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26 11:31최종 업데이트 25.05.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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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빌뤼드의 대표 도나시앙 르 바이양(Donatien Le Vaillant)목수정

지난 기사 <프랑스 뒤집어 놓은 '신천지'... 충격적인 정부 공식보고서>가 나간 이후, 프랑스의 사이비 집단 정부 감시기구인 미빌뤼드 (Miviludes, 종파적일탈행위감시-퇴치위원회)의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을 전해왔다. 한국에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 굉장히 많지만, 이들을 감시하는 국가 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 국가가 이렇게 지원한다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다. 한국은 사이비 종교가 많은 나라고, 다른 나라에 수출까지 하는데, 미빌뤼드 같은 기구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오늘은 미빌뤼드의 구조와 역할에 대해 상세히 여쭙고자 한다.


"한국만 사이비 집단, 신앙을 수출하는 거 아니다. 프랑스도 많이 한다(웃음). 그리고, 미빌뤼드 같은 국가 기구가 없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벨기에, 독일,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 퀘벡 그리고 일본 정도에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가 파악한 바다. 유럽에 있는 기구끼리는 수시로 교류를 한다. 정보 교환도 하고, 서로의 경향을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 대표단이 우리 기관을 방문해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보고 가기도 했다."

- 보고서를 보면, 신고된 외국계 복음주의 사이비 교회가 한국계 중심으로 언급되고 있어서 충격이었다.

"신천지에 대한 신고가 많았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이지만 중국계, 영국계 단체도 보고서에 언급되고 있다. 여기에 실리지 않은 단체도 부지기수다. 사이비 단체 중, 복음주의 교회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신고가 많은 단체 위주로 추려서 실을 수밖에 없었다."

2025년 4월 발간된 프랑스 정부 기구 <종파적일탈행위감시-퇴치위원회 활동 보고서>MIVILUDES 사이트 캡쳐

- 2002년 미빌뤼드가 발족됐다. 이 단체가 탄생하게 된 구체적 계기가 있나?

" 70년대 통일교가 프랑스에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이런 류의 사회 문제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8년, 남미 가이아나에서 사이비종교 신자 900여 명이 집단 자살한 사건(인민 사원)이 있었다. 미국계 종교였기에 피해자 대부분이 미국인이었지만, 프랑스 사회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1983년 사회당 국회의원 알랭 비비안이 처음으로 프랑스 내 사이비 종교 문제 관련 보고서를 총리에게 제출한 바 있다. 보고서는 당시 프랑스에 위험이 감지되는 10여 개의 사이비 종교 단체가 있다고 알리고 있고, 이들을 감시할 수 있는 국가 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한 내용이다. 그리고 1994년, '태양의 사원'이란 이름의 사이비 집단(스위스, 프랑스)에서 74여 명의 집단자살 사고가 발생했다. 그 사건이 국가 기구 발족을 재촉한 직접적 동기였다고 할 수 있겠다. 1996년에 '사이비종교 감시원(Observatoire interministériel sur les sectes)'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족했고, 2002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 3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셈인데,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처음부터 여러 부처 간 합동 기구로 출발했고, 여전히 그런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미빌뤼드 관련 법안이 채택되면서, 법정 기구가 된 점이 특기할 만하겠다. 그 전엔 정권이 바뀌면 한순간 사라질 수도 있는 기구였다면, 지금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법률상의 지위를 가진 안정적 기구가 되었고, 예산도 과거보다 증액되었다."

- 그런 위상의 변화가 생긴 건,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미빌뤼드 보고서는 갑작스럽게 증가한 피해 수치를 보여주고 있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미빌뤼드에 접수된 사례는 2배로 증가했지만, 2020년과 2021년 사이, 불과 1년 동안 30%가 늘어났다. 이는 정확하게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일치한다."

- 그럼 코로나 팬데믹이 핵심적인 원인을 제공한 건가?

"원인은 복합적이다. 팬데믹이 끝나고 나서도 수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쉽게 유혹에 빠져들 수 있는 접근 통로가 생겨난 것도 이러한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기존의 큰 종교들이 점차 퇴조하면서, 역동적인 복음주의 교회들이 그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경향도 볼 수 있다.

그 자체에 대해 우리는 비판적 입장에 있지 않다. 프랑스 헌법은 모든 종류의 신앙을 존중한다. 그러나 개인의 믿음을 악용하여 피해를 발생시킬 때, 우리가 개입하고 법적 장치가 작동하는 것이다. 기존의 큰 종교들이 쇠락해 갔지만, 사람들에겐 여전히 신앙을 갈구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새로운 공동체, 신앙 단체들이 그 빈틈을 차지한 것이다. 영성, 신비주의(esoterism), 뉴에이지 등의 흐름이 그 맥락에 있다.

최근 들어, 특히 두드러지는 경향은 '지금, 여기에서'의 개인의 안녕과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과 웰빙의 영역에서 많은 공동체 집단들이 생겨났다. 그 자체는 전혀 나무랄 일이 아니나, 그중 일부에서 극단적인 피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고, 우린 거기에 개입한다."

- 구체적 예를 들면 어떤 것인가?

"최근 가장 흔하게 제기되는 사례가 특정 집단 혹은 치유사에 경도되어 암 치료를 중단하고, 가족과 절연하고 사라지는 사람들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가족들이 우리에게 연락을 취해온다. 자신의 자녀 혹은 부모가 암 치료를 거부하면서, 집을 떠나 다른 공동체로 갔다는 것이다. 간혹 그런 검증되지 않은 방식의 치료를 받던 가족이 사망했다며 알려오는 경우도 있다."

- 그 피해자 가족들이 미빌뤼드에 연락을 해올 때, 그들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 건가?

"가장 먼저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보다. 해당 공동체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를 묻는다. 그리고 피해 가족을 구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할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한다. 그들과 대화를 나눈 후 (메일·전화, 때로는 사무실로 직접 오게 해서) 그들의 필요에 따라 전문화되어 있는 사회단체로 연결을 해준다. 그러나 형사법에 저촉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땐, 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경우(45회/2024년)도 있다."

- 사이트를 보니, 전화로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사건 접수 자체는 메일이나 편지로만 가능하다. 현재 15명의 정직원이 해당 업무를 나눠 담당하는데, 전화로 접수를 받게 된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접수된 내용을 보고, 전화를 통해 상담을 할지, 메일을 통해 정보를 전할지를 판단한다. 문제가 심각하다 싶은 경우, 직접 오셔서 상담할 것을 청하기도 한다. 15명의 직원들은 교육부·내무부·재경부·법무부·보건부 등에서 파견된 분들로, 판사·경찰·약사·의사·교육청 소속 장학사 등 모두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다. 이들 외에 일부 계약직 직원들이 업무를 돕고 있다."

- 예를 들어,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시간과 돈, 인간관계를 다 잃은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미빌뤼드에 자신의 사례를 말하며 도움을 청하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가.

"피해자가 미빌뤼드와 상담을 거치고 나면, 우린 그에게 적합한 피해자 지원 사회단체를 소개해 준다.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대부분 피해자 가족들 중심으로 출발한 단체들로, 정부로부터 운영 자금을 지원받는다. 지원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가 심리적 지원이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속했던 집단을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심리적·사회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피해자 상담을 위해 380명의 피해자 전문 심리상담가 조직이 구축되어 있고, 피해자들은 그들로부터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 상담가들은 정부(법무부)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으며, 사이비 단체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전문 교육도 받는다.

그들이 온전히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길고 자책감·불안·두려움과 오래 싸워야 하므로, 심리 전문가들이 옆에서 긴 시간 그들을 돕는다. 많은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인식 하지 않으며, 따라서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가족이 사회단체의 도움을 받아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게 된다.

두 번째가 사회적 지원이다. 대부분 사회복지사와 연결하여 기존에 있는 사회적 지원(자립지원금·직업 교육·주거 등)들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형식이지만, 필요할 땐 미빌뤼드가 직접 나서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방금 사이비 단체를 탈출하여 오갈 데 없는 피해자가 있다면, 그들을 위한 거주지를 긴급히 마련해주도록 도청이나 시청 등에 직접 연락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그 밖의 재정적 보상은 재판을 통해서, 피해자가 관련 단체로부터 명확히 심리적/육체적 손상을 입도록 기술적인 압력을 받았는지가 입증되었을 때 이뤄진다.

세 번째는 법률적 지원이다. 미빌뤼드가 직접, 형사고발을 진행하여 검사가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 외에도, 각 사회단체들은 피해자들을 위한 법률적 절차들을 밟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사이비 집단 교주를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 지난해 미빌뤼드가 45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들었는데, 그중 한 사례를 말해줄 수 있는가?

"미자 요가(MISA YOGA)라는 단체가 대표적 케이스다. 파리 수도권 지역에서 미자요가에 의해 감금되어 있던 60명의 여성들이 경찰의 작전을 통해 풀려났다. 미빌뤼드를 통해서 최초 정보가 접수되고, 검찰 수사가 착수된 케이스 중 하나다.

30여 개 국가에 지부를 두고 있는 요가 단체로, 처음엔 인도의 탄트라 요가를 하는 단체로 시작되었으나, 성적 학대를 일삼는 사이비 종교로 둔갑하여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루마니아계 구루와 핵심 공범들 15명은 강간·납치·폭력·인신매매 등의 혐의로 모두 기소되어 현재 프랑스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에겐 최대 15년의 징역형이 내려질 전망이다.

보다 구체적인 사례들은 내무부 사이트에 미빌뤼드를 통해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증언을 담은 영상들이 있다. 그걸 참고하시면 좋겠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상담교사로 피해입은 아들의 사례를 증언하는 학부모 게나엘프랑스 내무부 동영상 캡쳐

영상 사례1)
코린 : "가톨릭 신자였던 나는 가족과 함께 가톨릭 계열의 한 기도 모임에 속해 있었다. 그 모임을 주도하는 교주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헌신적이고 다정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점점 그녀는 자신이 신이라고 우리에게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신도들의 돈으로 집을 사서 20여 명의 신도가 그 집에서 공동체 생활을 했다. 그녀는 모든 신도들의 돈을 관리했고, 악마를 내쫓는 행위라며 성원들 간에 성관계를 시키기도 했다. 조금씩 신도들의 모든 재산은 교주의 것이 되었다. 신도중 한 사람이 교주를 고소했고, 나도 피해자임이 입증되어, 정부를 통해 내가 빼앗긴 돈을 돌려 받았다."

영상 사례2)
게나엘 :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중학생 아들의 가방에서 종교단체에서 나온 브로슈어를 보게 되었다. 아들은 그것이 학교 소속 심리상담사가 준 것이라고 했다. 특정 종교에 탐닉하는 심리상담사는 심리 상담 대신, 아이들과 함께 상담실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고 다른 친구들을 상담실에 데려오도록 했다. 당시 아들은 병원 치료를 받는 중이었는데, 상담사는 병원 치료를 중단하도록 종용했고, 대신 돌을 주며 그 앞에서 기도하라고 했다. 상담사는 자신의 종교 공동체에 아들과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가 집단 자살을 계획하기도 했다. 아들은 점점 심리적으로 불안감에 시달렸다. 학교·교육청·경찰 등에 이 문제의 해결을 청했으나, 그들은 문제를 덮으려고만 했다. 결국 미빌뤼드를 통해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 아들이 이 악몽에서 헤어나오는 데 미빌뤼드가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다."

- 유럽 여러 나라에 미빌뤼드와 유사한 기구가 있는 걸로 안다. 그 국가들에서도, 프랑스와 같이 비슷하게 사이비 단체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중인가?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과 자주 정보를 교류하는 데, 그들도 최근 들어 높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그렇다면 지금 피해 사례가 증가하는 원인이 무엇인가?

"우리 역할은 현상을 그대로 파악하는 것이지 그 근본 원인을 파헤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사회학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다만, 최근 급증한 수치에서 주목할 수 있는 점은 '종교와 영성의 영역(35%)'보다 오히려 '건강과 웰빙의 영역(37%)'이 좀 더 높다는 사실이다."

- 종교 영역보다 건강 영역의 피해 사례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시민들 사이에 의료계 혹은 국가 전반에 대한 불신이 싹텄다고 추측한다. 백신의 필요성과 효율성에 대해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고, 동시에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던 이동통제령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몹시 고통스럽게 받아들였다. 의료계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하니, 다른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디지털 문화는 지금의 현상을 설명해 주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암 치료법'이라고 친다면, 거기에는 전형적인 의료진들이 제시하지 않는 대안적 방법들이 나와 있다. 첫 번째 답으로 나오는 것은 심지어 '스폰서링'된 광고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중들은 이 같은 답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별하기 힘들다.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확립된 치료 프로토콜보다, 몇몇 사람들이 말하는 자신이 경험한 대안적 치유법에 더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이다. 전통적 의료 영역이 이렇게 신뢰를 잃다 보니 혼란이 생겨나고, 그 혼란을 틈타 코칭·웰빙·영성·건강, 혹은 이 모두를 다 합친 집단들이 우후죽순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러한 현상에 맞서서 미빌뤼드가 할 수 있는 일은 관찰과 기록, 피해자 지원 정도인가?

"우리 혼자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우리는 질문에 답하고, 피해자들을 도와주고, 가장 위험한 사이비 분야가 어떤 것인지 예방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알린다. 전국에 있는 관련 분야의 사람들을 교육시키고, 형사법에 저촉되는 집단에 대해서는 직접 고발을 진행하고...이 정도면 벌써 많은 일을 하는 셈 아닌가?

우리가 직접 나서서, 의료계를 개혁하거나, 소셜미디어를 바꿀 수는 없다. 그밖에 관련 공무원·경찰·교사·의료진·의료 정책 관련 공무원·지방 의원 등 지난 3년간 1만 4000여 명에 이르는 관련 분야의 사람들에게 사이비 집단의 경향과 그 위험에 대해 알리는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문제에 맞선다."

- 그밖에 교과서를 통해서 학생들에게도 문제를 알리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그것은 지난해 법률안이 채택되면서, 교육부에서 담당하기로 한 영역이다. 중고등학교 시민윤리 과목의 '정교분리원칙(Laïcité)'을 다루는 장에서 사이비 단체의 존재와 위험을 말하는 내용이 수록되기로 예정되어 있다. 금년에 진행 중인 내용이고, 아직 그 결과를 확인한 바는 없다."

- 미빌뤼드가 직접 사이비 집단의 교주들을 만나거나 하는 일은 없나?

"없다. 우리는 그들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나 수사를 진행하진 않는다. 그것은 경찰과 법무부의 영역이고, 우리는 예방과 정보의 전달, 피해자 지원만을 우리의 영역으로 삼고 있다."

국가의 의미를 확인시켜 주는 '안전망'

미빌뤼드 보고서에 보면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사이비 집단 탈출기를 증언하고 있다.pexels.com

- 그렇다면, 미빌뤼드는 어떤 방식으로 업무의 효율을 측정하시는가?

"음... 그건 매우 복합적인 문제다."

- 예를 들면, A 종교와 관련해서 많은 사람들이 미빌뤼드에 신고했고, 그로 인해서 A 종교의 사례가 널리 알려졌다. 그렇다면 사실상 프랑스의 A 종교는 와해됐다고 보는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들이 같은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막았다면, 우리로서는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미 종교에 발 담근 사람들을 모두 빠져나오게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들 스스로 자각하지 않는다면."

- 최근 방송을 통해, 사이비 집단에 대한 위험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한 걸로 안다. 처음인가?

"처음이다. 정부가 해당 예산을 지급하면서,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정부와 국회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내무부 장관은 올해 나온 보고서를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각 정부 부처·정부 의료 기관 등에 자신의 자필 서명이 담긴 편지와 함께 보고서 수백 권을 전달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보면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사이비 집단 탈출기를 증언하고 있는데, 그렇게 쌓여가는 증언들이 우리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 주는 매우 중요한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미빌뤼드의 업무 효율성과 관련한 질문에 또 하나의 예를 든다면, 전 세계적인 사이비 종교 집단에 속한 교인들의 숫자를 살펴볼 때,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집단들에 대한 경각심, 사회적 논의가 어느 정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 미빌뤼드에 신고된 수치가 10년 만에 2배로 늘었다는 것은 한편으론 피해사례가 늘었다는 의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빌뤼드의 존재가 더 널리 알려져서 피해자들이 더 많이 신고하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 같다.

"정확히 그러하다."

- 25년 전 내가 프랑스에 처음 왔을 때, 이 나라는 무신론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라고 느꼈다.

"프랑스는 종교로 인한 갈등, 전쟁의 상처를 깊게 입은 나라다. 그런 역사가 종교에 대해서 매우 조심스러운 사회적 태도를 가지게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신앙을 져버린 것은 아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 미빌뤼드는 종교를 둘러싼 여러 가지 퍼즐 가운데 우리 몫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사회 여러 단위가 각자의 퍼즐을 들고서 이 전체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한다."

- 점점 피해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조직의 규모를 키운다든가, 전략을 바꾼다든가 하는 고민은 없나?

"지금으로선 우리의 전략은 '예방'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 혼자가 아니라, 교육부·법무부·내무부·보건부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다루고 있다. 우리는 확보한 정보를 최대한 그들과 나누며, 광범위한 영역에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한다. 2023년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200여 명의 관련 공무원들이 이틀 동안 모여서 각자의 역할을 논의하는 마라톤 회의를 가진 바 있다. 그 회의 결과에 기초하여, 정치 영역에서 이 문제를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 최근 일본 대표단을 맞이하셨다고 했는데, 일본 정부는 통일교를 해산하기로 하는 결정을 했다고 들었다. 미빌뤼드는 그런 종류의 판단, 결정을 하실 계획은 없는가?

"지금까진 특정 종교를 해산하거나 금지하는 결정을 한 바는 없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법원에서 진행될 수 있는 결정일 것이다."

- 미빌뤼드에 해당하는 유럽 다른 나라에 있는 기구들의 역할은 어떠한가? 좀 더 강력한 개입을 하는 조직이 있나?

"우리가 알기론 대부분 미빌뤼드처럼 현상을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신고를 접수하고, 피해자를 돕는 '감시와 예방'에 방점을 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분야에 있어서, 3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빌뤼드는 작업의 연속성과 전문성 면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 조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30년간 꾸준히 사이비 종교 단체를 감시·관찰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해온 미빌뤼드는 15명의 소수정예 직원을 두고 활동하면서도 부처 간의 치밀한 협력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었다. 모든 신앙에 대해 존중하는 '신앙 자유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으면서, 형사적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벌어졌을 땐 지체 없이 검찰의 개입을 요구하는 민첩함을 보이며 '예방 효과'를 최대치로 발휘하고 있다. 특히 심리적·육체적·금전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국가가 지원해 주는 시스템은, 수렁에서 나온 사람들을 향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잡아주는 '안전망'으로서 국가의 의미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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