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의 문자통역이 제공되고 있다박원진 AUD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가 AUD 문자통역이 제공되는 강연 현장에서 강연 중이다.
AUD사회적협동조합
- 창업동기 자체가 농난청 학생들의 교육 지원이었는데 이 문제가 아직도 심각한지?
"특수교육법에서 장애학생들에게 보조인력, 보조기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있기는 하다. AUD 설립 후 이제 웬만한 대학에서는 문자통역의 존재를 알게 됐지만 초중고교에서는 아직 잘 모르는 상황이다. 현장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고교에서는 과목을 맡고 있는 교과 교사가 문자통역사가 수업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기도 한단다. 지역에서는 문자통역사 구하기가 힘들어 난청 학생들이 문자통역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많다.
해외의 경우 문자통역사는 CART provider (Communication Access Real-time Translation provider)라고 불리며 별도 자격증도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문자통역사 양성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이고 아직 필요한 만큼의 의사소통지원이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재난 경보에서 소외되지 않았으면
- 농난청인이 사회에 드러나기 힘들고 지체장애 중에서도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애인 이유는 무엇인가?
"농난청인 지원은 수어통역이나 문자통역처럼 매번 인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해서 그렇다. 휠체어 이용자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경사로를 깔거나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점자블록처럼 한번 설치하면 어느 정도 지속이 되는 물리적 인프라와는 다르다. 물론 화상회의에서의 AI 자막 제공 등 기술을 통해 농난청인들의 삶이 상당 부분 개선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모든 상황을 AI가 대체하기는 어렵다. 키오스크가 생겼다 해서 알바생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 박 상임이사는 브라이언임팩트, 아름다운가게에서 지원하는 사회혁신가 펠로우로 뽑히기도 했다. 3년 전부터 AUD가 펠로우십을 만들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AUD는 올해 설립 11년차다. 농난청인은 의사소통의 특성상 다른 지체장애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사회에 드러나기가 조금 더 어렵다. 그래서 당사자들 중 체인지메이커들을 발굴해서 알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3년 전부터 매년 2명씩 총 6명 펠로우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사회혁신가, 연구자, 최초의 여성 농인 풋살팀 만든 분 등 다양한 이력의 농난청인 펠로우들이 있다. AUD 펠로우십에 선정되면 1년 동안 월 50만 원을 지원한다. 의사소통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 농난청인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 또한 AUD의 목표이기도 한데 농난청인과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에티켓이 있다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우선이다. 외국인을 만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할지 먼저 물어봐 주면 좋겠다. 농난청인이라고 생각되면 대뜸 수어로 이야기하는 청인이 있는데, 각자가 선호하는 방식이 있다. 농난청인과 소통할 땐 핸드폰 메모장 등을 열어서 소통 방식을 정하면 좋겠다. 나이가 많은 농인분들 중에는 문자를 모르는 분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농난청인은 필담으로 우선 소통 가능하다.
난청인의 경우에도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굳이 목소리를 크게 하거나 입모양을 과하게 할 필요는 없다. 크게 말하는 게 좋은지 톤도 물어보고 조율한 후 의사소통을 시작하면 된다. 행사를 준비할 때 농난청인이 올 예정이라면 당사자에게 미리 물어봐서 필요한 통역 서비스 제공하면 된다. 그래서 농난청인 참가자가 있는 행사 준비 가이드를 만들었다. 불특정 다수에게 오픈되는 행사라면 수어, 문자통역을 기본으로 갖추면 좋다."
- 이렇게 민간 부문에서 소통 솔루션 제공과 인식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새로운 정부에 바라는 바가 있는지?
"우선 전화 위주의 사회 소통 구조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민원 서비스, 금융, 의료, 행정 등은 대부분 전화 기반 구조로 작동한다. 농난청인은 STT(음성-문자), 문자 통화, 영상 자막 기능이 없으면 전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전화통화를 할 때 RTT(실시간 텍스트 통화)와 라이브 캡션 기능이 기본 제공되는데 한국은 해당 기능이 차단되어 있다.
AUD가 지원하는 문자통역 서비스는 서울과 일부 대도시 지자체 예산이나 민간 후원에 기반해 운영된다 .대부분 주간 시간대만 제공되기 때문에, 야간이나 긴급 상황(응급실, 위기 상담 등)에선 사용할 수 없다. 수업, 병원, 상담, 회의 등 정보가 오가는 모든 공적 현장에서 공공 인프라로서 문자통역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 11년간 쉼 없이 달려 왔는데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AUD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고, 조금 더 바란다면 농난청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농난청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이고 의사소통에 대한 사회 기본 인프라가 부실하다 보니 정책 등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본인이 농난청인임을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의사소통하기가 어렵다. 함께 모여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꿈이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인공와우 수술을 하고 듣기를 다시 배우는 중인데 한국엔 농난청인이 듣기 연습을 제대로 할 만한 마땅한 앱이 없더라. 영어 앱의 경우 오픈소스 기반으로 무료 앱이 많은데… 이런 앱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 지원을 알아보고 있다."
박원진 상임이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끊임없이 전체 사회에서의 농난청인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민이 드러난다. 다음 정부에서는 그가 바라는 대로 재난 경보에서 농난청인이 소외되지 않도록 자막·수어 알림이 생기고, 공공기관, 병원, 문화시설에 농난청인 소통을 위한 접근성 기술이 기본으로 탑재되는, '모든 사람을 잇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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