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24 15:51최종 업데이트 25.06.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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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전쟁 소식이 들려온다. 이스라엘에 이어 결국 미국까지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했고, 고조되는 갈등에 확전 시 핵무기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는 말들에 걱정이 앞선다. 그렇게 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을 것이 분명하고, 그 일은 단순히 안타까운 일을 넘어 세계 전체의 재앙이 될 텐데,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과 우려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왜 세상의 고통은 계속되는가? 이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가 말한 "새로운 사람"이 떠올랐다. 오에 겐자부로는 지금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옛사람들"의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에세이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에서 "옛사람들은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를 핵무기에 의지해 지구의 평화를 보전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오에 겐자부로가 말하는 새로운 사람은 "적의를 소멸시키고, 화해를 달성하는" 사람이다. 이는 사도 바울의 말에서 비롯한 것이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죽음으로써 적의를 소멸하고 화해를 달성한, 대립하던 둘을 하나로 만든 새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대립하는 둘 관계란 개인일 수도 국가일 수도 있고, 세대 간, 종교 간의 갈등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둘 중 하나를 패배시키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사람 바로 "새로운 사람"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이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글을 쓸 때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으며,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살아 달라 부탁했다.

이 부탁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도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끝없는 질문을 통해 청년들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했다. 이는 기존의 것에 순응하지 않게 하는 힘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선입견과 관념을 떨치고, 맹목적인 순종과 무한정한 경쟁에 맞서 싸우라고 요청했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이를 "젊은이들이 이미 뚫려 있는 길로 접어들지 않게 하는 것"이며 "그들이 무엇인가 발명할 수 있게" 하여 참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참된 삶'은 "노력할 가치가 있는, 살아갈 보람이 있는, 그리고 돈이나 쾌락이나 권력을 훨씬 능가하는 무엇"이다.

새로운 사람, 스스로 되고 길러내고 지켜야

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란 공습 관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5.6.22연합뉴스

소파 방정환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말했다. 그는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들이 가진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가 "자비와 평등과 박애와 환희와 행복과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만, 한없이 많이 가지고 사는 이"이기에, 그들이 가진 무서운 힘이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엄혹하고 절망이 가득한 일제강점기 시절, 방정환은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잡지를 만들었다. 이는 삶의 기쁨을 간직한 어린이라는 새로운 사람이 식민 지배를 끝내고 온전한 자유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옛사람들의 세계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 단순히 세대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를 비참한 고통에 빠뜨렸던 선택을 한 옛사람들,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생각을 믿었던 옛사람들, 이익을 위해 폭력을 용인하고 이용하는 옛사람들, 불평등에 눈감고 탐욕에 눈멀었던 옛사람들의 세계를 딛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는 이가 새로운 사람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분열의 아픔을 헤아리며, 증오와 혐오가 낸 상처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새로운 사람, 우리는 그러한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고, 새로운 사람을 길러내야 하고, 새로운 사람을 지켜야 한다.

새 정부가 시작되었다. 앞 정부는 한없이 분열되고 서로를 향한 적대감과 혐오가 넘쳐나던 시대였다. 민주주의로 다시 세운 정부가 '새로운 사람'으로서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이전의 방식에서 완전히 버려야 할 것과는 절연하고, 지켜내야 할 것은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역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 적의를 소멸시키고 화해를 달성하는 시대를 열어가길 꿈꾼다.

그런 새로운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가능할 것이다. 그저 불안에 떨며 비극이 안 일어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분열을 멈추고 평화와 공생의 삶을 기필코 지켜내는 것이 말이다.

이윤영 / <인디고잉> 편집장이윤영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이윤영은 부산에 위치한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에서 발행하는 인문교양지 <인디고잉>의 편집장입니다. 청소년기부터 인디고 서원에서 활동하며 인문·문화·교육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세계와 소통하는 세계를 꿈꾸는 시민이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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