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우리금융과 홈플러스, 상법개정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사모투자는 기업이나 실물자산을 직접적으로 거래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투자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경우에는 수익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전통적인 자산인 채권이나 주식보다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나라는 자본시장 발전의 일환으로 2021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정비했다. 당시 개정의 핵심은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뒀지만 그럼에도 자본시장에서 수익만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약탈적 행위는 여전히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투자자 보호에 치중한 나머지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보호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 이로 인해 일부 사모펀드는 투자 대상에 과도한 금융 부담을 지우고, 실질적인 가치를 착취한 후 기업을 방치하는 '약탈적 투자'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 논란이 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MBK는 약 7조 2천억 원의 인수대금 중 5조 원 이상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차입해 조달했으며, 그 부채는 고스란히 홈플러스에 전가되었다. 이후 알짜 매장을 매각한 뒤 다시 임대해 사용하는 구조를 만들어 연 8%의 임대료까지 부담시켰고, 결국 2025년 3월 홈플러스는 유동성 위기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되었다.
반면 MBK는 홈플러스의 주요 자산인 부동산 매각을 통해 초기 차입금 4조 3천억 원을 2021년 기준 약 9400억 원 수준까지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사모펀드가 법적 책임을 피하면서도 인수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을 반복한 것이다. 이렇게 사모펀드는 단기 투자를 목표로 높은 대출금을 끌어다 투자하기에 피인수 기업에 대한 성장이나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두기 어렵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이런 방식의 사모투자에 투자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가 기금 수익률에 리스크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국가 공공 연기금이 국내 산업기반을 위축시키는 행위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커다란 사회적 책임 문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부 사모펀드의 일탈 사례가 사모펀드 자체의 존재나 투자를 부정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사모펀드의 투자 방식이 지닌 고유의 가치와 의의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투자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별도의 강력한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 효율성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
문제는 사모펀드 자체가 아니라 이를 왜곡되게 운용하여 약탈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의 일탈행위에 있다. 이는 우리나라 투자 환경에 이러한 약탈적인 사모펀드의 행태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규율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펀드의 수익성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그 펀드가 실제로 수행하는 투자 행위의 부작용이나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개별 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서 유럽연합은 사모펀드 규제 지침(AIFMD, Alternative Investment Fund Managers Directive)을 통해 기업 인수 이후 24개월 동안 자산의 과도한 매각이나 과도한 배당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핵심은 사모펀드 투자자의 투자 지침이 얼마나 공정하게 작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운용 과정에서 일탈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효과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지는지에 달려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연금이 계획 중인 대체투자 부문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 지침을 뜻한다. 이와 같은 노력은 국민연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모든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적용해야 할 과제다.
▲원종현 /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
원종현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원종현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과 국민연금 투자정책전문위원회 및 성과보상전문위원회 위원으로서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련 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연구관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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