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대선개입 중지하라!"4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앞에서 촛불행동 회원들이 ‘대법원의 이재명 대표 사건 비정상 심리 속행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대선개입 중지를 촉구했다.
권우성
민주주의의 퇴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사법부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며, 동시에 헌정질서 전반에 대한 구조적 성찰이 요구된다. 실제로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후퇴는 각종 지표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발표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2023년 8.09점에서 2024년 7.75점으로 하락하며 22위에서 32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법원 역할수행의 긍정 평가 역시 22%에서 20%로 내려앉았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헌정질서와 법치주의가 위기에 처한 오늘 단지 엄중한 처벌이나 제도적 봉합만으로는 이 상처를 다 치유할 수 없다.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부터 이번 대법원 사건까지 민주주의의 토대를 다시 세우기 위한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또한 집권 세력은 자기 권력을 절제하며 국민과 야당 앞에 겸손한 리더십으로 민주주의의 얼개를 기초부터 다듬어야 한다.
첫째,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회복이 시급하다. 대통령의 긴급권 행사에 대한 제한 장치를 명확하게 마련하고, 국회와 사법부가 실질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력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현재처럼 의회 다수당이 주도하는 입법과 탄핵에 대통령이 무조건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극한 대립이 '뫼비우스의 띠' 같은 악순환에 빠지게 하면 안 된다.
둘째,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이 특정 정당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법관 인사 시스템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시민감시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독일 '법관선출위원회'처럼 국회의원·법조계·시민대표가 참여해 법관 인선 과정을 공개적으로 심의하고 추천하는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임명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 사건 배당을 법관 전체 합의와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전환해 사법부 내 정치적 영향을 차단해야 한다. 검찰권이 민주적 통제 밖에서 초헌법적 지위를 누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검찰 제도의 구조적 개혁도 비껴갈 수 없다.
셋째, 정치적 양극화 해소와 헌법의 민주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절실하다. 싱가포르 '국민 대화'처럼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헌법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consensus) 수준을 재확인해야 한다. 이 합의는 국회 입법, 정부 정책, 사회적 실천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불법 계엄에서 시작된 헌정 위기 속에서도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은 찬란하게 빛났다. 그러나 권력구조의 취약성, 정치적 양극화, 사법부의 신뢰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 사법부의 중립성, 사회협약을 통한 공동체 가치의 재확인을 이룰 때 이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다. 제로섬 게임이 난무하는 오늘의 혼란 속에서도 헌법과 법치, 국민주권의 가치를 지키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책무다.
▲은재호 /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은재호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은재호는 프랑스 고등사범학교(ENS-Paris Saclay)에서 프랑스 정책변동 연구로 정치학(정책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국무총리 소속 한국행정연구원에 재직하며 한국갈등학회장,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지원국장과 정부 주요 부처 갈등관리심의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연구현장과 정책현장을 이어주는 정책 중개자로 활동하다, 지금은 KAIST 겸직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Sida et action publique>(2009), <공론화의 이론과 실제>(2022), <경세제민의 공공리더십>(2024)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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