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12 06:00최종 업데이트 25.05.12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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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남소연

불법과 탈법 논란이 난무했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강제교체가 무산된 가운데 한덕수의 몰락이 예고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친윤'세력에 업힌 명분 없는 출마라는 한계에다 자질과 역량 부족을 드러낸 끝에 좌초했다는 분석입니다. 권력의지도 없이 섣불리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50년 공직생활에 스스로 먹칠을 한 셈입니다. 한덕수를 대선 후보로 만들어 수명을 연장하려 했던 '친윤' 세력도 회생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습니다.

정당사상 초유의 후보 강제 교체 시도로 이어진 이번 사태는 애초 잘못된 기획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진원지는 대통령실이라는 게 정치권의 정설입니다. 용산에서 처음에 한덕수를 내세운 의도는 한동훈 견제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한동훈이 후보가 되면, 대선 이후에도 그 자장이 이어지면서 한동훈이 당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과 김건희의 한동훈에 대한 악감정이 출발점으로 '윤석열 배후설'이 나온 배경입니다. 여기에 이재명을 상대하기에는 여러 후보들 가운데 가장 적격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용산이 기획한 '한덕수 대망론', 왜 실패했나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태도에서도 용산 기획설이 감지됩니다. '대망론'이 퍼졌을 때 한덕수의 첫 반응은 "대선의 ㄷ자도 꺼내지 말라"는 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한덕수의 자세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정치권에선 한덕수가 지난달 8일 대통령몫 헌법재판관으로 윤석열의 최측근인 이완규 등을 기습 지명한 것이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한덕수는 당일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한 뒤 이 사실을 언론에 흘렸습니다. 이때 이미 용산의 출마 권유를 한덕수가 수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쌍권'(권영세·권성동) 등 국민의힘 지도부도 용산의 전략에 적극 동조했습니다. 친윤계의 목표는 대선 후에도 당권을 계속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정치권에 인맥이 없는 한덕수가 대선 이후 당에서 계속 영향력을 갖게 된다면, 한덕수를 내세워 친윤계가 계속 당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겁니다. 한동훈은 물론 김문수와 홍준표도 친윤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덕수는 최상의 카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통상분야에서의 강점 등 중도 확장성을 내세우면 보수지지층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애초 설계 자체가 한덕수의 '무임승차'로 짜여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덕수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르지 않는 것을 대선 출마 조건으로 내걸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 점이 결국 한덕수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한덕수가 지난 2일 출마를 선언한 순간부터 '꽃가마' '용병' '부전승'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한덕수의 '리스크 회피 전략'이 결과적으로 최대 리스크로 작용한 셈이 됐습니다.

한덕수는 김문수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전혀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왜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만 따졌지 김문수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후보 강제 교체에 홍준표·한동훈·안철수 등 경선후보들이 잇달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데도 이들을 만나 자기편으로 만드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 지도부의 심야 후보 교체 후 김문수가 긴박하게 움직인 것과는 달리 통과를 낙관해 지나치게 느긋하게 대응한 것도 패착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덕수는 오랜 관료생활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치며 '꽃길'만 걸어온 인물입니다. 남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온 방식에 익숙한 한덕수에게 냉혹한 정치 세계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윤석열 내란의 여파로 치러지는 대선에 동조자가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부터가 염치없는 짓입니다. 윤석열 파면으로 친윤계는 '폐족'이 됐습니다. 자신들이 모시던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으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도리인데,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동원하다 패망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한덕수도 친윤 세력과 함께 몰락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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