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차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 한동훈 후보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위한 3차 경선 진출자 발표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한민국에 필요한 노동정책은 공정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불평등한 성장은 양극화를 낳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지만 공정한 성장은 국민의 삶도 함께 개선하므로 국가 체력을 튼튼히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줄이는 노동정책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도 성장의 수혜가 일부에 치우쳐 있다. 예를 들어 임금은 상위 10%가 전체 임금의 25%를 차지하고, 하위 50%가 총임금 중 차지하는 비율은 27.8%에 불과하다.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공정하게 만드는 길이 가장 효과적이다. 부족한 부분을 국가가 복지정책을 통해 메우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임금원칙으로 삼아 기업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차이를 줄여야 한다.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는 노동권의 사각지대도 줄여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5인 미만 사업장이나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다. 이들에게도 노동관계법을 적용하여 유급 연차휴가와 주휴수당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장 쪼개기와 초단시간 노동자의 확대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경제의 무질서를 가져올 것이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이미 180만 명이 넘어버렸다.
평평한 노동시장은 공정한 노사관계 규칙을 필요로 한다. 민주주의는 권리에 비례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당연하고 노사관계도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문제가 원·하청 관계이다.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의 노동조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당연히 원청기업이 하청기업과 함께 공동사용자로서 교섭에 응할 의무를 지도록 해야 한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을 위해 노사 간 노동조건 계약인 단체협약의 효력을 확장해야 하며, 균일한 노동조건을 위해 초기업교섭도 지금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노동조합법 제30조 3항은 정부가 초기업교섭을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처럼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아예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늘어나 이들 노동자를 모두 합치면 500만 명은 족히 넘는 상황이다. 임금노동자임에도 1인 도급인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로 고용해 오남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잘못된 분류에 대해 신속히 판단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정비하고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노동자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인데도 그동안 차별로 인해 누리지 못했던 것들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도 경제성장의 필수 요건이다. 위험한 작업장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를 실추시키기 때문이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중요하며 사고가 나면 제대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본부의 역할을 확대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고가 빈발하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과로사의 원인이 되는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물류센터 등 야간노동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은 야간노동 시 가산수당 50% 추가지급이 거의 전부다. 야간노동은 위험하고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으므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시간당 50%를 더 주자는 것인데, 이는 야간노동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야간노동을 활성화하는 정책에 가깝다.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와 함께 상병수당이나 전국민 산재보험을 추진하여 아프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상병수당은 우리나라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도입한 제도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유급병가와 동일한 개념이다. 전국민 산재보험은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에게 효과가 큰 정책이다. 일하다 다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을 위한 치료·보상 제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부도 노동과의 대립 적지 않아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오션(한화빌딩)앞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고공농성장에서 열린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21대 대선 대응 기자회견’에서 경선에 출마한 한상균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대표와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권우성
불평등 완화, 공정한 노사관계,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정책 외에도 노동시간 단축, 정년연장, 사회적 대화, 정의로운 전환, 고용서비스와 직업훈련 등 경제성장과 함께 고려해야 할 노동정책들이 많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정책이 대선 시기에는 오히려 거론되지 않고 후보자들 간에도 서로 피하는 정책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대통령 선거를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다면 민감한 사안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국가를 운영할 비전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쟁점이 되더라도 필요한 정책은 당당히 밝히고 설득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특히 일하는 국민의 노동권에 대한 관심과 정책 제시가 필요한데, 이는 성공한 대통령의 필수조건이다. 적어도 실패한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면 노동자와 등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집권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집권한 경우에도 노동과의 대립은 적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추진해 대립했지만 외환위기라는 특별한 상황이었기에 치명적인 갈등은 피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초기 철도·가스·발전 파업 등으로 노조와 갈등을 겪으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수언론의 병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노동정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으나 유례없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기도 했다.
21대 대통령이 누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다시는 실패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변함없는 사실은 국민을 배신한 정부는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것이고, 일하는 국민과 싸우는 정권도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차기 정부는 노동하는 국민과 화합하여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달성하길 소망한다.
▲정흥준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소셜 코리아 편집위원)
정흥준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정흥준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소셜 코리아> 편집위원입니다. 학교에서 노사관계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로 강의하며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노동조합 등에 관해 연구합니다. 주요 저서로 <오줌인형 잡기> 등 6편의 편저가 있으며 국내외에서 50여 편의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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