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서울의 도로 사진
Sungwoo Lee / Greenpeace
만약 평일의 하루, 출퇴근길 교통 체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영국의 플랫폼 런던 보고서는 주 4일제가 영국 전체의 총 온실가스 배출의 2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주 4일제는 출퇴근 시 발생하는 차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더 많은 여가시간은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한다. 스웨덴 정치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1%씩 노동시간이 단축될 때 온실가스 배출 또한 0.7% 혹은 0.8%까지 줄어들 수 있다.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새로운 방식의 삶을 선택할 기회가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뜻이고, 느리지만 건강한 삶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에도 좋다.
매 끼니 배달을 시켜 먹는 사람이 어느 날 포장 주문을 하고, 더 나아가 요리를 시도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개인의 건강을 넘어 지구 전체에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은 공원을 걸어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지역에서 진행하는 환경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던 주 4.5일제는 더 늘어난 여가시간을 모두에게 보장한다는 지점에서 긍정적이다. 너무 바쁘고 지친 사람은 더 지속 가능한 삶을 선택하기 어렵다. 그러나 0.5일의 업무를 위해 출근해야 한다면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는 효과적이지 못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노동시간 감축이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 위해서는 주 4.5일제, 혹은 주 4일제라는 정책 이외의 것들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더 좋은 '여가'를 만드는 방법
나 혼자 살아가기에도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숨 돌릴 수 있는 틈이 있다면 우리는 아마 그 틈을 통해 내 주변을 새롭게 보게 될 것이다. 이웃을 돌보고 친구를 돌보고 자연을 돌보는 일은 시간이 드는 일이다. 그리고 돌봄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어린이와 노인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돌봄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시간을 내서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슬픔을 함께 위로하고, 시간을 들여 청소와 빨래, 식사를 준비하지 않으면 나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도 유지될 수 없다.
주 4일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을 덜 하는 것이 세상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통계는 다른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거의 매년 노동시간의 측면에서 최상위권을 달리는 나라임에도, 사회적 연대감은 낮다. 고립·은둔 청년이 점점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시민의 사회적 연대는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일 부족 사회가 아니라 돌봄 부족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다. 주 4일제가 자연과 사람을 돌보는 세상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가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해야 한다. 우리는 과연 일상에서 탄소를 감축하고 남과 자연을 돌보는 방법을 충분히 알고 있을까? 유익하고 다양한 방식의 연결을 통해 여가를 보낼 방법이 없는 사회에서는, 여가시간이 확장된다고 해서 건강한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아이와 함께 플로깅(plogging)을 하는 시민의 모습
Yejin Kim / Greenpeace
방법을 모른다면 이제부터 배워나가면 된다. 더 좋은 여가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지역의 작은 공동체에서부터 시작하는 사회 참여 활동과 봉사활동, 선한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기획에 더 많은 재원이 투여될 필요가 있다. 관행적인 행사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처음부터 모여 이야기 나누고, 우리 동네에 무엇이 필요할지 의견을 제시하는 일도 참여를 증진하는데 필수적이다. 지역의 여러 문제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고 해결해 나가는 경험들은, 사회 전체의 문제에 관심 갖는 것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
주 4일제를 염원하는 사람들에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사소하지만 소중한 나의 지금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은 마음, 남과 나 그리고 자연을 보살피고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나는 대통령이 시민의 마음과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 주 4일제가 만들 변화는 '하루 늘어난 휴일'이라는 의미를 넘어, 사회를 새롭게 기획하는 방식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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