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05 16:02최종 업데이트 25.06.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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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OGQ

무엇으로 짓든, 구석구석 꼼꼼하게 제대로 시공한 집이 하자가 없고 좋은 집이다. 온라인으로 검색하면 종합 건설사부터 소규모 건축물 시공업자까지 많은 사이트들이 나온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부터 시크하고 세련된 곳이 있는가 하면, 세기말 레트로 콘셉트인가 싶을 정도로 올드한 곳이 있다. 혹은 포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나 개인 SNS를 홈페이지로 삼는 시공사도 있다.

어느 분야든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다르다. 이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홈페이지가 깔끔하고 포트폴리오에 지은 집들이 모던하며, 동영상으로 빠르고 간략하게 공정을 훑으며 화사하게 완성된 집의 내외부를 짠! 하고 보여주는 시공사에 관심이 가기 쉽다. 사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이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공산이 크다.


짓고자 하는 집의 골조가 정해졌다면 기초·구조·단열·기밀·방수·설비·전기 등 공정에 관하여 최대한 공부할 것을 권한다.

난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아본 결과 시공사와 계약 시 상세히 확인하고 협의했어야 하는 많은 항목들을 간과하였다. 예를 들어 공정별로 어떤 자재를 사용해서 마감은 어떻게 하는지, 테이프(Tape)는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 석고보드 체결은 타카(tacker)가 아닌 스크루(screw)사용을 원하는데 시공사가 경험이 있는지, 그렇게 했을 때 자재비나 인건비 상승은 얼마나 되는지, 이러한 요구안을 반영하여 예상 견적 자료로 건축주에게 내밀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시공사인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공사가 편하고 이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집을 시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방향이 건축주의 생각과 일치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밑지며 장사한다'는 말이 인류 최고의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건설사나 시공사는 'MBC 러브하우스'거나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무조건 저렴하게 집을 지어줄 이유도, 손해 보며 같은 값에 고급 자재를 쓸 리도 없다.

'평당 500-600만 원'의 건축비를 맹신하면 집이 완공되기까지 당황스러울 일이 꽤 생길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같이 자재 공급 및 물류난으로 자재비가 급등할 수 있고, 기초·전기·설비 등 도급업체에서 시공 후 예상보다 품을 들였다며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 분야의 비전문가다.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최대한 상세하게 협의하고 계약을 해야 한다.

써놓고 보니 시공사를 '악의 축' 정도의 경계할 대상으로 만든 것 같은데 아닌 곳도 분명히 있다. 시공 품질을 올리고 더 낮은 비용으로 성능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동시다발적 시공 현장 관리를 지양하고 적정 이윤을 추구하는, '하자 없는 집'을 아카이브 삼아 명성을 쌓아가는 시공사도 있다. 일부 비양심적인 무리들이 그렇지 않은 회사까지 싸잡아 욕보이는 것이다. 폭리를 추구하는 무리들이 수틀리면 공사 중단, 잠적 그리고 하자 있는 집을 만들며 건축주의 인생까지 병들게 만든다.

찾아보면 자신 있게 전체 시공 과정을 동영상으로 게시한 곳들이 있다. 살펴보면 일반적인 시공 방법에 더해 기초공사의 방수와 단열을 위해 추가 공정을 두는 곳, 단열층을 깨뜨리는 설비 루트를 최소화하거나 우회하는 시공을 하는 곳, 일정한 수압과 수온을 위해 더 진보된 배관 기법을 쓰는 곳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연구하고 적용하는 곳이 보인다.

나의 경우는 어땠나?

한정된 자원으로 집을 짓는 일은 인륜지대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기엔 남들에 비해 이틀도 고민하지 않은 채 토지를 계약했고, 건축 공정에 대한 공부를 깊게 하지 않았다. 한 집짓기 카페를 보니 몇 년을 공부하고 수차례 토지 임장을 가서 고민 끝에 집을 짓는 분도 있는데, 나는 수영장 탈의실에서 그저 빨리 입수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옷을 벗는 어린아이처럼 심사숙고 없이 뛰어들었다. 시간순으로 내가 경험하면서 후회한 바를 풀어볼 테니, 독자분께서는 타산지석 삼길 바란다.

'기획설계 평면도'를 검색해서 찾은 대여섯 군데 시공사에 예상 비용을 문의했다. 보통 문자 메시지로 평당 OOO만 원대라는 회신이 왔는데, 한 시공사는 휴일임에도 전화 연락이 와서 이것저것 상담해 줬다. 게다가 번지르르한 홈페이지도 없고 블로그로 시공 기록을 다소 투박하게 남긴 것을 '현장에 집중하느라 별도 홈페이지 관리나 SNS 홍보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구나'하고 좋게만 해석했다. 쓸데없이 긍정적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경향은 흑역사를 축적해 왔는데, 당시에도 그랬다. 예비 건축주라면 이처럼 느낌으로 시공사를 판단하면 안 되고, 항상 매의 눈으로 꼼꼼히 따져봐야 후회하지 않는 집 짓기를 할 수 있다.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을 때 더 상세한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체계적으로 대화가 진행된다기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그때그때 떠 오르는 소재로 대화가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건축 예산은 얼마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30평형 1.5 억대 생각한다' 답을 하자, 사장님은 건축주가 희망하는 대략적인 주택의 스펙을 확인 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지붕재는 아스팔트 슁글 또는 컬러강판으로 바꾸고, 외장재는 돈을 더 들여서 세라믹사이딩으로. 지열보일러는 비용이 과다하고 수리가 필요할 때 곤란하니 빼자. 전열교환기*는 왜 하냐, 차라리 실내에 공기청정기 두어 대 설치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

이런 식으로 꽤 긴 시간 중구난방으로 상담이 진행되었다.

*전열교환기(열회수환기장치)
건축 기술의 발달로 건축물 안에서 과거와 같이 웃풍을 느끼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현대 건축물의 실내는 '급기(給氣)'의 필요성이 증대된다는 뜻이다. 새로운 공기를 공급하고 실내에 쌓인 이산화탄소, 각종 가구에서 내뿜는 라돈과 같은 해로운 기체를 외부로 배출하기 위해서는 환기를 자주 해야 하는데 연중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운 날이 많지 않으므로 이를 위해 열회수환기장치(전열교환기)는 주택의 형태와 관계없이 꼭 필요한 기계라고 생각한다. 공기청정기와는 그 역할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도 개략적인 건축물 스펙은 언급되었고 평당 약 530만 원(싱크대 등 부대비용 제외)에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에 뭔가 불확실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해소되는 것만 같았다. 거주 중이었던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이 1.6억 원이었으니 상담대로라면 건축비는 준비된 셈이었으니까.

상담 후 식사도 제공해 주신다고 해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내가 재직 중인 회사의 선배와 대학 시절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한다. 전반적인 건축 비용 규모를 알 수 있어서 마음도 한층 가벼워졌는데, 이런 이야기까지 들으니 비이성적으로 끌리기 시작했다. 한 영화의 명대사처럼 '우주의 기운이 나를 감싸고 있다 아이가!'

때문에 이후 다른 시공사는 더 알아보지 않고 이 시공사와의 계약을 마음먹었다. 건축사를 통한 도면이 없는 시점이어서 설계사를 거쳐 이 시공사와의 정식 계약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이때까지 지속적으로 이것저것 문의하며 소통을 했다.

다 지나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아무나 집 짓는 거 아니라며 건축사인 친구가 시공사를 운영하는 선배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 이상을 소통한 사장님이 있는데 갑자기 연락을 끊고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은, 모질지 못한 내 캐릭터 탓도 있지만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건축사를 만나기 전까지

전반적인 아웃라인을 단순화하여 'ㄴ' 자에 가까웠던 평면을 'ㄷ'로 수정했고, 얄상한 예각의 hip 지붕(모임지붕)을 생각했는데 조금 더 큰 지붕각을 가진 '박공지붕'으로 갈 것을 시공사로부터 제안받고 스케치업(SketchUp) 프로그램을 이용해 반영했다.

초기 구상했던 집의 형상. 모임지붕을 생각.김동의

시공사의 제안대로 변경한 박공지붕 형상김동의

'형상 단순화'는 시공성이 좋아 하자가 줄어든다. 이는 건축주에게도 좋지만 AS 비용 측면에서 시공사에게도 좋다. 평면도 단순화 & 직선화는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한다.

시공사 제안대로 평면도의 아웃라인을 직사각형에 가깝게 수정김동의

그러나 hip 지붕으로 하면 박공지붕 대비 비용이 얼마나 상승하는지, 또 하자 위험이 있는지 다시 물어나 볼 걸. 신흥무관학교 스타일의 단출한 느낌의 집, 전반적으로 엣지있는 집을 생각했는데 지금의 박공지붕은 뭔가 둔탁하고 큰 모자를 쓰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첫 미팅 이후에도 수차례 시공사와 협의하며 결정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다. 다음 편에서 이 과정에서 어떻게 소통해 왔고 건축주 입장에서 무슨 고충이 있었는지 공정별로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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