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29 07:15최종 업데이트 25.05.2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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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시작한 2025년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획 '넥스트 대한민국'을 통해 조기 대선 상황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남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편집자말]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의 모습연합뉴스

곧 새 정부가 출범한다. 기쁨과 기대의 국면이지만, 이번 정부는 필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방대하다. 계엄과 내란, 탄핵으로 몰아쳤던 정치 상황은 정말 많은 부분을 망가뜨렸다. 무역지수도, 경제 성장률도 하락을 넘어 추락했으며, 그렇지 않아도 분열 일색이던 국내 정치 상황은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더욱 심각하게 갈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우방국이자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를 교류 및 협력을 제한하는 '민감 국가'로 정의했다는 소식도 들려왔으며, 민주주의 지수 하락도 전에 없던 수준으로 보고되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발표한 2024 민주주의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발표 대상 167개 국가 중 32위를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10단계 추락한 결과였다.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하락 이유 중 하나는 "계엄 선포 시도 이후 국회와 국민 사이에 여론의 양극화와 긴장이 고조됐고, 이 상황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였다.


수출과 관세를 둘러싼 상황도 뭐 하나 만만한 구석이 없고, 전쟁과 G2 국면에서 제대로 된 외교를 펼치고 있는지도 불안하다. 곱씹어보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양한 측면에서 퇴보의 흐름으로 돌아섰는지 분하고 속 터진다. 일련의 상황을 초래한 과오와 잘못의 주체들에 대해선 철저하게 따져야 하겠지만, 일단 회복 기조로 한국호의 방향을 트는 작업이 중요하다.

언론과 미디어 분야에도 급한 사안이 적지 않게 쌓여있다. "먹고 사는 분야부터 챙겨야 하지 않나?" 반문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언론과 미디어는 실상 '민생'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의 삶을 흔들고 일상을 결정짓는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 95% 이상이며,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의 초연결 사회를 일상으로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콘텐츠는 언론과 미디어이다.

언론사의 숫자는 1만 개를 넘을 정도이며, 쏟아놓는 콘텐츠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하다. 언론사로 등록은 하지 않고 언론의 역할을 유사하게 수행하는 유튜버들의 숫자는 또 얼마인가. 곧 출범할 새 정부가 반드시 논의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판단되는 이슈들을 제언해 본다.

1. '유튜브 특별법' 만들자

굳이 법 앞에 사기업인 유튜브 이름까지 붙이자는 이유는, 단연 중요성 때문이다. 유튜브는 한국인들의 언론 및 미디어 소비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한국인 88%(약 4579만명)가 유튜브를 사용할 정도로 대중적이며, 여타 국가에서 보이는 나이별 사용률 차이도 우리나라에선 눈에 띄지 않는다.

5060 또한 사용률 40%를 상회할 만큼 전 연령대에 걸쳐 높은 대중성을 기록한다. 특히 뉴스를 유튜브로 보는 비율은 단연 세계 1위로, 한국인의 약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대답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 세계 평균인 30%보다 약 23%포인트가 높다는 설명도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었다. 대체 불가 플랫폼이란 뜻이다.

하지만, 독보적 위치와 영향력에 비해, 유튜브와 관련된 규정과 법은 사법 공백 혹은 지체라 할 정도로 듬성듬성하며, 실제 사용자들이 유튜브를 소비하는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그 유튜브 방송 봤어?"라고 말하며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유튜브를 통해 접하는 내용은 대체로 방송법의 적용이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콘텐츠에 문제가 발견될 경우, 정보통신망법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관심을 받겠지만, 주로 콘텐츠의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탓에 가짜뉴스의 특성이 다분해도 실제 조치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정 내용에 의해 명예훼손을 경험한다고 해도, 입증은 어렵고 처벌은 미미한 탓에,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 '유튜버'라 불리는 사람들이 만드는 폐해도 상당하다.

마치 자신들이 언론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다수이며, 기성 언론이 민심을 대변하지 못해 나섰다는 주장과 함께 '사적 제재'를 정당화하는 위험한 주장도 내놓는다. 실제 언론으로 등록된 경우도 존재하지만, 언론인으로 코스프레는 해도 정작 등록된 언론이 감당해야 할 책임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면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사법적 공백 및 허점과 함께 "웬만하면 처벌받지 않는" 게 바로 지금 유튜브의 상황이다. 미필적인 특혜를 받고 있는 상태나 다름없다.

수입도 흐릿하게 관리된다. 구독자와 클릭 수를 근거로 유튜브가 제공하는 광고비 등 편익 외에도, 후원금과 슈퍼챗 등 명목으로 수익도 올린다. 일련의 수입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제대로 챙기며 정당하게 세금을 매기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며 수익을 내는 '선수들'에 대한 규정과 원칙도 부재하거나 모호하지만, '기업' 유튜브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유튜브는 전 세계에 걸쳐 공통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콘텐츠 질서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지만, 유튜브로 인해 비롯되는 다양한 사회적 부작용들이 연일 보도된다.

법을 고민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다고 말하지만, 일정 부분 편익도 동시에 누리고 있는 탓에, 대충만 지적하고 넘어갈 뿐이다. 그렇게, 유튜브는 갈수록 압도적인 공룡으로 성장 중이다. 여든 야든, 진보든 보수든, 어떤 정권이든 간에 이제 폭탄 돌리기를 멈추고 유튜브 문제의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 유튜브에게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국가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 유튜브 특별법 정도는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

2. 사이버레커 없애려면

검찰이 유튜버 쯔양의 과거 이력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은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당사자 중 하나인 유튜버 구제역(이준희)이 지난해 7월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자진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이버레커로 악명높던 '구제역'이 실형이 확정되어 법정 구속된 사안에 대해,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구제역을 포함한 일부 사이버레커들의 행태가 혐오스럽고 반사회적인 것으로 비난을 받은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집행유예나 벌금이 아니라 실형 선고가 내려진 것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관련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만약 구제역이 쯔양에게 기존에 그가 주로 저지르던 수준에서 각종 카더라 정보와 악의적 주장을 적절히 섞어 유포했다면 이번처럼 실형이 선고되었을 가능성이 낮았을 거라는 의견에서 시사점이 느껴진다. 이번에 단죄를 받은 직접적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사이버레커로서의 본업'을 넘어 협박이나 공갈에 상응하는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튜버 쯔양에게 컨설팅 명목으로 돈을 받았을 뿐 아니라, 협박이나 공갈에 준하는 행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동료 레커들과 논의를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빴던 사실이 드러났다. 전모가 알려진 후, 검찰총장은 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으며, 플랫폼인 유튜브도 매우 이례적으로 빠르게 수익을 중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만약 구제역의 행각이 일정한 선을 넘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또 예전처럼 어물쩍 넘어가지 않았을까 의문을 갖게 한다. "표현의 자유" 등 가치가 회자되며 논쟁이 시작되었을 것이고, 거센 저항이 불편한 측에서도 머뭇거렸을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단호하고 빨랐던 유튜브의 입장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사실 사기업 유튜브 입장에서는 사이버레커로 불리는 '선수'들이 자신들이 국제적으로 정한 가이드라인을 심각하게 위배하지 않았을 경우, 그들에 대한 조치에 극도로 적극적일 이유는 없다. 콘텐츠의 내용이 무엇이든, 구독자와 조회수는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사이버레커는 사법적, 입법적 공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자극적이며 선정적 콘텐츠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적절히 반영한 저열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적절한 대상을 골라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유포하고 돈을 벌거나, 비밀을 지켜주겠다며 공갈을 치는 매우 사악한 돈벌이다.

현재 구제역과 동료들, 서부지법 폭동에서 활약한 사이버레커 일부는 구속 등 사유로 활동이 일시적으로 멈춰 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들이 탄생하고 활약할 수 있는 양분이 되었던 최적의 인프라는 여전하다. 새로운 정부는 사이버레커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전략적이며 단호한 정책과 규제 방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들이 언제든 다시 날뛸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없앨 수 있는 장치를 촘촘하게 준비해야 한다.

3. 사회를 편 가르는 정치 유튜버들

필자는 얼마 전 <관훈저널>(2025년 봄, 통권 174호)에 "한국 정치, 유튜브 때문에 망하는 이유"라는 칼럼을 썼다. 가장 중요한 이유로, 정치 유튜버들은 건강한 언론이라면 결코 선택하지 않을 '선전과 선동'을 소통의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의 원리를 편 가르기에서 찾는 파쇼적 특징을 보인다고 했다. 우클릭이든 좌클릭이든 그다지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적당히 팩트인 정보에 자신들의 신념을 섞은 뇌피셜을 보태 악의적으로 창조하거나 웃음으로 포장하는 한편, 어떤 말을 해도 웬만하면 책임지지 않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자극적일수록 더욱 쉽게 중독시키는 알고리즘과 수용자가 중독에 이르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누리게 되는 플랫폼의 미필적 방조가 정치 유튜버들의 대세화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정치 유튜버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명분으로 '기성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논리를 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상당수가 대중을 위한 건강한 대체자라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자칭 언론의 대체제라면 반드시 준수해야 할 원칙이나 윤리는 무시하고 클릭이나 조회수, 열혈 구독자들의 심기만을 신경 쓰며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심리적 내전'을 넘어 '실질적 내전'이라 할 만큼 불법 계엄이란 명백한 중죄를 놓고도 의견이 갈리던 우리 사회를 더욱 편 가르던 주요 변수 중에는 정치 유튜버, 시사 유튜버로 불리던 사람들의 활약이 있었다.

제공하는 정보의 선정성과 팩트 및 주장을 맘대로 넘나드는 자의성에도 불구하고, 정치 유튜버들의 활동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정작 이들의 위상을 논의하고 책임성을 요구하며 제재를 결정해야 할 정치권 인사들이 이들의 활동에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일정한 영향력에 도달한 정치-시사 유튜버들의 콘텐츠에는 기성 언론에서는 초대하기 힘든 정치인들이, 그것도 반복해서 출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영의 분열이 더욱 명확해질수록 반사적 편익을 크게 누릴 가능성이 다분한 정치-시사 유튜버들과의 동행이 계속되는 한, 정치인들이 폼나게 주장하는 화합과 공존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정치 유튜버들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넘으면 언론으로 등록시켜 언론에 부과되는 책임을 요구할 수도 있겠고, 차라리 제도권으로 흡수하여 관리의 대상으로 편입시킨 백악관 모델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4. 가짜 뉴스와 섞는 뉴스

가짜뉴스 이미지pixabay

언론인 제임스 볼은 그의 책 <개소리는 어떻게 대중을 정복했는가>에서 이성적, 상식적으로는 결코 대중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도대체 왜 유통을 넘어 세상을 지배할 만큼 주류 아이디어로 수용되는지 이유를 설명했다. 진실보다 무섭고 강력한 '탈진실'의 능력은 물론,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질적 확증 편향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지적했다. 주로 미국 이야기였지만, 책을 곱씹다 보면 우리나라의 현상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으며, '개소리'를 '가짜뉴스' '카더라 뉴스'로 바꿀 경우 어느 나라 상황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미국도 심하긴 하지만, 어쩌면 세상에서 가짜뉴스가 가장 쉽고 빠르게 퍼질 수 있는 인프라는 우리나라에 마련되어 있다. 누구나 세계 최고의 IT를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완비되어 있으며, 가족 간에도 정치적 견해를 밝히지 못할 만큼 극도로 양극화된 분열 국면이야말로, 가짜뉴스의 확산에 최적의 양분을 제공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는, 일어났으면 하는 일, 일어났다고 믿고 싶은 일, 주장하고 싶은 신념을 정해 필사적으로 퍼뜨리는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뉴스를 만들어 확산시켜도 웬만하면 처벌받지 않는 기막힌 규제 시스템도 가짜뉴스의 천국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는 혐의로 유튜브와 사법기관 등에 의해 강력하게 처벌받았다는 소식은 접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의 정확한 현실이다.

정부는 정치적 불안 시기나 선거철, 특정한 사건이 발생한 시점 등 대중이 가짜뉴스에 민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찾아오면 '신고 센터' 등 관리 대책을 내놓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후 가시적 성과를 올렸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 없다. 가짜뉴스의 '진짜' 원리에 대해 무지하거나, 가짜뉴스의 속성이나 실체, 제한 방법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반복되는 해프닝이다.

서강대 전상진 교수는 그의 책 <음모론의 시대>에서 가짜뉴스와 동일 맥락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한 음모론을 두고 "음모론은 단지 인지적 측면을 겨냥한 팩트체크 (사실 확인) 로는 해소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정확한 지적이다.

가짜뉴스의 대척점엔 '팩트체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짜뉴스를 진짜로 믿으려는 강력한 욕망이 있다. 신고 센터나 팩트체크 센터의 설치로 가짜뉴스가 해결될 것이란 생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새로운 정부는 본 사안이 진짜배기 세상의 몰락을 부추기는 망국의 변수임을 인지하고, 정치적 유불리에 상관없이 의지와 전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가짜뉴스의 일반화와 고착화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언젠가 대중이 "진실이 뭐 중요한가?"라는 신념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다. 악의 일반화, 허구의 대중화, 가짜의 상수화가 일어나기 전에 필사적 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법, 규정, 정책, 전 국민 인식 개선 등 어떤 방법이든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5. 공영방송을 공영방송답게

여야도 없었고, 진보와 보수도 없었다. 고생 끝에 정권을 득하게 되는 순간, 이전 주장과 명분은 모두 던져 버리고 공수만 바꿔 매우 유사하게 행동했다. 언론에 대해, 이제 우리의 세상이 왔으니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다고 믿거나, 최소한 우리 편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처럼 보였다. 때로는 듣도보도 못한 추악한 욕망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기상천외한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공영방송 사장 임명은 첨예한 이슈 중 하나였으며, 이사진 선임 또한 조용하게 진행된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들은 자릴 떠나며 소송에 돌입했고, 그러든지 말든지 새 정권 사람들은 자리를 차지하려 혈안이 되었다.

물론, 각 정당이 '정당성'을 주장하며 내어놓는 명분은 공정(Fair)이고 공공성(Public)이며, 국민(People)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온전히 믿기엔 상당히 비합리적인 결정들이 반복되었다. 정치권이 공영방송을 놓고 그렇게 격렬하게 싸우는 동안, 정작 정보 소비자들의 공영 방송에 대한 관심은 낮아졌다. 특히 MZ로 불리는 젊은 층, 즉 미디어에 있어 주요 소비자 그룹인 그들에게 TV 전체, 공영방송, 뉴스 프로그램 등은 안 그래도 관심이 옅어진 플랫폼이자 콘텐츠였다.

한창 공영방송 수신료 논쟁이 뜨거울 때, "보지도 않는데 왜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라는 젊은 층의 주장은, 기성세대와 여의도에서 격돌하고 있는 정치인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관심 자체가 약해진 최근 미디어 소비자들에게 공영방송의 사장이 누가 되는지, 이사진은 누구누구가 들어가는지 등 이슈들은 의미가 없다.

관련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정책이나 법, 규정 마련도 마찬가지 맥락일 수 있다. 새롭게 탄생하는 정부는 "왜 하필 우리가 잡았을 때 양보해야 하나?"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구국의 심정으로 공영방송 및 관련 기관의 '진짜' 정상화를 이루시길 희망한다. 역사에 남을 것이다.

6. OTT 콘텐츠 관리, 심의의 현실화

해외 OTT연합뉴스

웬만한 영화에서도 등장하기 힘든 성적 표현과 비속어가 자유롭게 등장한다. 그것도 최고의 인기를 기록 중인 셀럽들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삐 처리를 한다면 아마도 스토리가 전달되지 않을 정도가 아닐까 한다. 지상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고, 케이블이든 종편이든 TV에서 이 정도의 표현이 등장할 수는 없을 거라고 감히 확신한다. OTT 이야기다.

유튜브를 제외하면 현재 우리 대중이 접하는 다수의 영상 콘텐츠들에서 접할 수 있는 가장 '쎈' 표현과 그림들은 여지없이 OTT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된다. 숏폼 등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는 OTT 콘텐츠에 달린 댓글을 보면, 물론 열광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이래도 되나요?' 등 선정성과 자극성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현재 규정상으로는 '이래도' 되며, 문제 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OTT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에 대한 심의는 사실상 업계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OTT는 최근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시장에서 단연 강력하다. 영화사업, 영화관 사업이 수년째 돌파구를 못 찾는 배경에도, 공중파와 케이블을 포함한 전통적 영상 플랫폼에 광고 수익이 줄어 위협받는 환경에도, OTT의 약진은 중요한 변수다. 기존 잘 나가던 영화감독을 포함하여 유명 작가, 제작자, PD 다수가 OTT 산업으로 편입되어 주요 OTT 채널에 유통되는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 산업적 측면에서 내린 결정이 바로 자율심의 권한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가공할 영향력에 맞춰 요구되는 윤리적 측면과 사회 구성원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꼭 짚어야 할 시기가 왔다. 특히, 주요 OTT 중 하나인 <쿠팡 플레이> SNL 코리아의 경우 가히 독보적인 선정성과 욕설 사용 등으로 주목도를 확보하고 있다. 자율심의와 OTT 속 표현 관련 규정 미비, 관계 기관의 미필적 방조 분위기와 함께 콘텐츠가 보유한 선정성과 자극성의 수위는 끝을 모르고 자가증식 중이다.

물론 OTT의 성격상 일정한 요금이나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고 콘텐츠를 접하는 구조이며, 미성년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이 콘텐츠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용자 시각에서 잠시만 판단해 보면, 숏폼 형태로 제작될 경우 굳이 가입자가 아니라도 해당 영상을 비교적 자유롭게 접할 수 있다.

최근 미디어 상황과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규정의 지체, 사법적 아노미 현상의 사례가 아닐까. 새 정부는 실제 미디어 소비자들의 시각과 입장에서 정비되거나 마련되어야 할 규정과 법에 대해 영악하게 고민해 주길 부탁드린다.

7. AI 가 바꿀 미디어 세상, 질서는?

물리학 용어에 '특이점'이라고 있다. 다른 영역에도 가져와 쓰는데, 주로 특정한 사건이나 사안의 발생 전후가 그 정도를 가늠하기에 불가능할 만큼 중요하고 상징적인 이슈를 뜻한다. 언론, 미디어 영역에서 특이점의 반열에 오를만한 사건은 www의 출현을 꼽을 수도 있겠고, 스마트폰과 아이폰의 데뷔도 당연히 특이점이라 할 만하다. 최근 모두가 인정하는 엄청난 변화는 AI로부터 비롯된 상태다.

현재 AI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전에 없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언론과 미디어 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다. AI의 본격화는 대체로 설렘이나 낙관적 예측, 일상을 바꾸는 긍정 기대 등을 연출하고 있지만, AI를 활용해 방대하게 생산되고 있는 콘텐츠의 규모나 범위, 어떤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현실적 파악이 시급하다.

현재 일부 언론사는 본인들이 기사를 만들고 제공하는 단계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지만, 더욱 많은 언론사들은 개별 인력들이 알아서 판단하는 등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고 있다.

'AI 현주소'를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파악하는 작업은 향후 AI가 언론과 미디어 산업 속에서 어떻게 바람직하게 기능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AI로 인해 양산된 언론 정보에 대한 책임성, 책임 주체에 대한 논의도 가능할 것이며, 책임의 범위는 어디여야 하는가 등 불편하지만 반드시 짚어야 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무분별하고 원칙 없는 AI의 활용이 분야에 따라 재앙을 만들 가능성도 속속 제기된다⑺. 언론과 미디어 분야는 특히 부정적 조짐이 다수 예상되는 영역이다. 새 정부의 할 일이 태산이다.

[필자 소개]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하우즈미디어커뮤니케이션LAB 대표
https://www.howscomm.com/
덧붙이는 글 ⑴ "비상계엄에 국내 증시도 멘붕. 코스피 1.97% 하락 출발"매일경제, 2024년 12월 4일
⑵ "한국 결함있는 민주주의 국가. 민주주의 성숙도 10단계 하락" MBC 뉴스데스크, 2025년 2월 28일
⑶ "억대 수입 유튜버 절반이 10, 20대. 개인 후원금 세금 사각지대" 동아일보, 2024년 7월 16일
⑷ "쯔양 공갈 혐의 유튜버 구제역 징역 3년. 법정 구속"YTN, 2025년 2월 21일
⑸ "게임의 규칙을 무시하는 '반칙왕' 유튜버" 아시아 경제, 2025년 1월 24일
⑹ "이 순간에도 돈 버는 극우 유튜버, 사이버렉카, 유튜브만 승리자" 미디어 오늘, 2025년 4월 2일
⑺ "인간의 폐허 위에 쌓아 올린 AI의 바벨탑을 바라는가" 동아일보, 2025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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