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변희수 하사 대전현충원 안장 1년을 맞아 대전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지난 6일 오후 대전현충원에서 '고 변희수 하사 추모식'을 열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당선은 까마득하고 목표도 이루지 못할 걸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나는 권영국 대표에게 내 표를 주었다. 사실 기표소에 들어가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선거는 정치적 의사 표시이기도 하다. 이 표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투표용지를 받고 후보자들의 이름을 보았을 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를 대변하는 후보는 한 사람이었다.
혁명의 시기에는 모두들 사이가 좋다. 공통의 적이 있고 그 세력을 무너뜨려야 하는 목표가 있다. 하지만 혁명이 끝나면 권력의 공백이 생기고 그 자리에 누가 앉을지 경쟁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념에 따라 혹은 집권의 유불리에 따라 누군가의 권리와 주장은 무시되거나 혹은 버려진다. 어제까지 광장에서 함께 달리던 이들은 사라지고 소수자들은 다시 홀로 남는다. 이미 박근혜 탄핵 국면 때도 겪었던 일이다. 역사는 다시 반복된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 등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일주일 만에 철회되었다. 온라인상 혐오표현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의 및 규율하도록 한 이 개정안에서 금지되는 차별·폭력 사유 중에는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보수 개신교 집단에서 이를 문제 삼았다. 헌법에 따라 혐오에 맞서고 보편 인권을 지키는 게 정치인의 일일 텐데, 오히려 혐오를 수용하고 '성적 지향'을 빼기 위해 법안을 철회한 것이다.
그리고 한때 광장의 동료 시민이었던 이들 또한 이를 묵인하거나 오히려 항의하는 성소수자들에게 정부와 여당을 방해하지 말고 입을 다물라고 요구했다. 그 항의 또한 우리가 함께 행사했던 주권자의 권리일 텐데 말이다.
탄핵 국면을 지나 대선을 거쳐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이렇다. 그리고 이건 나와 같은 소수자 동료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거나 상처에 재를 뿌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우리가 다수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수 속의 한 무리로 포함될 때도 있지만 소수자로서 우리는 늘 작고 외로웠고 하찮게 여겨졌다. 우리를 위해 나서줄 사람은 없다. 그 말은 우리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환희의 시간을 지나 지금 마주한 상황이 쓰라려도 주저앉을 시간은 없다. 0.98%는 실패의 상징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출발해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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