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으로 촬영한 미세플라스틱
미국지질조사국
독일 '프라운호퍼 생산기술 및 설계연구소(Fraunhofer IPK)' 연구진은 공장에서 나오는 동물의 폐지방을 이용해 자연에서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PHB(Polyhydroxybutyrate)'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생산된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는 경로가 아닌 아예 원천 차단하는 경로를 택했다는 점에서 다른 기술과 차별된다.
폐지방에 특정 미생물을 넣어 발효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PHB는 기존 플라스틱처럼 다양한 제품으로 가공할 수 있고, 사용 후에는 흙이나 바다에서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자연스럽게 분해된다. 특히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가 아닌, 버려지던 지방을 재활용했기 때문에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는 점이 장점이다.[11] 플라스틱 자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이같은 관점의 연구 노력은 제거 노력보다는 더 진척된 편이다.
다만 여러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음에도 이 모든 연구의 실용화 문턱이 높다는 것이 미세플라스틱 제거 기술의 현주소다.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은 대부분 ▲ 실험실 수조 환경 ▲ 인위적으로 설정된 고농도 미세플라스틱 조건 ▲ 소규모 수계 모형 등에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실제 강, 바다, 정수장의 복잡한 환경에서는 ▲ 다양한 플라스틱 종류 ▲ 다중 오염물질(기름, 이온, 침전물) 존재 ▲ 수온과 염분 변화 등 수많은 변수가 있어 기술의 안정적 운용을 방해한다. 또한 많은 기술이 회수 비용과 운용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실험실-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12] 김기웅 한남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 기술들은 대부분 실험실 조건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대규모 환경 적용과 경제성, 장기적 신뢰성 확보라는 난관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13]
실험실 밖을 나서려면 일단 실험실에서 시작해야 하기에 첫 단계를 거치고 있는 건 그럼에도 긍정적인 신호이다. 이미 미세플라스틱이 대규모로 해양 등에 존재하고 언제든 생명체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처법은 미세플라스틱의 제거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다 위의 '플라스틱 사냥꾼'

▲씨빈으로 모이는 해양 쓰레기들
씨빈
제거에는 미세한 입자를 잡는 과학과 함께 미세입자가 되기 전의 큰 조각을 회수하는 물리적 대응 방법이 있다. '씨빈(Seabin)'은 호주에서 2015년 시작된 수상 쓰레기통 프로젝트로, '씨빈'은 프로젝트의 이름이자 바다 위를 떠다니며 각종 쓰레기와 기름을 흡입하는 해양 쓰레기 수거 장치를 뜻한다. 1년에 플라스틱 병 1만 1900개를 포획할 수 있으며 2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 또한 수거
가능하다.
원리는 단순하다. 수면에 떠 있는 부유 쓰레기들을 해수의 흐름을 따라 통 안으로 빨아들이는 식이다. 내부의 거름망이 쓰레기를 걸러내고, 깨끗한 물만 다시 내보낸다. 일부 씨빈은 부유하는 기름까지 포획할 수 있도록 개량됐다.[14]

▲씨빈 작동 원리
씨빈
현재까지 전 세계 869여 개가 설치된 씨빈은 2023~2024년에 47만 1503개의 플라스틱을 수거했다. 아직 해양 생물이 포획된 적은 없다.[15] 작은 장비지만,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공급지인 항만 지역을 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거대 설비로 태평양을 쓰레기지대를 청소하는 '오션 클린업(Ocean Cleanup)'은 네덜란드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이미 유명세를 얻고 있다. 2013년 당시 18세 환경운동가 보얀슬랫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16]
▲오션 클린업 운용 원리
오션 클린업
현재 운용 중인 '시스템03'은 두 척의 선박이 U자형 부유 장치를 펼쳐, 해류를 따라 떠다니는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은다. 작업 단계는 총 4단계로, 우선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플라스틱이 밀집한 핵심지역을 예측하고 수거하는 1단계에서 작업이 시작된다. 수집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선별하고 압축하는 과정이 2단계다. 이후 선별 및 압축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중간 처리 업체로 운반하는 3단계를 거쳐, 마지막 4단계에서는 중간 처리 업체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고 재활용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2023년 한 해에만 250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수거했으며, 현재는 '수거한 쓰레기의 추적 인증' 시스템까지 구축해 데이터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2040년까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의 플라스틱 90%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다. [17]
김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은 다양한 환경 변수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단일 기술만으로 해결하는 건 어렵다"며 "현장 검증과 적응성을 갖춘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18] 프러시안
블루 기반 응집 기술, 유영하는 미세청소입자 등과 같은 '과학적 제거 기술', '씨빈'과 '오션 클린업'과 같은 '수거 중심 프로젝트', 플라스틱의 원천 성분을 바꾸거나 분해되도록 하는 기술 등 각기 다른 방향의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라는 보이지 않지만 전면적이고 심각한 인류와 생명 전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이다. 핵심은 너무 늦지 않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이민경·문정인 기자(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김옥민 (주) 펨빅스 부사장, 이윤진 ESG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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