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2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서울 용산구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민
2024년 8월 6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이 타이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역사인식의 보유자다. 하필이면 독립군 토벌대 출신인 친일파 백선엽을 옹호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형석 관장은 2022년 4월 25일 자 블로그에 쓴 '백선엽은 6·25의 영웅인가, 친일반민족행위자인가?'에서 백선엽이 항일진압팀인 간도특설대에 근무한 경력이 그의 1980년대 및 1990년대 회고록에 언급된 사실을 증거로 제시한다.
김 관장은 "만약 백선엽이 간도특설대에서 반민족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면 숨기려 했을 터인데, 스스럼없이 몇 번이나 공개한 것은 나름으로 떳떳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행동일 것"이라고 변호한다. 간도특설대에서 반민족행위를 저질렀다면 그런 사실을 회고록에 썼겠느냐는 주장이다.
백선엽은 지도자급 인물치고는 '친일 감수성'이 무뎠다. 간도특설대 경력이 얼마나 악한 것인지를 제대로 몰랐다고 봐야 할 인물이다. 그는 1993년 일본에서 펴낸 <대게릴라전, 아메리카는 왜 졌는가>라는 회고록에서 "소규모이면서도 군기가 잡혀 있는 부대였기에 게릴라를 상대로 커다란 전과를 올렸던 것도 당연"하다며 간도특설대의 항일세력 토벌 성과를 자랑했다. 숨겨야 할 경력인지 자랑해야 할 경력인지 분간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가 영락없는 친일파였음을 웅변한다.
김형석 관장은 백선엽 회고록에 나오는 "우리가 좇은 게릴라 중에는 많이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라는 문장을 엉뚱하게 해석한다. "이 문장에서 '우리'는 '우리 부대' 즉 간도특설대를 가리키는 말이지 백선엽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라는 주석을 내놓는다.
'우리 부대가 항일 게릴라들을 토벌했다'고 했지 '내가 토벌했다'고 하지는 않았으므로 백선엽과 간도특설대를 연결할 수 없다는 논리다. 친일파 옹호를 위해 이처럼 황당한 궁리를 하는 인물이 지금 독립기념관장실에 앉아 있다.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2024년 10월 11일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 2024년 7월 30일 취임한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일제 식민지배가 한국을 근대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이런 궤변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식민지 한국과 일본 제국주의의 관계가 유럽연합(EU) 회원국 상호 간의 관계와 비슷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놓는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과 공저한 <반일종족주의>의 제4장에서 그는 일제의 '한국 침략'을 '지역 통합'으로 대체한 뒤 이렇게 설명한다.
"이러한 지역 통합은 일본제국 전체로 확대되었는데, 현재의 유럽연합인 EU와 닮아 있기 때문에 그것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EU는 참가국이 자신의 경제주권의 제약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지만, 일본의 지역 통합은 식민지에 대한 제국주의적 지배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역내의 각 지역이 완전히 개방되어 상품과 자본과 노동이 보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역내의 경제 변화가 급속히 촉진된다는 점에서는 EU와 동일한 효과를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예전 명칭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다. 일본의 '지역통합'으로 식민지와 제국주의 국가가 유럽연합 수준의 통합에 도달했다는 논리를 유포하는 학자가 한국인들의 정신문화에 영향을 주는 역사기관장이 되어 있다. 윤석열 내란이 낳은 진풍경이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2024년 10월 11일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 2024년 3월 12일 취임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한국인들이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것을 '자기연민과 한'으로 깎아내렸다. 그날의 언론보도에서 확인되듯이, 그는 취임 간담회에서 "일본이 과거에 대해 사죄하지 않는다는 기성세대의 인식을 젊은 세대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변국들의 역사 왜곡에 맞서 올바른 역사를 지켜내야 할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된 그는 "젊은 세대들은 일본에 대해 음식 좋고 가깝게 갔다 올 수 있는 좋은 곳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그런 청년층의 인식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5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자기 연민과 한의 역사가 있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으니 역사인식을 강요하지 말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성세대도 일본 여행을 즐긴다. 일본의 반인류 범죄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일본 문화의 좋은 면을 모르지 않는다. 또 일본의 반성을 촉구한다고 반드시 기성세대인 것도 아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장은 청년세대로 가득하다. 일본의 범죄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낡은 세대의 특징으로 폄하하는 인물이 지금 동북아역사재단을 이끌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전쟁이 첨예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역사기관장들은 한국 역사를 지키기보다는 한국을 상대로 총을 들이대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역사내란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다. 이런 상태로는 주변국의 역사전쟁 도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이 역사 안보를 망쳐 놓은 결과다.
역사기관장이 되어서는 안 될 인물들이 역사기관장 자리에 포진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역사 내란이 낳은 서글픈 현실이다. 이 역사 내란이 청산돼야 우리 사회는 윤석열의 망령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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