 한국 식사를 룸서비스로 제공한다. 투숙객들은 한국풍 디자인의 잠옷을 입고 객실에서 K-POP과 한국 드라마 등을 즐긴다.
해당 서비스를 사용한 적이 있다는 50대 여성 T는 "한국에 갈 수 없을 때 국내에서 한국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며 이번 여름휴가에는 실제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 말했다. 그는 "예전보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 음식과 문화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한일 양국의 교류가 더 활발해져서 서로의 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한국 음식 정말로 맛있어요!"라는 한국어와 함께 환한 웃음을 지었다.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일본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그러나 여전히 한계도 존재하는 가운데 일본의 노동자들이 눈치 보는 일 없이 건강한 워라밸을 실천할 수 있을까. '과로사의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일본 노동자들의 내일을 주목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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