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14 14:56최종 업데이트 25.05.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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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가 지난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이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 특히 당의 국회의원 총회나 비상대책위원회나 지도부의 방향이 굉장히 강하게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주신 당원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우리 국민의힘이 얼마나 강력한 민주정당인지를 이번에 잘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치고 나온 김문수 후보는 기자들 앞에서 "굉장히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럴듯하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한밤 후보 교체는 예상하지도 못한 일이었고, 거대한 음모를 뒤집고 다시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을 마친다는 것도 가능하지 않아 보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당원 투표를 통해 대선 후보 교체에 마침표를 찍으려던 당 지도부의 음모는 한순간에 좌절되었다. 후보 말대로 기적과 같은 반전이었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지켜낸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김문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그러나 반전을 거듭해 결국 김문수 후보로 되돌려 놓은 국민의힘 당원 투표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 할 수 있는지, 강력한 민주정당의 증거라고 해도 될지 의문이다. 12.3 내란은 대통령으로서 더 이상 자격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었고, 후보 교체 논란은 국민의힘이 정당으로 존립해서 안 될 이유를 충분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당원들이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주었다는 주장도 얼굴 화끈거리는 공치사다. 후보로서는 감사의 표현일 수도 있고, 쿠데타의 음모가 당원들에 의해 좌절된 것만 본다면 일면 이해가 가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원들이 지도부 음모를 좌절시킨 동기가 민주주의 의지가 모인 결과일지 의문이다.

6.3 선거는 12.3 내란의 책임을 물어 파면된 윤석열 대통령으로 인해 생겨난 조기 대선이다. 여전히 국민의힘 1호 당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에 대한 징계나 출당 움직임도 없다. 대통령의 잘못으로 파면되어 치러지는 선거라면, 대선 일정이 시작되기 전 내란으로 인한 해당 행위에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정당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파면된 대통령을 옹호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새로 정권을 잡겠다고 하니 엇박자가 나는 것이고 국민 눈에는 좋게 보일 리 없다. 대통령 후보 교체 논란은 민주정당의 면모를 보인 게 아니라 '내란 옹호' 정당답다는 이미지만 더했을 뿐이다.

"대통령께서 탈당을 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것은 본인의 뜻. 우리 당이 대통령에게 탈당하라, 또는 탈당하시려는 것을 하지 마라, 이렇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13일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기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 입장을 묻자 김문수 후보가 한 답변이다. 전날인 12일, "계엄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며 마지못해 한 사과마저 되돌리는 부정하는 발언이다. 탈당은 본인의 의사라 할 수 있지만 출당은 당의 징계다.

국민이 바라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 스스로 국민의힘을 탈당하라는 게 아니라, 국가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에도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안긴 책임을 물어 출당 조치를 내리라는 것이다. 정치의 준엄함이 필요한 곳에서 '도리'를 운운하다니?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전히 받들어 섬겨야 할 대상인가? 김문수 후보는 이러고도 새로운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한단 말인가.

'탄핵의 강'이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집권 3년은 대한민국의 암흑기였다. 집권 여당이었던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로 암흑기를 맞았다. 보수 정당으로서 역할, 정당의 기강은 무너진 지 오래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위한 정당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국민의힘 안팎으로 윤 전 대통령 복귀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의 그림자에서 헤어 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있다. 정말 '윤 어게인'을 꿈꾸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하는 대선 행보다.

내란 옹호한 국민의힘의 미래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지난 13일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 대구 의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내란을 옹호하면서 민주정당으로 불릴 수는 없다. 후보를 교체하는 '당내 쿠데타'를 저지했다고 민주주의를 세웠다 말하는 것도 맞지 않다.

지난 13일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조경태 의원이 당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출당을 요구했다. 순간 "마 치아라(치워라)" "조용히 해라" "죽여버린다" 등 온갖 야유와 욕설이 쏟아지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이 한 장면을 두고 국민의힘 전체를 말하기는 섣부르다. 하지만 대선 후보가 여전히 내란으로 파면된 대통령을 두둔하고, 출당이나 징계 이야기도 못 꺼내게 윽박지르는 당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6.3 조기 대선의 원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이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지만 사법적 처벌은 느린 걸음이다. 여전히 그는 1호 당원으로서 SNS를 통해 김문수 후보를 응원하며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2.3 내란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었다.

대선 구도는 내란을 두고 갈린다. 이 구도를 깨야 할 국민의힘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 출당은 불가하다는 김문수 대선 후보, 출당 요구에 야유를 보내는 당원들. 이런 모습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6.3 대선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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