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02 11:04최종 업데이트 25.06.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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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탄소 중립 이미지연합=OGQ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공동체가 기후변화(지구 온난화)로 위기에 처해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덥게 만드는 원인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즉, 화석연료를 활용한 산업화 및 도시화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는 것은 물론 배출된 탄소를 흡착 또는 고정하여야 한다. 최근에는 '탄소중립-순 탄소배출 제로'라는 말이 기후위기 대응 패러다임으로 회자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각 국가의 자발적인 선택에 맡겨져 있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대통령 시절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지속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행 방안이 구호에 그치거나 구체적이지 않으므로 그 효과도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기후위기의 원인이자 피해지인 도시, 시스템 전환이 필요

'탄소중립'은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되는 매우 중요한 국가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가 배출되는 공간, 즉 도시를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도시는 산업화 이후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화석연료가 중심인 에너지와 희소한 자원을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고 소비하는 공간이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어 지구가 더워지며 자원을 무분별하게 채취하여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시는 기후위기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고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에 노출되기도 한다. 각종 보고서에서 보듯이 그 피해는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 사람과 생태계가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부분적으로 몇 가지만을 개선하는 정도가 아니라 도시 시스템 전체를 통합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자원을 보전하고 기후위기에 적응하도록 도시를 전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한 데 있다.

그것은 바로 도시의 신진대사(메타볼리즘)를 '선형경제 시스템(자원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제품을 만들어 사용한 후 최종적으로 폐기하는 체계)'에서 '순환경제 시스템(한번 채취한 자원을 활용하여 에너지나 제품을 생산·사용 후 폐기하지 않고 다시 사용하는 체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 소비, 폐기 전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원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사용하는 에너지도 화석에너지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게 된다. 순환경제 시스템을 적용하여 도시의 전체 공간을 탄소중립이 실현되도록 전환하게 되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2050 탄소중립'에 근접할 수 있다.

탄소중립도시 전환를 위한 전략적 접근

친환경 도시 이미지연합=OGQ

에너지와 자원이 순환하는 탄소중립도시로 전환하려면 아래 네 가지의 부문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첫째, 도시 내에서 자원과 사람이 이동하는 교통체계를 도시 공간에서 생산된 재생가능에너지(태양광, 바이오 가스 등)를 활용하는 대중교통, 보행, 자전거 등의 녹색 교통체계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승용차 중심의 도시 교통 체계를 위에서 언급한 녹색교통 체계로 혁신해야 한다. 특히, 도로에서 자전거나 전동 바이크와 같은 일인 교통이 편안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자전거 전용 차선을 설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보행자 도로는 더 이상 자전거, 오토바이, 전동 바이크 등이 위험하게 다니지 않게 되어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전한 보행환경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차선이 줄게 되면서 승용차 이용이 대폭 감소하여 교통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게 된다. 또한 운행하는 차량도 무공해차(전기·수소차)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사용후 배터리의 경우, 공급망 전반(핵심광물 채굴−가공 소재화−배터리 부품 제조−전기차 생산−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의 순환경제 밸류 체인 확보와 전 과정 탄소배출 제로화가 필요하다.

둘째, 도시에서 가장 에너지와 자원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단지(기존 및 신규)를 순환경제 기반(산업단지 내외에서 에너지와 자원이 순환하며 공생하여 이산화탄소 저감 및 경제 활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탄소 중립형 생태산업단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탄소국경조정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산업단지 정비 시 노후 설비 교체, 폐열 및 폐기물 재활용 순환 시스템 실현,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을 포함한 전면적 정비 계획을 수립하여 탄소중립 생태산업단지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신규 산업단지를 건설할 때에도 사전에 주변 지역과 산업단지의 에너지와 자원 순환을 고려하여 업종을 유치하고 배치하며, 자원 순환에 필요한 인프라를 설치하여야 한다. 특히, 탄소중립형 생태산업단지는 주변 지역 사회의 필요를 반영하여 폐자원의 에너지화 거점, 생태, 문화, 의료, 휴식 등의 거점이 되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셋째, 도시의 기후위기 대응과 적응은 물론 물순환을 통한 생태적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그린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그린 인프라는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에 있어 공 편익(탄소 흡수 및 폭염 저감 등)이 가장 높은 수단인 동시에 도시민이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녹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순환 체계를 회복하기 위해 도시 불투수 면적을 줄이는 한편, 저영향 개발 시설이 확보된 건축물과 투수 면적(공원, 녹지 등)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도시 생활권 공원(녹지)을 대폭 확대하여 도시 지역에 빈발하는 홍수 및 폭염을 예방하는 한편 휴식 공간을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넷째, 도시의 주거 생활 환경을 에너지 사용 및 폐자원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중립마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도시형/농촌형 탄소중립 마을로 나누어 조성할 필요가 있다. 도시형 탄소중립 마을의 경우, 기존 아파트나 주택촌(단독, 연립)을 대상으로 도시형 햇빛 발전 특구로 지정하고, 주민 주도로 협동조합을 조직하여 건물 옥상, 벽면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하여 햇빛 발전소를 설치하고 운영한다.

이를 위해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 부여, 장기 처리 융자 지원, 재개발·재건축 시 태양광 등 탄소중립 설비 의무화, 용적률 완화,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시설 설치 지원 등 혜택을 통한 민간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파트, 건물별 에너지자립형 마이크로 그리드 구축을 통해 생산전력은 단지 내에서 우선 소비하고, 잉여 전력은 인근 공유 혹은 전력망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주거단지 지하나 공용부지에 소형 자원순환 시설(예: 음식물쓰레기 동애등에 처리 시설 및 바이오가스화 설비 등)을 설치하여 생활폐기물을 현지에서 처리 혹은 에너지화하고, 회수된 열이나 전기는 자체 소비 후 매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햇빛발전 특구, 자원순환 특구 등의 시범 사업을 제도화하여 실시할 수 있다.

이처럼 도시를 에너지와 자원이 순환하는 탄소중립도시로 전환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폭 감축하는 한편, 기후위기에도 지혜롭게 적응할 수 있다.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재정적 지원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지탱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필자소개 : 반영운은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도시 및 지역 계획학 박사(환경 계획 및 정책 전공)를 취득하고,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현재 충북대학교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충청생태산업개발센터 센터장, 도시안전 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기후위기 대응, 생태도시 및 생태산업단지 개발, 탄소중립도시 모델 개발에 관한 연구를 이끌고 있다. <기후변화대응·탄소중립 도시계획>, <융합연구 방법론>, <위대한 도시의 조건> 등 저역서를 집필하고, 기후변화 및 생태도시 관련 다수 논문을 저명학술지에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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