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이 가면을 보시고 그 동영상의 주인공이냐며 활짝 웃으신다. 오른쪽 검은 옷이 필자
최종수
세 번째는 유머의 달인이신 교황님께서 제 책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와 음반 <어느 신부의 사랑고백>을 드리자, 그 즉시 "신부님은 책과 음반을 선물했고, 나는 내 얼굴을 선물했다"고 말씀하시며 활짝 웃으셨습니다. 제 손에 들린 교황님 가면을 보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순간 받은 느낌은 교황님 자신도 '내가 이런 말을 순간적으로 하다니' 놀라시며 웃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네 번째는 교황청 대사관에서 명동성당으로 이동하는 전용차 안에서 웃으셨습니다. 갈등이 첨예했던 쌍용차 해고자·제주 강정마을 주민·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을 초청해 한국 종교 지도자들과 평화와 화해의 미사를 드린 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동 중이셨습니다. 통역하는 정제천 신부 옆구리를 건드리시면서 "정 신부님, 최 신부님에게 나를 알선해 주고 얼마 받았습니까? 반절 나누어 가집시다." 뜻밖의 농담에 당황한 정 신부를 보고 서로 한바탕 웃으셨다고 합니다. 후일담으로 그때 "예, 동전 한 푼 안 받았고요. 나중에 막걸리 한잔하기로 했습니다"라는 맞장구를 치지 못해 아쉬웠다고 합니다.
"천국에 가서 교황님 만나면..."
공소 어르신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한 할머니가 '교황 사칭 동영상'을 교황님께서 보셨다는 소식을 듣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천국에 가서 교황님을 만나면, '교황님, 제가 '교황 사칭 동영상'에 출연한 할머니입니다.'라고 말씀드릴 겁니다." 지금도 껄껄껄 웃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가난한 이들의 성자'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알현한 계기는 아마도 사제서품 때 사명으로 주신 말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루가 4,18)는 말씀을 살아보기 위해, 가난한 농민과 가난한 자연 속으로 들어가 살았던 공동체의 삶이 '교황님 알현'의 작은 기적을 선물했던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아버지의 나라 본향으로 돌아가셨지만, 말씀과 행적은 길이 남아 우리를 생명과 사랑, 정의와 평화의 길로 안내할 것입니다. 깊은 존경과 사랑과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희망 빠빠, 우리 사랑 빠빠, 우리 평화 빠빠.
아래는 '교황 사칭 동영상' 노래 가사입니다.
프란치스코 빠빠
우주의 춤으로 시작된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 사랑
하늘이 열리고 쏟아진 평화 영원한 사랑 영원한 행복
구유에서 피어난 이천 년 전 그 사랑
새들과 꽃들에게 희망을
가난한 영혼으로 살다간 성 프란치스코
지금 여기에서 타오르는 평화
오― 아름다운 사랑
사랑은 주는 것 평화는 사는 것
당신은 사랑 당신은 평화
사랑은 주는 것 평화는 사는 것
당신은 사랑 당신은 평화 우리 희망 빠빠 우리 평화 빠빠 우리 사랑 빠빠 빠빠 빠빠
당신과 손잡고 천국으로 향하리
빠빠 우리 평화 빠빠 우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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