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상에서의 실천이다. 김대건 베드로 신부는 미사를 나갈 때마다 이 회칙을 소개한다. 매일 이 회칙을 읽고, 묵상하고, 마음에 와닿았던 것들을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특히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서 조합 홍보를 위해 대전교구의 성당에 미사를 하러 가서는 더 그렇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서 탄소를 줄이고, 탄소 중립을 구현한 성당에 인증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으로 갈마동 성당이 탄소중립성당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때로는 호응이 없기도 하고, 왜 교회가 그런 걸 자꾸 하냐는 말을 대놓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의 변화도, 세상의 변화도 너무 더디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진짜 30분 동안 죽어라 얘기를 해도 '신부님 고생하시는데, 내가 한 구좌 기부할게요.' 이러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한 성당에서 천만 원 모으기도 쉽지 않았어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계속 쏟아부어도 뭐가 나오는 게 없는 거예요."
그러나 당연하게도, 김대건 베드로 신부에게 생태환경 문제에 힘쓰는 일은 신앙 행위이다. 앞에 나서는 걸 잘하는 성격이 아님에도, 뒤에서 서포트하는 걸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편임에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일이 신앙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하루 일과 중 3시간의 기도 시간은 그가 지치지 않고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준다.
"지치고 힘들면 나 혼자 이런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하거든요. 그런데 매일매일 기도하는 시간이 내가 활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는 걸 많이 느끼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내가 할 수 없는 건 하느님께 맡기자고 생각해요."
김대건 베드로 신부는 자신이 "스스로가 깨달아 삶이 바뀔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협동조합을 위해 하지 않는 일과 하는 일은 꽤 분명하다. 미사를 마친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조합원 가입 신청서를 돌리지 않는다. 이 일에 마음이 동해서 신청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 가입한 조합원에게는 직접 연주한 오카리나 곡과 직접 만든 팔찌 묵주를 선물한다. 조합원들의 영명축일(본인의 세례명을 기념하는 축일)에는 축하 문자도 보낸다. 모두 투병 후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시작한 일이다.
인상이 무섭다는 소리를 듣던 그가 비장하게 웃는 얼굴을 연습한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던 그가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하나하나 쌓아온 노하우다. 덕분에 지금은 신규 출자액보다도 증좌된 금액이 비교도 안 되게 크다. 증좌액이 매년 늘어난 덕분에 협동조합의 규모 자체도 많이 커졌다. 5년 전, 그가 이사장을 시작했을 때 101명으로 시작되었던 조합원이 2025년 5월 기준으로 2200명을 넘겼고, 출자금은 6050만 원에서 26억 이상으로 늘었으며 태양광 발전소는 35호까지 설치 중이다. 지구의 위기라는 거대한 문제에 압도당하는 대신,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할 수 있는 신앙 행위를 해나가는 것이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말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일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