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접경지역 방문 이틀째인 2일 강원도 인제군 원통전통시장에서 주민들을 만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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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 글로벌화의 재편, 인구구조 변동에 따른 제조업 기반의 성장모델 약화, 탈산업화와 자동화 확산 등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노동시장 유연화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불안정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제 사회보험 중심의 기존 복지체계로는 시민의 안전과 안정을 지속해서 보장할 수 없다.
어디 이뿐인가? 노동시장의 분절, 저출생고령화 현상의 가속화, 1인 가구와 노인 가구 증가로 인해 그나마 버팀목이었던 가족 내 상호지원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록적인 기후변화에 따른 기후재난과 생물다양성 상실 등 생태위기는 견고한 복지제도 확대의 필요성을 방증하고 있다.
견고하지 못한 복지제도는 실업, 질병, 사고, 은퇴와 같이 생애주기에 경험하는 전통적인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사회구성원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변화와 발전 과정에서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발현하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그 결과, 쿠팡 물류센터에서 새벽노동에 더해 장시간 노동을 하다가 27세 나이로 고인이 된 고 장덕준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기계에 끼어 사망한 고 김용균씨,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사망한 고 김군과 같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해 발생한 노동현장의 사망과 송파 세 모녀 자살, 방배동 모자의 비극과 같이 빈곤으로 인한 사망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선 (예비) 주자들의 정책 공약과 의제에서 복지 비전이 실종됐다는 것은 사회구성원이 직면한 삶의 위기를 이들 대선 주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반복적인 사회적 타살을 막기 위해서는 심화하는 양극화,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는 사회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복지제도의 한계를 현시(顯示)해야 한다. 이에 이번 대선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의 넓은 사각지대, 아프면 쉴 권리 미보장 등 산재한 그리고 해묵은 복지제도의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변화의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발생의 주요 원인인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와 엄격한 선정기준 완화, 보장성 강화를 비롯하여 시민공론화 결과를 반영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시범사업 이후 답보 상태에 놓인 상병수당의 신속한 추진을 담아낸 공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복지제도 의제가 헛된 약속인 공약(空約)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복지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하고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정책 과제가 요구된다. 복지제도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치 지형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당위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복지제도는 정치 지형 변화와 언론의 정파성(partisanship) 영향으로 표류했다. 이 과정에서 제도의 본질적 가치와 궁극적 목적이 훼손되었음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에 더해 복지제도 확대에 필연적으로 전제되는 증세에 대한 용기 있는 제안도 요구된다. 세금 인하와 복지 향상을 동시에 바라는 복지 태도의 표면적 역설이 정치적 선택으로 연결됨에 따라 복지 확대에 증세가 전제된다는 기조로는 사회구성원의 정치적 선택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로 인해 과거 "복지는 확대하되 증세는 하지 않는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사회구성원을 호도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를 확인한 경험이 있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공약에 반영하여 복지제도의 실현 가능성을 약속해야 하는 이유이다. 고용불안이 확대되고 양극화가 심화하는 현실과 불평등이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불안정한 삶의 위기에 직면할 사회구성원 증가는 자명한 사실이다. 대선 주자들은 복지의제를 제쳐두는 것이 향후 우리 사회에 어떠한 치명적인 위험으로 발현될 것인지 고민하고 각성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만난 세계'는 안전한 사회이기를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의 입장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왼쪽)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에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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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일어난 큰 사건의 배경에는 생각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시대 역시 변화의 순간에 이르렀다. 이 시대가 과도기인 것은, 과거의 낡은 사상이 차츰 붕괴하고 있으나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가운데 그 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사상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는 전혀 새로운 사상 위에 세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사상을 형성할 가장 강력한 세력은 군중이다." - 귀스타브 르 봉, <군중심리: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12.3 내란 이후 우리는 광장에서 시민의 힘을 확인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헌재 심판 결과가 광장에 울려퍼진 그날 그곳에 모인 시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대선 이후 우리가 '다시 만난 세계'는 빈곤이 절망이 되지 않고 은퇴 이후 삶을 걱정하지 않으며 목숨을 담보로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이기를 희망한다.
* 이 글의 일부는 '다음 정부에 바라는 사회정책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소득보장 영역 정책 제안 총론 중 일부를 수정·보완하였습니다.
▲김윤민 / 국립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소셜 코리아 편집위원)
김윤민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김윤민 국립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소셜 코리아> 편집위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정책 자문위원,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빈곤과 불평등 담론 등을 주제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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