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1일(현지시간)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이사회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모든 젊은 정치가 무의미하게 소진되거나 표피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낡은 문법을 거부하고, 새로운 언어와 태도로 시대를 설득해 낸 이들도 있다. 그들은 '젊다'는 사실에 기대지 않고, 젊음이라는 시간적 자산을 정치적 감각과 책임으로 전환해냈다.
2019년 핀란드의 산나 마린은 34세의 나이로 총리직에 올랐다. 불안과 혼란이 언어를 자극하던 시기에도, 그는 침묵과 절제로 리더십의 무게를 보여주었다.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앞에서 감정적 선동이 아니라, 신중한 설명과 투명한 책임으로 국민을 설득했다.
그는 젊어서 튄 것이 아니라, 젊기에 감당해 낸 사람이었다. 말은 신중했고 행동은 단호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결정은 누구보다 빠르고 분명했다. 젊다는 이유로 기대받기보다, 젊기 때문에 버텨낸 리더였다.
2021년 가브리엘 보리치는 36세의 나이로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광장의 분노를 단순히 자신을 위한 권력의 동력으로 삼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를 제도 속으로 이끌려는 성숙한 정치를 이끌었다.
'정치는 현실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다시 설계한다'는 신념을 가진, 열정적이면서도 노련한 젊은 정치인이었다. 비록 그가 야심 차게 추진한 개헌 국민투표는 부결됐지만, 기성의 질서를 답습하는 대신, 더 나은 구조를 향해 도전하는 태도만큼은 정치적 젊음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준 좋은 예였다.
그런 젊음은 위협이다
진짜 젊은 정치는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미래를 감당하려 한다. 말은 전략이 아니라 사유의 결과여야 하며, 말의 경박함은 곧 정치의 품격을 드러낸다. 젊은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젊은 정치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낡은 방식과는 결이 다른 상상력, 기성의 틀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 시대의 감각에 맞는 윤리적 책임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말의 기술이 아니라 책임의 무게로 입증되는 일이다. 혐오와 갈라치기로 존재감을 키우며, 정치를 자기 무대 연출을 위한 소품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기만이다.
말은 넘치지만 사유는 얕고 조롱은 빠르지만 책임은 실리지 않는다면, 그 젊음은 혁신이 아니라 파괴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 젊음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라 위협이다. 이제 우리는, 젊음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기만의 정치를 단호히 멈추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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