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 후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흐름과 달리, 한국은 아직 스포츠인을 외교 자산으로 공식 인식하는 틀을 갖추지 못했다. 손흥민은 뛰어난 선수였지만, 동시에 우연히 외교 최전선에 서게 된 인물이었다.
2025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은 문화정책 공약을 내세웠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세계 5대 문화강국 실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K-콘텐츠 지원 강화, 문화 예산 확대, 창작 환경 개선 등을 공약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인공지능(AI) 콘텐츠 특구와 지역 문화 균형을 강조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문화부 개편과 다문화 문화 적응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생활 문화 확충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네 후보 모두 스포츠를 문화외교 전략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체적인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손흥민과 같은 존재는 전략의 대상이 아니라 여전히 우연의 산물로 여겨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문화강국 비전과 콘텐츠 산업 전략 면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문화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특히 재외공관을 문화 전파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방침과 콘텐츠 수출 확대, 국제 공조대응 등은 문화외교로 확장 가능한 기반을 담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외교, 특히 해외 진출 엘리트 스포츠인의 문화외교적 활용과 관련된 전략은 여전히 부재하다. 이는 문화외교의 범위를 콘텐츠 산업에만 한정 짓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스포츠와 같은 비정치적 매개를 통한 외교 전략을 보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콘텐츠 수출에 관한 비전은 있으나, 스포츠인은 여전히 정책 바깥에 머문다. 정책의 산업화 논리는 갖췄지만, 국민 외교사절로서의 주체 육성이라는 문화외교의 본질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의 스포츠 정책은 경기력 향상, 메달 획득, 국제대회 유치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스포츠를 도구화하는 전통적 프레임으로, 외교 자산으로 활용하는 문화외교 전략과는 방향이 다르다.
해외 리그에서 활동하는 스포츠인이 문화적 대사로 기능하고, 팬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현지 커뮤니티에서 국적의 이미지를 체현할 때, 그는 실질적인 외교 수행자가 된다. 그것이 곧 공공외교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제도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계약과 체류, 언어와 정서적 지원, 귀국 후 커리어 전환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구조가 필요하다. 한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그 성취가 반복 가능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 문화외교 국가의 기반이다. 한국도 이제 스포츠인을 단순한 경기 참가자가 아니라, 외교 자산으로 육성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문체부와 외교부가 공동으로 스포츠 문화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전담 조직과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 진출 스포츠인을 위한 언어, 법률, 심리, 생활 적응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은퇴 후에는 국제 교류를 위한 외교 사절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지 스포츠 정책이 아니라, 외교 전략의 확장이다.
우리는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높이 쳐든 손흥민의 환한 웃음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 웃음이 혼자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 손흥민이 상징이 되었다면, 우리는 그를 따라 세계로 나아가려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문화외교는 단지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는 일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게 되는 개인들이 외롭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외교의 포장지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맺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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