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13 12:05최종 업데이트 25.05.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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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시작한 2025년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획 '넥스트 대한민국'을 통해 조기 대선 상황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남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편집자말]
그린피스가 찾아간 지난 3월 찾아간 산불 현장의 모습.그린피스

만으로 서른이 된 후,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종종 고민해 본다. 말라가고 있다는 국민연금 소식을 들을 때 나는 나의 노후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다. 불안한 경제 상황과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면 바로 내년의 계획조차 상상하기 어렵다.

불타오르는 산과 모든 것을 삼키는 수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을 볼 때, 내 미래의 시간이 온전히 운에 맡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그럼에도 어쨌든 출생률 때문에 애는 낳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존재 여부를 알 수도 없는 내 아이의 미래까지도 고민하며 살아야 하나 싶다. 종합할 때, '젊은 세대의 미래'라는 개념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원인은 많겠으나, 젊은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정부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물론 정부도 가상자산 과세 유예나 공공 주택 공급을 확장하는 등 청년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기는 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젊은 세대도 늙어갈 것이라는 사실은 정책 속에서 잊히는 것 같다.

지금의 대한민국에 젊은 세대가 긴 시간을 설계할 수 있는 해결책은 너무 부족하다. 기후위기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노후, 임금이 너무 낮거나 불안정하지 않은 괜찮은 일자리, 아프고 병든 이후에 의지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이 모든 것은 청년이 진짜 원하는 것들임에도 청년 정책으로 간주되지 않고,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의 것들에 밀려 잘 이야기되지도 않는다. 지지율 상승을 위한 단기적인 대책 외에 젊은 세대가 안전하게 늙어가기 위한 사회 보조 시스템이 부족한 것이다.

가장 심각한 분야 중 하나는 기후위기 대응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내일이 없는 기후위기 대응 계획

2021년 12월 29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먼저, 윤석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계획, 혹은 에너지와 관련된 계획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들이 있다. 원전, LNG, CCUS, 수소. 거의 사용되지 않은 단어도 있다. 바로 '탄소예산'.

탄소예산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인류가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말한다. 이 한계를 초과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과 생태계 붕괴, 인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될 수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를 비롯한 기후 분야의 전문 단체들이 국내외를 망라하고 탄소예산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를 고려하면 윤 정부가 이 단어를 배제했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탄소예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표현해 본다면 이렇게 압축할 수도 있다. '탄소예산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과제를 청년들의 미래로 떠넘겼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선 원전, LNG,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수소 모두 최선의 해결책이라 부르기 어렵다. 탄소를 포집하여 지층에 저장하는 기술인 CCUS는 인프라 구축 등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고, 채굴, 정제, 운반, 연소 단계 중 일부의 단계에서만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LNG는 이산화탄소 대비 최대 80배의 온실 효과가 있는 온실가스인 메탄을 방출하고, 우리나라의 수소 대부분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강조한 또 다른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은 '안전성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아직까지 불안정한 기술, 여전히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에 의존하는 정책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예산을 줄인다.

윤 정부의 계획 대부분이 탄소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도 큰 문제이다. 예컨대,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명시된 배출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 90% 넘는 탄소예산을 소진하게 된다. 2030년까지 탄소를 마음껏 배출한 후 2031년부터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기적의 논리를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관련기사: 동해안 수온 상승으로 울릉도가 이렇게 변했다 https://omn.kr/2auvq)

그 피해는 고스란히 더 오랜 시간 기후위기 시대에서 살아가야 하는 젊은 세대가 떠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런 의미에서 젊은 세대의 안전한 노후를 대가로 현재의 편익을 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계획들이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미래의 시간뿐만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기도 했다. 지난달 있었던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살아갈 터전을 잃었다. 극단적인 날씨를 기반한 기후재난은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며 점점 강도가 세지고, 빈번해지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서 발생한 손해는 점차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기후위기 취약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가닿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유보적인 현 상태를 유지함으로 얻는 편익도 특정 사람들에게만 돌아간다. 우리는 이 불합리에 대해 지적해야 한다.

유류세 인하, 재주는 정부가 돈은 정유업계가 벌었다

2022년 7월 7일 대통령실 앞에서 경유·휘발유 신차 금지를 요구하고 있는 그린피스 액티비스트들그린피스

두 번째, 2022년 전쟁과 공급망의 문제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윤석열 정부는 서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고, 인하 퍼센트 또한 상향했다. 그 결과 많은 시민들이 급등한 에너지 가격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윤석열 정부의 주장이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좀 다른 부분이 있다.

유류세 인하가 늘 시민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본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23년 10월,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연말까지 휘발유 유류세를 37%, 즉 가장 높은 비율로 인하했을 때 판매가에 반영된 세금 감면액 비율은 고작 42%였다. 다시 말하면 유류세를 304원 깎아줬는데 실제 가격에는 128.4원 만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감면해 준 세금의 액수의 반도 되지 않은 금액만이 소비자에게 돌아간 것이다.

반면 22년 한 해 우리나라의 가장 큰 정유 4사(SK에너지, GS 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상반기 매출만으로 12조 원을 넘겼다. 이는 2021년 한해 약 7조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보다 1.7배 많은 수치이다. 결과적으로 유류세 인하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본 집단은 시민이 아니라 정유업계다.

오히려 세수 결손의 측면에서 볼 때 유류세 인하는 최종적으로 시민 복지에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을 수도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두 해 모두 유류세 인하로 각각 5조가 넘는 세수가 줄어들었다. 이는 21년에 비해 10배가 훌쩍 넘는 수치이다. 세수 결손은 종국적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 복지 예산이 감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해롭다.

유류세 인하와 같이 화석연료에 투여되는 직·간접적인 보조금은 화석연료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기후위기 시대, 화석연료 산업은 피할 수 없는 임계점을 맞을 것이며, 미래세대의 일자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에 따르면 2023~2024년 화석연료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11조 7000억 원에 달하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은 고작 1조 2000억 원에 불과했다.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10배가 넘는 돈을 투자하는 관행은 특정한 산업을 배불릴 수 있지만, 정의로운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위험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기억해야 할 점은, 유류세 인하보다 더 좋은 대응책이 이미 여러 번 제시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정유 업계에 세금을 감면해 줄 수도 있지만, 그들이 얻는 반사 이익에 대해 오히려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이 세금을 모두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나누어주거나, 혹은 에너지 취약 계층의 복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은 화석연료 산업에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복지를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복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궁색한 변명 대신, 정의로운 방식의 재원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을 고려해야 할 때이다.

결론, 미래를 팔아 현재를 지킬 수는 없다

그린피스가 광화문 앞에 설치한 가상 투표함.그린피스

언제나 그렇듯, 돈은 모자란 것이 아니다.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선택되지 않은 것일 뿐이다. 탄소를 다 배출하는 산업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래의 기술에 돈이 새는 순간, 현재의 전환도 미래의 생존도 불투명한 일이 된다. 기후정책이 청년정책이기도 한 까닭은 기후에 대한 대응책이 미래산업은 물론 예산과 정책의 주안점을 어디에 둬야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철학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자들이 늙어가는 청년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현재만을 살지 않으며, 미래를 상상할 권리가 있다. 미래를 팔아 현재를 지키겠다는 논리를 버릴 때만이 기후위기 시대 현명한 정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최고의 청년 정책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모두를 위한 재원 사용'을 논의해야 한다. 5년이라는 짧은 임기보다도 먼 미래를 관측할 수 있는 현명한 지도자가 윤석열 정부 이후의 '넥스트'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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