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치료제인 프로크리트
존슨앤드존슨
암 치료 관련 EPO 매출은 그 어떤 약보다 컸으며, 그 수익은 존슨앤드존슨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부분 종양학자와 병원으로 흘러 들어갔다. 미국의 노령인구를 위한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프로그램은 실제 가격과 보고된 가격의 격차를 이용해 의사와 병원이 수익을 챙겨가는 문제를 지적하고 이런 부정행위를 단속하는 규칙을 제정하였다. 바로 EPO에 대한 부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에서 의사들이 EPO를 처방할 때마다 약 300달러(약 43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여러 차례 약을 투여받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재판 자료에 따르면, 당시 존슨앤드존슨 영업 담당자들은 프로크리트를 의사에게 무료로 제공하거나 메디케어와 민간 보험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길 수 있도록 도왔다고 시인했다. 워싱턴의 한 병원 관리자는 당시 병원 의사들이 1년 동안 존슨앤드존슨의 EPO를 900만 달러(약 129억 5000만 원)어치 처방하면서 270만 달러(약 38억 9000만 원)를 챙겼다는 재무제표를 고발했다.
미국의 EPO 스캔들은 마약성진통제 처방 스캔들과 비슷한 규모의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제약기업이 리베이트를 이용해 많은 의사들과 의료기관의 처방을 유도하였고 그 결과 환자들의 건강 피해를 방치했다는 점에서 비슷하였다. 오히려 단순히 수혈하는 등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있음에도 의사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처방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었다.
2007년 말까지 8건의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EPO가 심장마비, 뇌졸중, 종양 성장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EPO 약물에 대한 부작용을 적시하여 안전 사용 문제를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으며, 의사가 빈혈을 치료하기 위해 투여하더라도 최저 용량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제약산업에 던지는 질문들
한국 제약산업도 앞선 미국의 사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국내에는 대규모 부작용 피해가 고발된 사례는 없지만 제약기업의 요청에 의해 특정 의학 교과서 기술이 변경되거나 진료 지침과 무관하게 특정 약물의 사용이 늘어나는 문제들은 수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그 외에도 내부고발로 밝혀지는 제약사의 리베이트 사건, 생산 서류 조작 논란 등도 제약산업의 이면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과연 그러한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제약사의 스캔들은 다른 기업과 달리 우리에게 더 큰 충격을 주기 마련이다. 우리가 먹는 약, 우리의 생명을 결정하는 약을 생산하는 회사에 대해 윤리적 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제약사들이 처방을 대가로 의사들에게 주는 불법 리베이트 문제, 제약 폐수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 등에 우리가 더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우리는 약을 먹는다. 이는 단지 약을 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산업과 기업의 신뢰를 먹는다는 것을 제약기업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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