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제육박찬일 셰프의 레시피. 차게 식혀 얇게 썰어 먹는다
여운규
셰프로서의 명성 못지않게 인기 작가로도 잘 알려진 박찬일 셰프가 재작년 여름에 소개해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냉제육을 나도 만들어 보았다. 유명 냉면집에서 나오던 메뉴를 그대로 재현해 평양냉면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조리법이 소개된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너도나도 만들어 올린 냉제육 사진이 넘쳐나기도 했다. 같이 먹는 양념장도 달달한 것이 그저 그만이었지만, 무엇보다 만드는 방법이 매우 간단할뿐더러 별다른 부재료를 넣지 않고 수비드 하듯 저온에서 천천히 익혀내는 방법이 독특하다.
껍데기가 붙은 돼지 앞다릿살(미박전지)을 소금과 함께 냄비에 넣고 찬물을 부어 끓인다. 사전에 고기를 담가 피를 뺀다거나 마늘, 생강, 월계수 잎 같은 부재료를 넣어 냄새를 잡거나 할 필요가 전혀 없다(박 셰프는 이 대목에서 '믿으세요!'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한 5분 팔팔 끓인 다음엔 바로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한 시간 이상 그대로 둔다. 그러면 저온에서 고기가 서서히 익는다. 5분만 끓여도 된다고? 역시 믿어야 한다. 의심은 금물이다(그럼에도 나는 한 10분 남짓 끓였음을 고백한다. 믿음이 부족한 탓이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둔 고기를 꺼내 흐르는 찬물에 식힌 다음 물기를 제거하고는 랩에 싸서 냉장고에 넣는다. 그렇게 2시간 이상 냉장하면 완성이다. 차가운 고기가 단단해져 있으므로 이걸 얇게 썰어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찍어 먹는 양념장은 간장 3에 설탕 2, 다진 마늘, 다진 양파, 고춧가루를 각각 1의 비율에다 새우젓을 좀 섞으면 된다. 이게 정말 맛있다. 차가운 냉제육을 얇게 저며서 이 짭짤 달달 매콤한 양념에 찍어 먹으면 감탄이 나온다. 진짜 잡내 같은 게 하나도 없다. 더운 여름에 딱 좋은 음식이다. 냉장고에 넣어둔 소주 몇 잔 곁들여 먹고 나서 냉면으로 마무리하는 거다.
그러고 보니 여름도 머지않았다. 더운 건 생각만 해도 싫지만, 날 더워지면 냉제육이나 만들어 먹자 생각하니 또 견딜 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세상엔 마냥 좋은 것도 없지만 또 싫기만 한 것도 없는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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