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이제 새 정부가 펼쳐야 할 중요한 경제정책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지난 4월 9일 자 <오마이뉴스> 칼럼(
"이재명이 가야할 길...9년 전 그날을 기억한다" https://omn.kr/2cxfc)에서 밝혔듯이 이재명 후보가 끝까지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첫째, 새 정부는 새로운 것을 말하기 전에 윤석열 정부가 후퇴시킨 정책과 제도를 복원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은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복원하는 일이다. 법인세 복원은 비교적 간단하다. 과거의 법인세 과세 방식을 그대로 회복하면 된다. 반면, 종합부동산세 복원은 약간 복잡하다. 보유 호수에 따른 차등 과세를 폐지하는 대신 가액 기준의 일률 누진과세 방식을 적용하면서 세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1주택 자가 거주자에 대해서는 현행보다 감면이 더 이루어지도록 만들 필요도 있다.
사실, 종합부동산세보다도 더 좋은 세금이 국토보유세다. 국토보유세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내가 쓴 2021년 7월 27일 자 <오마이뉴스> 칼럼(
"집값 잡는 국토보유세, 이재명·추미애가 옳다" https://omn.kr/22dlp)을 참고하기 바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세금이라도 수용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도입하기 어렵다. 새 정부는 공론장에서 부동산 조세에 관한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시간이 지난 후 국토보유세의 내용과 장점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충분해지면 그때 가서 도입을 추진하면 된다.
새 정부가 윤석열 정권의 '건전재정' 원칙을 폐기하고 복지지출, R&D 지출, 경기 활성화 지출 등을 확대하는 일은 어렵지 않게 해낼 것으로 보여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확장재정 정책을 펼칠 때, 경제학자들이 그 전범(典範)으로 평가하는 미국 뉴딜 정책의 경험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제대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당시 루스벨트 정부가 대대적인 공공사업을 펼치며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때 예술가들도 일자리를 얻어서 공공건물 내부에 멋진 벽화를 그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도 미국의 공공건물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벽화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상당수가 뉴딜정책 덕분이었다(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아르테, 44~45쪽). 정부 지출을 늘릴 때 그런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AI 위주의 성장 전략을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다. 잘만 하면 김대중 정부의 IT 정책에 못지않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그런데 혁신적인 분야에 투자해서 단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성장의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갈지가 중요하다, 과실의 분배와 관련해서는 투자자가 중요한데 유종일 박사는 '다양한 투자자가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겠다고 한다. 투자자로 그가 염두에 두는 것은 대기업, 금융기관, 개인 투자자 등이다. 유 박사가 이 펀드를 국부펀드가 아니라 국민펀드라고 명명하려는 이유다. 이는 사실상 국가가 초대형 사모펀드를 조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성장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국가가 일부 부자들에게 혜택을 몰아주게 될까 우려된다.
이 점에서 이재명 후보와 유종일 박사 간에는 차이가 있다. 유 박사와는 달리 이 후보는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국가와 국민이 소유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 지분의 비중만큼 투자의 과실을 모든 국민이 골고루 나눠 갖게 된다는 점도 함께 부각했다. 사실, 이 방식은 기업의 지분을 국가가 소유하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이윤을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성공할 경우 성장이 곧 분배로 이어지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 후보는 밖으로 기본소득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기본소득 실행의 한 가지 방법을 채택하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셋째, 현대 자본주의 경제가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이야기하는 지식인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 불평등 위기와 기후위기는 핵심의 위치를 차지하는데, 유독 대한민국은 두 위기에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향후 대한민국호의 순항을 방해할 결정적인 두 요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하는 시점인데도, 새 정부를 담당할 이재명 진영에는 그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 같지 않다.
3-4-5 비전을 내세우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차기 대통령 임기 중 잠재성장률 3%, 4대 수출 강국 도약,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의 7-4-7 공약을 모방했다는 느낌이 강한데, 과거에 정치인들이 숫자로 국민을 현혹해 표를 긁어모으려고 할 때 흔히 활용했던 방식이다.
대한민국호가 직면한 복합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이는, 이명박의 7-4-7 공약이 처참하게 실패했듯이 3-4-5 비전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 국민은 그런 구호에 현혹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이재명의 새 정부가 내세워야 하는 것은 그런 국민 현혹용 구호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 문재인 대통령의 표어('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20대 대선 당시 추미애 예비후보가 내세웠던 '사람이 높은 세상, 사람을 높이는 나라' 같은 것들이다. 이런 정치적 레토릭이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뛰게 만들었는지 상기해 보기 바란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50대 정책과제니 100대 정책과제니 많은 공약을 제시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5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굵직한 과제 두세 가지 정도만 이행하더라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단, 그 두세 가지는 대한민국호의 난관을 극복하고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갈 근본 정책이라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이 일을 이루어내서, 끝까지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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