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27 12:06최종 업데이트 25.05.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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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7일 당시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국노총 창립 78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날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한국노총이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수화기 너머로 경기지역의 어느 노동조합 간부가 벌컥 화를 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그 간부는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기사에서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접하고 항의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한국노총은 지난 4월 28일과 29일 양일간 임시대의원 대회 투표를 통해 21대 대통령 선거 지지 후보와 정당을 결정했습니다. 반헌법적 비상계엄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한 윤석열과 그를 옹호하는 국민의힘은 지지 정당 후보에서 제외됐습니다.

집권 3년 동안 근로 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분위기에 역행하며 기업이 주 69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도록 하고, 기업에 과도한 규제가 된다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무력화를 시도했습니다. 또한 노동자 파업에 과도한 손해배상을 막고 진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조법 2·3조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한국노동조합총연

투표 결과 87.7%의 압도적 지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지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이재명 후보 당선을 위해 전 조직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21대 대선 정치 방침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노총을 구성하는 주요 지역 조직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일보>는 지난 26일 <한노총 경기지역본부, 국민의힘 김문수 지지 선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의 일부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는 것입니다.

제목만 보면 한국노총의 공식 지역 조직이 마치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보이기에, 명백하게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는 기사였습니다. 오히려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는 지난 15일 소속 지역지부와 함께 한국노총의 방침대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의 김문수 지지? 이것이 오보인 이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한국노총부산지역 단위노동조합 대표자 지지선언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실 이번만이 아닙니다. 한국노총 중앙의 이재명 후보 지지 방침과 달리 한국노총의 지역 조직들이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많은 노동자가 분노했습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가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기사들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는 공식적으로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바 없으며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사실도 없습니다. 정확하게는 노동조합 간부 출신인 박진수 부산시의원(국민의힘)의 주도로 부산 지역의 일부 노동조합 전현직 간부들이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을 발표한 행사였습니다.

이들이 발표한 지지선언문에는 구체적으로 어느 노동조합의 누가 지지 선언에 동참했는지, 그 명단이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한국노총 부산지역 1490명의 노동자 지지 선언 명단을 한 발표한 때와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당시 지지 선언을 주도한 박 의원은 "국민의힘 임명장을 받고 활동하겠는지 묻고 개인적으로 다 확인을 했다"라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5월 13일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의 지지 선언'이라는 사진 기사 제목으로 "김문수 후보가 부산시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지지 선언 행사에 참석해 지지 선언 성명서를 전달받고 있다"라고 잘못된 보도를 했습니다.

속보성 기사로 영향력이 높은 통신사 <뉴스1> 역시 5월 13일 자 <'보수 텃밭' 지지층 결집 나선 김문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후보가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지지 선언식에 참석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천지일보>는 같은 날 <한국노총 부산본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가 국민의힘 부산시당을 방문해 김문수 대선후보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한국노총의 공식 지역 조직이 한국노총의 방침과 다르게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오인하게끔 만듭니다. 한국노총은 조합원 수와 사회적 영향력에서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계를 대표하는 조직입니다. 주요 선거에서 한국노총과 같은 큰 조직의 지지 선언은 유권자들의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언론의 무책임한 선거 보도는 선거에서 유권자의 여론 형성을 왜곡하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공론의 장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지난 13일 오후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노동계에서 21대 대선 방침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는 논조의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날 <노컷뉴스>는 <부산 한국노총 산별 대표들 "왜 김문수를 지지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노총 서울본부와 전북본부가 한국노총 중앙의 방침에 따라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으나 부산은 김문수를 지지해 노동계가 양분 구도가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대구 등으로 확산할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TV조선은 지난 16일 <270만 노동계 표심 어디로 양대 노총, 지지 후보 놓고 혼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산지역 일부 노조 간부의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을 들어 "양대 노총이 지지 후보를 놓고 이례적인 내부 혼선을 빚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부산지역본부의 공식 지지도 아니며 산별노조 현직 대표자 소수가 참석한 지지 선언을 두고 마치 노동계의 지지가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에게 균등하게 양분된 것 같은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한국노총이 윤석열을 옹호하고 반노동 정책을 일삼은 김문수 후보를 비판하고 이재명 후보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바 있음에도 말이지요.

<펜앤드마이크>는 지난 17일 아예 대놓고 기사 제목을 <[막전 막후] 김문수 후보로 기우는 한국노총>이라고 달았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현재 한국노총에 소속된 노동조합 중 조합원 수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금융산업노동조합이 민주당과 정책 협약을 통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또한 금속노동조합 연맹, 화학 노동조합연맹,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력 노동조합연맹 등 거대 규모의 산업별 노동조합들도 민주당과 정책협약을 통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경기지역본부, 대전지역본부, 충남 세종지역본부, 울산지역본부, 경남지역본부, 제주지역본부 등 전국의 광역본부는 물론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지부, 그리고 각종 업종별 노동조합 협의회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조직이 공식적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성명과 보도를 통해 그 사실을 공표했습니다.

한국노총 소속 산별 노동조합으로는 전국항공산업노동조합과 각 지역의 개별 단위 노동조합의 대표자 일부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공식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그 비율은 한국노총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기엔 턱없이 작습니다.

언론들의 오보, 김문수 후보측의 일정 공지가 문제였을까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지지선언 참석 공지국민의 힘 홈페이지 갈무리

이상한 일입니다. 명색이 대한민국의 유력 언론들이 어떻게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이렇게 하나같이 똑같이 보도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취재기자가 현장에서 지지 선언을 취재했다면 한국노총의 공식 지역 조직의 지지 선언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을 것인데 말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오보의 실마리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의 일정 공지에 있었습니다. 국민의힘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16:00에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지지 선언'을 한다고 후보 일정을 공지했습니다.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가 하지도 않은 지지 선언을 한 것처럼 보도한 여러 언론의 오보 출처가 바로 여기인 듯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군사독재 시절 노동운동에 투신했습니다. 이를 정치적 경력으로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노동조합의 지지에 누구보다 목말라하는 김문수 후보는 지난 4월 10일 국민의 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후 첫 행보로 전태일 기념관을 방문한 후 한국노총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반노동·반민주 윤석열 정권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김문수 후보와의 면담을 사전에 거부했습니다.

그런데도 김문수 후보는 무작정 한국노총을 찾았습니다. 결국 김동명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한 김문수 후보는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요. 이러한 김문수 후보의 행태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더욱 닫게 할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동철 시민기자는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천상담소 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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