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0일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공수처 설치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가기 앞서, 청와대 앞 전광훈 목사 주도 농성장에 나타났다. 오른쪽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
Ohmytv 캡처
셋째, 종교인이 교회와 쉽게 동일시되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이권 때문이든 정의 때문이든, 교회는 정치와 하나 되면 안 된다. 그 말이 종교(인)가 정치에 무관심 하라거나 기독교인은 현실 정치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종교(인)는 늘 정치를 깊이 알고,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교회가 모든 정치적 사안마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표명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특히 목사는 여전히 교회의 대표자이므로 목사의 정치적 발언은 최대한 절제되고, 교회나 기독교를 과대 대표하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목사가 현실 정치의 책사 역할을 자임하거나 기독교인의 이름으로 특정 정당, 정파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오히려 교회는 좋은 시민과 좋은 정치인, 각 영역의 훌륭한 전문인을 길러내는 모판 역할을 해야 한다.
넷째, 섣부른 예단을 조심하라.
최근 등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자'는 기독인 선언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려고 한다. 사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정권 내내 가장 많은 탄압과 부당한 비난을 받았다. 또한 윤석열 정권과 야합하던 주류 기독교의 깊은 혐오와 악마화의 대상이 되었다.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나도 이재명 후보가 받은 부당한 상처와 아픔에 미안하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후보를 향한 공개적 사과라는 형식은 뭔가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한다.
더구나 그러한 미안함의 표명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야당 대표를 맡아온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정당한 비판마저 가로막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윤 정권과 일부 언론의 부당한 공격이 있었다고 해서, 그의 정책과 정치활동에 제기된 정당한 의문과 평가조차 같은 취급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제 그는 한 정당 대표를 넘어 유력 대선 주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명문에서 "이재명 후보가 꿈꾸는 대동 세상이 성경의 하나님 나라와 맞닿아 있다"는 표현은 섣부르고, 과도하게 느껴진다. 성공을 소망하는 것과 성공을 미리 예단하여 선포하는 것은 다르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주목받으며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상' 구현에 대해 역설한 명연설과 더불어 재임 첫해인 2009년 돌연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아직 그가 세계 평화를 위한 그 어떤 활동과 성과도 이뤄내기 이전에 말이다. 그런데 기대와는 다르게 그는 재임 내내 세계 평화를 위한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진심으로 그의 성공을 기대한다. 그러나 기대가 클수록 찬사만 쏟아내는 '팬클럽'의 역할을 할 게 아니라, 응원과 함께 쓴소리도 잊지 않는 비판적 견인으로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본다.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한국 정치가 다시 제 궤도에 들어서야 한다. 더불어 한국 사회의 퇴행에 큰 책임이 있는 우리 기독교회가 깊이 참회·자숙하고 새롭게 다시 태어날 각고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이러다간 정치도, 종교도 함께 망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와 종교 사이의 관계 설정은 항상 쉽지 않다. 정치와 종교가 타락하고 병들면, 항상 서로 하나가 되어 절대권력을 탐한다. 정치는 현실 권력을 추구하며 그것을 장악하지만, 늘 사회적 명분과 국민적 정당화를 바란다. 그들에게 국민 상당수의 의식과 문화를 좌우하는 주류 종교의 지지는 도덕적 명분을 얻는 것이므로, 종교를 정치 영역으로 끌어내려고 한다.
반면, 현대 사회에서 이전과 같은 절대적 권위를 상실한 종교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실추된 자신의 위상과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종교의 본질과 민심에 더 주의하기보다는 법과 권력을 추구하고 정치에 밀착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정치도, 종교도 함께 망하는 길이다.
그렇게 탈선한 정치와 종교가 동반 추락하게 된 사건이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다. 다행히 그 추악한 음모는 일단 실패했지만 정치의 종교화, 종교의 정치화는 언제라도 다시 시도될 수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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