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28 06:42최종 업데이트 25.04.28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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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7일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투표하자, 야당 의원들이 김 의원을 반기며 손을 잡아주고 있다.유성호

김상욱 의원은 12.3 비상계엄 이후 암흑천지 같은 국민의힘에서 홀로 반딧불처럼 빛났다. 그가 4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지도부에 윤석열 제명과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하는 걸 보고 그의 마음속을 엿보고 싶었다. 돈키호테인가 싶을 정도로 무모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진의도 궁금하거니와 도대체 어떤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혹시 '관종'은 아닌지 캐보고 싶었다.

지난 23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준비된 전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구도와 관련해서는 김문수 우세 현상과 한덕수 추대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오로지 '반이재명' 정서에 기대는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견제 기능 부재도 지적했다.


자신이 소속된 정당에 대한 그의 비판은 신랄했다. 그의 언어는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었다. 논리적 언변도 돋보였지만, 슬픔과 고통을 헤아릴 줄 아는 심성이 더 다가왔다. 특히 5.18 정신을 말할 때 그랬다. 최근 5.18 묘역 참배로 친한동훈계와도 결별했다는 그는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수줍게 웃었다.

-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관전평을 한다면?

"보수당은 보수의 가치, 즉 그 사회가 받아들인 내재적 가치를 수호하고 원칙을 지키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당연히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도 그래야 한다. 경선 며칠 전에 입당해 유력 후보가 된 김문수 전 장관은 자유통일당 대표였다. 그 정치적 의미는 보수당인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인 자유통일당에 흡수된다는 것이다. 매우 위험하고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다.

그뿐 아니라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후보 자격을 줄 움직임마저 있다. 역시 원칙 훼손이자 전형적인 야합 정치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책임이 있는 총리가 대선 출마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 이번 대선은 12.3 사태에 따른 보궐선거인데 그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자가 후보로 나선다는 걸 국민이 용납할 수 있겠나? 가장 아쉬운 점은 정책 제안 없이 오로지 '반이재명'으로 뭉친다는 것이다."

그는 장차 탄생할 거대 집권 여당과 약한 야당의 불균형한 구도를 우려했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 후보는 똑똑하고 통제력이 있고 꼼꼼한 성격이라고 알고 있다. 또 실용적이다. 아마도 강력하게 행정부를 장악할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힘을 합치면 입법부의 절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면 87년 헌법 체제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 집중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봐 왔지만, 권력이 집중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건강한 견제력을 가진 야당이 돼야 한다. 견제력을 가지려면 국민 지지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지 못하고 극우와 수구에 참칭 당하고 족벌정치에 갇히고 무뢰배 정치로 퇴색하면 국민이 지지할 수 없다. 그러면 권력이 집중될 민주당을 견제하지 못한다. 권력에 취하면 독재로 흐를 수 있다."

"나를 잡는 데 혈안이 된 희한한 풍경"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 23일 인터뷰에서 '준비된 전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조성식
- 탈당 압박이 심하지 않나?

"나를 '배신자'로 간주하고 척결 대상으로 삼았다. 지역에서도 나의 정치·사회 기반이 완전히 붕괴했다. 카르텔을 형성한 지역 기득권자들에게는 나 같은 사람이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 울산 남구갑에서 당선될 때는 지지율이 꽤 높지 않았나?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꽤 괜찮은 입지였다(웃음). 지역구가 서울로 치면 강남 같은 곳이다. 울산 기득권자들이 모여 산다. 나는 전통 TK(대구·경북) 출신 성골이다. 지역 정치인이 다 20~30년 선배다 보니 차기 주자로 주목받았다. 당에서도 그런 걸 생각해선지 나한테 많은 당직을 부여했고 나는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런데 그런 걸 다 버린 거다. 지역 정치인들끼리 농담 삼아 내 목에 현상금이 걸렸다고 얘기한다고 들었다. 나를 중간에 낙마시키면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방 의원들도 나를 잡는 데 혈안이 된 희한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동시에 지역 민주당에서도 공격한다."

- 당 지도부도 공개적으로 압박하던데.

"모든 당직을 박탈하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고사시키는 거다."

-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그 계기가 비상계엄인데 당일 계엄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화가 났다. 국회로 바로 달려갔는데 의원들 반응이 다 달랐다. 차분한 분, 벌벌벌 떠는 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분...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본회의장으로 가지 않는 의원이 보일 때마다 욕을 퍼붓고 다녔다. 내가 아는 욕은 다 한 것 같다(웃음)."

그는 왜 동료 의원들에게 그토록 욕을 퍼부었을까?

"한국 정치가 진영논리에 갇히면서 국회의원들이 판단 능력을 잃어버렸다. 12월 3일 우리 국민은 '왜 비상계엄이지?'라고 되물었다. 비상계엄 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포고령도 헌법에 반하는 내용이었다. 국회의원은 헌법 수호를 선서하고 양심에 따라 국가 이익을 판단한다. 그것이 당론보다 앞선다고 국회법에도 규정돼 있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다. 불법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는 곳은 국회밖에 없다. 그러면 당연히 국회로 가야 했다. 그런데 의원들이 하나같이 당론에 따라 움직였다. 대한민국 정치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의원들 판단보다, 국가 이익과 헌법 수호 의지보다 당론이 앞서 버린 거다. '당론이 뭔데?' 하면서 다 흩어져버렸다. 이런 것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을 하나?"

그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30분도 채 안 돼 국회로 들어갔다. 당연히 담을 넘을 일도 없었다.

"본회의장에 들어가 보니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나와서 보니 예결위 세미나실 등 여러 군데에 흩어져 있었다. '빨리 본회의장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 하느냐'고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지 않았나?

동료 의원들 재촉해 본회의장 들어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광주항쟁을 비롯한 민주화 투쟁 때 선배들이 목숨 걸고 나선 그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의아했는데, 막상 내가 그런 현장에 있어 보니 알 것 같았다. 화가 나니까 무엇이든 하겠더라. 화를 낼 수 있는 용기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 아닌가 싶었다.

시민들이 장갑차를 막아선 힘도 민주주의 붕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분노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공화국은 지켜가는 것'이라고 했다.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지켜가는 것이라고. 정말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국가 이익을 위해 양심의 목소리 낼 수 있어야"

2024년 12월 13일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 앞에서 탄핵 찬성을 호소하는 김상욱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불안하거나 두렵지는 않았나?

"두려움은 없었다. 죽어도 싸우겠다는 마음이었다. 그저 화가 났을 뿐이다. 어떻게 만든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무너뜨리려 하느냐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훼손될 때 가장 앞장서야 하는 사람이 보수주의자다. 그런데 거꾸로 뒷걸음치고 숨어버리고 정당화하려 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 질문을 던지는 거다. 보수 정치를 한다면서 왜 계속 보수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지. 그런데 원내 의원들이 변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싶다. 수구가 된 사람이 너무 많다."

그는 2024년 12월 7일 오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1차 표결 시 퇴장했다가 재입장해 투표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반대표였다.

"그날 아침 대통령이 담화문을 통해 하야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선배 의원들이 대통령에게 하야 길을 열어주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자 국가적 혼란을 줄이고 민주주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라고 나를 설득했다. 그 말이 맞는다고 봤다. 하지만 표결 불참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봤다. 그래서 일단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고 내 의견을 밝혔다. 즉시 하야하지 않으면 반드시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 이제 도저히 같이하기 힘든 상황까지 온 것 아닌가?

"그렇다고 이쪽은 악마 집단이고 저쪽은 천사 집단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건 진영논리다. 다들 진영논리에 갇혔다. 그러다 보니 정당의 가치를 상실했다. 보수 정당은 보수의 가치를, 진보 정당은 진보의 가치를. 진영 정치에서는 소신과 능력 있는 사람이 도태된다. 반대로 진영 수장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람이 승승장구하고 지도자도 된다.

경상도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을, 전라도에서는 민주당 공천을 받아야 당선된다. 국민이 아니라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선택한다. 공관위가 주권자가 돼 버렸다. 그러니 진영에 충성해 공천받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이 아니라 당의 눈치를 보고 당을 위한 정치를 한다."

그는 보수와 진보의 공존을 강조했다.

"국민의힘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곧바로 공격받지 않나? 당의 가치를 얘기하다 공격받는 의원들을 몇 번 봤다. 이건 잘못된 거다. 의원들이 국가 이익을 위해 양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근데 당론에 어긋나면 적군이 되고 역적이 된다. 보수가 제 역할을 잘해야 진보가 새로운 도전을 할 토대가 마련된다. 보수와 진보는 친구다. 보수의 적은 진보가 아니라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이다.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근데 우리 당이 지금 그렇다."

- 이런 생각을 하는 정치적 동지가 전혀 없나?

"일부 있는데 목소리를 못 낸다고 믿고 싶다."(웃음)

- 적어도 탄핵에 같이 찬성한 사람들은 통하지 않나?

"아니다. 이제 그들과도 갈라졌다. 내가 원래 친화적 성격이라 다들 친하게 지낸 편이다. 탄핵 이후 고립되기 시작했다. 탄핵 반대파가 나를 고립시키려 애쓴 게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그래선지 공개적으로 나와 같은 의견이라고 말하는 의원이 없다. 그게 현실적으로 내가 정치하는 데 큰 어려움으로 작동한다."

"등 돌리는 걸 고통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자신을 향한 당내 탈당 요구에 대해 “탈당 여부는 저의 자유의사와 결정에 의할 것이지, 타인의 압력과 권유에 의할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건강한 보수 정치를 해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한 탈당할 의사가 없다”라고 말했다.유성호

- 이른바 친한계 의원들 단톡방에서도 탈퇴했다고 들었다. 이유가 뭔가?

"형식적으로 갈라진 이유는 광주 5.18 묘역 참배다. 금남로에서, 5.18 유족이 보는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계엄군은 십자군이라면서. 유족을 모욕하는 반인륜적 행태라고 봤다. 그걸 또 국민의힘에서 카드뉴스로 만들어 홍보했다. 너무나 부끄러웠다. 하루라도 빨리 광주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뜻 맞는 의원들이 같이 가기를 바랐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마지막 통지가 이랬다. '기어코 가겠다면 더는 같이할 수 없다'고. '나는 갈 수밖에 없다'고 답하고 혼자 광주로 갔다. 안타까웠다. 국민의힘 당헌에도 5.18 정신을 계승해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내용이 있는데... 5.18 묘역에 가면 희생당한 여중생, 임산부 사진이 있다. 계엄에 반대하다 그리된 거다. 그런 역사를 되풀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죽을 때까지 단식'이라는 표현도 5.18 묘역 다녀와서 생각한 거다. 광주항쟁 당시 왜 시민이 희생돼야 했던가? 책임 있는 정치인, 헌법 수호 의무가 있는 국회의원 중에는 죽은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은가? 탄핵이 기각되면 독재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독재를 빨리 부술 수 있다면 내가 희생의 도화선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유불리보다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하지 않나?"

- 국회의원 임기가 3년 남았다. 탈당해 제3 지대를 모색하는 구상도 있나?

"국민의 힘이 대선 이후 건강한 야당 역할을 못 한다면 대한민국 정치에 야당이 없게 된다. 매우 우려스럽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 싶다. 당을 바로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해보고, 그럼에도 당이 건강한 보수 기능을 회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거다. 거대 집권여당이 권력을 남용하지 않게 할 방법을.

이재명 후보 지지율에 따라 민주당의 태도가 다르더라. 30%일 때는 중도 보수를 알아야 한다는 간절함과 겸손함이 있었는데, 50% 넘어가니 자세가 달라졌다. 권력은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반드시 견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 12.3 사태도 국민의힘이 건강한 보수의 기능을 못 해서 생긴 일이다."

내가 "많이 외롭지 않나"라고 묻자, 그가 "밥 사달라"며 웃었다.

"사실 두렵고 막막하다. 프레임 공격을 많이 받고 고소 고발에도 시달린다. 주변 사람들이 나 때문에 다치고 그것 때문에 등 돌리는 걸 고통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 보수의 가치를 많이 얘기했는데, 그런 정치적 가치 말고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다면?

"12월 3일 이후 바뀌었다. 이전에는 좋은 인연을 많이 맺고 사회에 복을 짓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몇 가지 추가됐다. 먼저, 비겁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공인으로 있는 동안만이라도 나 개인보다 공익을 앞세우겠다고 다짐했다."

힘들 때 마음을 다스릴 취미가 있냐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턱걸이'를 얘기했다.

"술도 안 마시고 골프도 안 한다.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르는 건 좋아하는데, 안 부른 지 1년쯤 된 것 같다. 너무 화가 나면 철봉을 한다. 김문수 후보가 턱걸이를 한 번에 7~8회 한다는데, 그보다는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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