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 협의체 구성에 따른 고김충현 대책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균특조위 권고안 즉시 이행 및 발전소 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민
발전소 노동자들은 지구를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노동자들이 공동체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면, 국가는 이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만 할 뿐,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TV 광고처럼, 바람과 태양을 이용한 깨끗한 재생에너지가 우리 눈앞에 갑자기 나타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석탄 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가 곧 안전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태안발전소에는 이미 태양광 설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 위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를 정비하는 노동자들은, 발을 딛는 부력재가 약해 물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이 깊고 유속이 빨라 위험하지만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태양광은 그 자체가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차단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은 대책위와의 인터뷰에서 "그 자를 때 옆에서 계속 스파크 튀어가면서 그냥 잘랐잖아", "소화기로 꺼 가면서 잘랐잖아"라며 정비 작업의 실태를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토론회에서도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6월 4일 대통령 취임 선서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 에너지 수입 대체, RE100 대비 등 기업 경쟁력 강화에 더해, 촘촘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로 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해 소멸 위기 지방을 살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지역민과 공유하겠다는 '햇빛연금'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것인 태양과 바람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모두에게 나누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전기를 생산하는 노동자의 이야기는 빠져 있습니다.
게다가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태안은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33.4%, 하동은 40.6%를 발전 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빠져나가면 지역의 부동산과 소상공인 등이 직격탄을 맞고, 지역 공동체는 소멸을 걱정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는 공동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앞에 '공공'이라는 두 글자를 붙여야 합니다. 민간 기업을 상대로, 폐쇄되는 발전소 노동자의 고용 문제를 책임지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불행히도 해상풍력단지의 92.8%는 민간 기업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뷔나에너지, 독일의 리뉴어블즈코리아 등 처음 들어보는 해외 투자자들도 태양과 바다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발전 산업이 '재생에너지'라는 가면을 쓰고 민영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고 김충현 사망사고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협의체에서,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과 안전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입니다.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청원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 주최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투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민
마침 공공재생에너지법 국민청원이 시작됩니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재생에너지 발전은 공공이 개발·소유·운영·관리한다"는 원칙을 법문화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동시에 폐쇄되는 화석연료 분야 노동자의 우선 고용 및 재취업 지원을 제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2차 하청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새로운 일자리인 공공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직무교육을 실시하며, 공공이 폐쇄하는 발전소 노동자의 고용을 책임지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지역 공동체를 지키는 대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용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는 그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물론, 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책 마련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어렵지만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6년 전, 우연히 살아남았던 김충현이 제2의 김용균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연히 살아남은 누군가가 제2의 김충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고 김충현의 동료들은 태안화력발전소 앞에 세워진 김용균 동상 옆에, 고 김충현을 기억하는 나무를 심기로 했습니다. 그 옆에 또 다른 산재 사망 노동자의 이름이 아니라, 대안을 심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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