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수십 년간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각종 투자와 지원 정책을 추진했지만, 균형발전 효과는 미약했고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은 추진하는 정책의 실행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정책 실행모델의 실패인 경우가 더 많았다. 사업의 추진 주체, 방식, 재원 조달, 사업 대상과 시기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는 정책은 슬로건에 불과할 뿐 추진력을 갖기 어려웠던 것이다.
실행력을 가지면서 지역 균형발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재생에너지 기본소득과 재생에너지 산업클러스터의 조성 방안이다. 일반적으로 햇빛과 풍력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생산의 잠재력을 지닌 지역은 새로운 입지적 장점을 지니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하는 기업을 유치하여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할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을 지역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으로 배당하는 것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와 재생산업 신도시를 시도하고 있다. 전남 신안군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을 제도화했다. 재생에너지가 가장 풍부한 지역은 대부분 가장 낙후된 지역임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산업의 육성은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둘째, 수도권의 개발이익을 활용하여 지역 특화형 복합 주거플랫폼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주택은 단순히 주택 수요에 대응하는 주거 상품이 아니라 지역을 변화시키고 지역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삶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복합 서비스 거점으로 주택을 활용한다면, 주택은 지역발전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국에 돌봄, 혁신 창출, 일자리, 공공서비스, 에너지 전환 기능을 갖춘 주거플랫폼을 과감하게 50만 호 이상 공급해야 한다. 수도권의 택지개발과 주택 분양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균형발전기금으로 환수하여 지역 주거플랫폼 사업의 수익성 부족과 관리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
혁신적인 주거플랫폼은 지역의 핵심 거점이 되어 주거 문제뿐만 아니라 생활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출함으로써 위계화, 서열화한 삶의 방식을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범단지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연간 몇천 호 수준으로 추진 중인 지역활력타운을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한다면 지역발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고향사랑 기부제의 혁신을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제안이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시행 첫해인 2023년에 52만 5000건 650억 원, 2024년 77만 4000건 879억 원에 불과하다. 일본의 고향납세제가 2022년 기준 9654억 엔(약 9조 30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너무나 미약하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지방정부 간 지방세 이전제도로 설계되어 기부자가 특정 지자체에 고향납세하면, 기부자의 주소지 지방세 공제혜택을 주고, 고향납세 지자체가 답례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향사랑 기부금을 납부하면 개인소득세를 세액공제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지자체 간의 재정 이전 기능이 없다.
지방세 납세자가 희망하는 지자체에 지방세를 납부하면 주소지 지방세를 공제하도록 지방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가 특정한 목적 사업을 미리 제시하고 이 사업의 추진을 목적으로 고향사랑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펀딩형 고향사랑 기부제를 도입해야 한다. 일본에서 활용 중인 기업의 전문인력 파견형 고향사랑 기부제나, 기업판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포용과 혁신의 사회로 다시 태어날 기회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균형발전'을 삭제해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지역발전위원회로, 균형발전특별회계를 지역발전특별회계로 명칭을 변경한 바 있다. 어떤 명분이든 균형이란 나눠 먹기라는 낙인을 찍은 것이다.
이제 균형의 가치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 지방시대위원회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같은 위원회 조직이나 국가균형원과 같은 행정조직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자치분권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기득권 지역의 이익 지키기가 아니라 지역과 주민의 자율성과 참여를 보장하는 가치로 다시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자치분권 국가를 명시해야 하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듯, 지방정부의 자치권도 주민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분권과 균형이 사라진 공간을 효율성과 능력주의, 경쟁력과 일자리가 차지한다면 우리는 기어이 서열화와 국가 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게 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갈등과 국가 소멸의 위기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포용과 혁신의 사회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를 선택하는 기회이다.
정점 한국을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총의를 모아 헌법 개정과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공론화하고 다음 대통령이 실행을 약속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변창흠 /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변창흠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변창흠은 세종대에서 도시와 지역정책, 부동산 정책을 주로 강의하고 있으며, 지역 균형발전 정책과 부동산의 불로소득 공유 방안, 정책 실행모델의 개발과 혁신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분권형 헌법 개정과 세종 행정수도 완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도시와 권리> <토지문제의 새로운 이해> <실패한 정책들> 등 수십 편의 공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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