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국회답변 자료(2024.11)한국도로공사는 주유소 결제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중개서버를 구축하고 과잉금 자동 추출 프로그램 개발하며, 카드사와 연계한 자동환불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K휴게소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용하는 카드가 몇 종류나 될까요? 카드만 있나요? 페이는요? 지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애플페이 결제가 안 되는데, 주유소에서 얼마 되지도 않을 결제를 위해 카드사마다 연계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까요?
기술개발 비용은요? 카드 결제 1건 당 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고작 10~50원 정도인데, 전체적으로 수십~수백 억 원이 소요되는 기술을 도로공사 정보시스템과 연계하기 위해 누가 개발할까요?
도로공사가 굳이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VAN수수료입니다.
VAN수수료
VAN이란 카드사를 대신해 결제에 관계된 업무를 처리하고 일정 수수료를 카드사에서 받아 운영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휴게소, 주유소에서는 POS단말기를 관리하고 영수증을 발행하며 통신망을 연결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는 결제건수가 워낙 많다 보니(50만 건/1일) 한 건에 10원, 20원을 받아도 돈이 됩니다. 보통 휴게소의 경우 건당 10~20원, 주유소의 경우 건당 30~40원의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이는 개인 수입으로는 꽤 큰 돈입니다. 게다가 VAN사 대리점을 차리는 건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로 영업력만 있다면 투자비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너도 나도 힘있는 관계자들이 VAN사 대리점을 세우고 인맥을 이용해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를 장악했습니다. 도로공사가 만든 자회사도 있고, 도로공사 퇴직자가 만든 회사도 있으며, 휴게소 본사에서 만든 VAN사도 있고, 휴게소와 인맥이 좋은 개인이 만든 VAN사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VAN사들은 직·간접적으로 도로공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 VAN사에 도로공사 퇴직자가 근무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해당 VAN을 교체하려고 시도하면 여기저기에서 연락이 올 것입니다. 처음엔 도로공사 퇴직자에게 오다가 나중에는 현직 도로공사 임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올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전·현직 임직원들은 모두 휴게시설 평가업무를 했거나 이에 관련된 사람들입니다.
그 상황에서 VAN사를 바꿀 수 있을까요? 단지 고객을 위해? 결제취소 민원해결을 위해? 지금 도로공사부터 국회 답변자료로 엉뚱한 해결방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개별 주유소 운영사가 과연 혁신에 나설 수 있을까요?
특정기업만이 갖는 정보처리 기술이 문제가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사용료만 지불하고 기존 VAN을 이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셀프주유기 결제오류 문제가 10년째 해결되지 못한 이유는 관련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존 시스템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이들을 가리켜 도공OB, 도피아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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