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8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2008년 표준지 공시지가 전국 최고액을 기록한 충무로1가 24-2번지 파스쿠찌 커피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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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위기 요인이 등장하여 이들 커피 기업 사이의 생존 경쟁을 더욱 절박하게 만들었다. 이해 3월 20일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아랍과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 주도 다국적 기업에 대한 저항과 불매운동이 확산되었다. 코카콜라와 맥도널드 등 미국 기반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스타벅스 등 커피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또 다른 위기 요인으로 등장한 것은 웰빙 문화의 등장이었다. 국민소득의 증가와 건강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의 확산으로 질 좋은 삶을 추구하는 웰빙족이 등장하였다. 웰빙족 사이에서 커피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었다.
세 번째 위기는 연이은 진보정권의 등장으로 확대된 노동자들의 권리 의식, 이런 변화를 흡수하지 못하는 기업인들의 권위의식 사이의 괴리로 인해 증가하고 있던 노사갈등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네슬레의 직장 폐쇄 조치였다. 노사갈등을 겪고 있던 네슬레코리아는 2003년 8월 22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직장 폐쇄 신고서를 제출하고 청담동 서울사무소 문을 닫았다.
한중일 스타벅스의 성패를 가른 것
이런 갈등을 지켜보던 스타벅스코리아는 문화마케팅을 선언하였다. 매스컴을 통한 광고보다 고객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었다. <난타> 공연 주관 기업과 제휴해 자사 커피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공연 티켓을 증정하는 행사, 수입 영화의 홍보 지원, 그리고 국내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개선 노력이었다.
외환은행과의 제휴를 통한 환전 수수료 할인 혜택과 은행 건물 내 매장 설치를 통한 고객 편의 제공, 화장품 및 패션 업계와의 제휴, 각종 봉사활동 참여와 쓰레기 분리수거를 통한 사회 기여 활동 등이었다. 이 외에도 스타벅스는 양로원 방문, 지하철역 도서 기증, 커피 농가 후원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전략을 꾸준히 펼쳤다.
이에 비해 스타벅스 고유의 정체성, 미국 커피 맛 유지에 몰두하던 일본과 중국의 스타벅스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오직 매장 수 확대에만 집중하던 스타벅스 재팬은 현지화 실패로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과 같은 해에 스타벅스가 진출한 중국도 매장 확대조차 어려울 정도로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일본과 중국 스타벅스가 한국의 현지화 전략과 문화마케팅을 흉내 내기 시작하였다. 단순히 커피 맛으로만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중국 스타벅스는 광고를 통해 뉴욕 입맛에 적응시키려는 전략을 포기하고 한국처럼 매장 입지 선택에 더 많은 투자를 했고 일본 스타벅스는 커피와 함께 술이나 음식을 파는 궁여지책을 선택하였다. 뒤늦은 현지화 전략이었고, 현지 문화나 소비자들의 문화적 욕구를 제대로 반영한 전략은 아니었다.
한국 스타벅스는 2003년에 시장점유율 40%를 기록하였고, 커피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도는 58.9%에 달하였다. 2위 브랜드인 토종 카페 로즈버드의 11.0%, 경쟁 브랜드 커피빈의 5.2%를 압도하는 선호도였다. 선호도 4.9%를 보이던 시애틀스베스트는 이해 5월 스타벅스에 흡수되었다.
한중일 스타벅스의 성패를 가른 것은 명분에 대한 집착 수준이었다. 오직 커피 맛 유지와 매장 수 확대에만 집착하던 일본과 중국의 스타벅스는 정체를 보이고 위기에 빠졌던 반면, 현지 문화나 소비자 욕구에 맞추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한국 스타벅스는 승승장구하였다. 소비자와의 소통이나 현지 문화와의 융합은 커피 맛으로 상징되는 명분보다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교훈이었다.
끊임없는 소통 전략
▲5월 29일 서울 광장시장에 스타벅스 스페셜 스토어 '광장마켓점'이 문을 열었다. 전통시장 내에 오픈하는 두번째 매장인 광장마켓점은 루프탑과 1, 2층 전체 좌석 수 250여 석 규모로 층별로 경험할 수 있는 공관과 메뉴를 다르게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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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를 내려놓고 소통을 시도했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에 59.6%에 이르렀다. 당시 스타벅스 선호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명분에 대한 집착과 소통의 실패로 진보 진영은 분열하였고, 지지도는 2003년 10월에 16.5%로 내려앉았다. 추구하던 대부분의 개혁 정책이 동력을 잃어갔다.
취임 초 실시된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8.2%로 나타났다. 22년 전 취임 초에 보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당시 커피 기업 스타벅스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의 스타벅스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추구했던 끊임없는 소통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권위를 내려놓는 말이나 행동만으로 국민의 지지 수준을 유지할 수는 없다. 정책이나 일의 내용이 국민의 기대에 다가가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 스타벅스처럼 오직 명분에 매달려서는 지지율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용과 질에서 일반 국민의 삶과 큰 거리감이 있는 삶을 살았던 인사들을 주요한 자리에 기용하는 것은 지극히 경계할 일이다. 오는 사람을 받아주는 것에서는 너그러워야 하지만 자리를 주는 것에서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커피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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