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12 06:41최종 업데이트 25.05.12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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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2023년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이희훈

지난 5월 1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됐다. 이를 통해 검찰에서 사용하는 특정업무경비 예산이 복원되었다. 그러나 특수활동비는 전액 삭감된 상태로 유지됐다.

참고로 특정업무경비도 수사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지만, 카드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특수활동비처럼 현금으로 펑펑 쓸 수는 없는 예산인 것이다. 그리고 특정업무경비는 일선 검사와 수사관들이 주로 사용하는 예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서 특정업무경비가 복원된 것은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검찰총장과 고위직 검사들이 현금으로 펑펑 써온 특수활동비는 '전액 삭감' 방침이 유지되는 것이 당연하다.


애초에 검찰과 법무부가 특정업무경비만 살리려고 했다면,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과 법무부는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자료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특정업무경비까지 전액 삭감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특정업무경비와 특수활동비가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따라서 차기 정권에서 검찰 특수활동비를 부활시켜주지 않는 이상, '검찰 특수활동비 0원' 시대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

'검찰 특수활동비 0원'의 의미

검찰 특수활동비가 0원이 되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첫째, 검찰 개혁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 '권력의 시녀'에서 '스스로 권력'이 되어 왔던 조직이 검찰이다. 그 정점에 윤석열이 있었다. 그리고 '무소불위'가 된 검찰조직을 뒷받침해 준 하나의 기둥이 '특수활동비'였다. 검찰총장과 간부급 검사들이 국민세금을 현금으로 펑펑 쓰고, 부하검사들에게 돈봉투를 돌려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만큼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잘 보여주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특수활동비는 윤석열에 의해 '일종의 통치자금'으로 활용되면서, 결국 '검사 출신 대통령'의 탄생을 가져왔다. 그런 특수활동비가 0원이 된 것은 검찰 기득권의 한 축이 무너진 것을 의미한다.

둘째, 세금도둑질, 세금낭비를 막는다는 측면에서도 큰 진전이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대한민국 곳곳에서 국민세금은 줄줄 새고 있다. 부패와 낭비가 심각하다. 그런데 이런 부정과 낭비를 감사하고 수사해야 할 기관들 자체가 불투명하다. 대표적인 조직이 검찰이다. 검찰은 다른 공공기관들의 예산 관련 범죄는 마음먹으면 '먼지털이' 식으로 수사·기소해 왔지만, 정작 자기 조직 내부에서의 세금도둑질, 세금낭비는 철저하게 은폐해 왔다. 그러나 힘 있는 기관은 놔두고, 힘없는 기관만 선별적으로 수사하는 식으로 해서는 세금도둑질, 세금낭비가 근절될 수 없다. 검찰이 깨끗하고, 감사원이 깨끗해야 국가 전체적으로 투명하고 깨끗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검찰 조직의 핵심부에서 오·남용되어 왔던 특수활동비가 0원이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끝나지 않은 소송들... 차기 정권의 과제는?

검찰은 다른 공공기관들의 예산 관련 범죄는 마음먹으면 '먼지털이' 식으로 수사·기소해 왔지만, 정작 자기 조직 내부에서의 세금도둑질, 세금낭비는 철저하게 은폐해 왔다.연합뉴스

그러나 검찰 특수활동비 0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권력기관들이 사용하는 예산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특수활동비뿐만 아니라, 검찰조직의 다른 예산항목도 투명해져야 한다. 이번에 복원된 검찰 특정업무경비의 사용도 투명해져야 한다. 수사에 써야 할 돈을 회식비로 써서는 안 된다. 일부라도 그런 사례가 있으면, 검찰은 다른 공공기관의 세금 도둑질에 대해 수사·기소할 자격이 없다. 그런 점에서 검찰의 예산 집행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진단과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검찰은 아직도 과거에 사용한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가 원고가 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이 지금도 3건이나 진행 중이다. ① 대검찰청 각 부서(반부패부, 공공수사부, 형사부같은)가 사용한 특수활동비 집행 정보 ② 2023년 6월 이후 대검찰청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집행 정보 ③ 서울중앙지검의 월별 특수활동비 잔액 정보 등에 대해 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소송이 진행중인 것이다. 이런 정보도 당연히 공개되어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또한 법무부가 사용한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 관련해서도 필자가 원고가 되어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무부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식당의 상호를 공개하지 않는다든지, 법무부가 사용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현금수령증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출장비와 관련해서도 소송이 진행중이다. 뉴스타파 기자가 원고가 되고 필자가 소송대리를 맡아서 서울고등법원까지 승소했으나, 감사원이 대법원에 상고를 한 상황이다. 대통령비서실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와 관련된 소송도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다.

이런 상황들을 차기 정권에서 해결해야 한다. 차기 정권에서 권력기관 개혁을 하려면, 우선 예산 집행과 관련된 정보부터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기관들이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서 항소, 상고를 한 것도 취하하는 것이 옳다.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와 관련해서 2023년 4월 대법원까지 판결이 확정된 상황이다. 그 기준으로 다른 권력기관들도 정보공개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검찰, 법무부, 감사원, 대통령비서실 등은 이런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무시하면서 '시간끌기용'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차기 정권이 권력기관 개혁을 하겠다면 이런 소송들부터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과거의 잘못을 드러내고,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면적인 예산개혁이 필요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2023년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이희훈

이렇게 권력기관이 사용하는 예산부터 개혁하면서, 전체 국가 예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추진했던 국민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국민소송제는 국민이면 누구나 공공기관의 예산부정, 예산낭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환수된 예산의 일부는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것이 도입되면, 세금도둑질, 세금낭비와 관련된 내부제보를 활성화할 수 있다.

또한 정보공개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지금은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되어도, 공공기관들이 유사한 정보에 대해 또다시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소송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반 국민들은 소송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소송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기관들을 개혁하려면, 악의적인 정보 비공개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도록 하고, 정보공개에 관한 행정심판만 다루는 특별행정심판기구 설치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국가 예산이 673조 원을 넘어섰고, 공기업과 공공기관 예산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돈이 매년 집행되고 있다. 그 돈이 제대로 사용되기만 해도, 시민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고, 지금 직면하고 있는 위기들을 타개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너무 많은 공금이 새어 나가고, 낭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어렵게 이뤄진 '검찰 특수활동비 0원'을 계기로, 국가 예산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에 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차기 정권의 과제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적 검찰 특활비' 연재는 이 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연재를 통해서 검찰 특수활동비의 문제를 알리고, 국회에서 전액 삭감이 이뤄지는데 작게나마 기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자 한다. 대한민국 곳곳에 퍼져있는 기득권·이권 카르텔이 사라지고,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 투명하고 적절하게 사용될 때까지, 앞으로도 필자 나름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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